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드디어 골칫거리였던 문제아들 중 한 명을 처분하는 데 성공했다.
그 주인공은 아르헨티나 출신 공격수 알레한드로 가르나초로, 수개월간 이어진 불화와 논란 끝에 맨유를 떠나 첼시행이 확정됐다.
이번 판매로 맨유가 이번 여름 이적시장 내내 풀지 못했던 숙제를 해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는 29일(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특정 선수 혹은 지도자의 이적이 확실시될 때 자신이 쓰는 시그니처 문구 '히어 위고(Here We Go)'와 함께 "알레한드로 가르나초의 첼시행이 확정됐다. 맨유와 첼시가 합의를 마쳤으며, 가르나초는 오직 첼시만 원했다"고 보도했다.
로마노에 따르면 계약 기간은 7년이며, 이적료는 약 4000만 파운드(약 750억원) 수준이다. 가르나초는 7년 장기 계약에 서명하게 되며, 맨유는 향후 이적 시 10%의 셀온 조항을 추가했다. 이는 잠재적인 재판매 가치를 염두에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영국 공영방송 'BBC' 역시 같은 날 보도를 통해 "첼시는 맨유와 가르나초 영입을 두고 합의에 도달했다. 최종 이적료는 4000만 파운드로, 맨유 역사상 네 번째로 높은 선수 판매액에 해당한다"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로멜루 루카쿠, 앙헬 디 마리아에 이어 가르나초가 역대 맨유 고액 매각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영국 유력지 '가디언'은 이번 이적을 두고 "맨유는 선수와 감독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상황에서 거래를 더 이상 지연할 이유가 없었다"며 "가르나초가 팀을 떠나는 것은 예고된 수순이었다"고 지적했다.
가르나초는 한때 맨유 팬들의 큰 기대를 받던 유망주였다. 2020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스에서 맨유 아카데미로 이적한 그는 2022년 4월 1군 데뷔전을 치렀고, 2022-2023시즌에는 34경기에서 5골 4도움을 기록하며 '제2의 호날두'라는 수식어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기량의 성장은 오래가지 않았고,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지난 시즌 후벵 아모림 감독 체제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그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며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 그 시작이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 토트넘전에서 벤치에 머문 뒤에는 자신의 SNS에 "왜 선발로 나서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평했고, 이는 감독과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즌 종료 직후 열린 아시아 투어에서는 팬들을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하는 장면이 포착되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프리시즌 도중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진까지 공개되면서 '프로의식이 부족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맨유는 그를 제이든 산초, 안토니, 마커스 래시퍼드, 타이렐 말라시아와 함께 방출 명단에 올렸다.
당시 복수의 보도에 따르면, 아모림 감독은 지난 시즌 종료 후 가르나초에게 '새로운 클럽을 찾으라'고 직접 통보했으며, 이후 그는 1군과 분리돼 훈련했고 프리시즌 미국 투어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그럼에도 첼시는 가르나초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토드 보엘리 구단주와 클리어레이크 캐피털 체제에서 첼시는 지난 3년 동안 윙어 영입에만 5억 파운드(약 9340억원) 이상을 썼다. 하지만 여전히 전력 보강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이번에는 크리스토퍼 은쿤쿠(AC밀란 이적 임박), 니콜라스 잭슨(바이에른 뮌헨 임대 협상 중) 등 공격 자원이 떠나는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BBC' 소속 첼시 전담 기자 니자르 킨셀라는 이에 대해 "엔조 마레스카 감독은 이번 이적시장에서 중앙 수비수와 왼쪽 윙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러나 구단은 공격 보강만 허락했고, 그 결과 가르나초가 선택됐다"며 "이적료 4천만 파운드라는 금액은 첼시 입장에서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가르나초는 지난 1월에도 첼시 이적을 원했지만 맨유가 6000만 파운드(약 1124억원)를 요구하며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맨유는 가격을 낮췄고, 첼시는 기다리며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가르나초의 실력에 의문 부호는 여전하다.
그는 맨유 소속으로 총 144경기에 출전해 27골을 기록했다.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기록했지만, 득점 효율성은 의문을 남기고 있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BBC'에 따르면, 가르나초는 지난 시즌 50회 이상 슈팅을 시도한 선수 중 득점률이 4번째로 낮으며, 16번의 결정적 기회 중 단 2번만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그러나 수비 가담 능력과 활동량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BBC'는 "지난 시즌 맨유 공격수 중 상대 진영에서 공을 가장 많이 탈취한 선수가 바로 가르나초였다"면서 "전방 압박과 수비 전환에서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맨유는 가르나초를 4000만 파운드에 매각하면서 재정적으로도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 프리미어리그의 수익성 및 지속가능성 규정(PSR)을 충족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맨유는 이미 벤야민 셰스코, 마테우스 쿠냐, 브라이언 음뵈모 등 새로운 공격 자원에 2억 파운드(약 3749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더 이상 가르나초의 자리가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이 구단 내부의 평가다.
사진=로마노/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