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의 명문 셀틱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한국 출신 미드필더 권혁규가 오히려 빅리그에 입성하는 대박을 쳤다.
유럽 5대 리그 중 하나인 프랑스 리그1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프랑스 전통의 구단 FC 낭트는 26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인 미드필더 권혁규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028년 6월까지 3년이다.
권혁규는 2년 전 셀틱 입단 뒤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으나, 리그1 중하위권 팀들의 중원 보강 수요와 맞물리며 새 도전 기회를 얻게 됐다.
낭트 구단은 "권혁규는 192cm의 인상적인 체격을 갖춘 수비형 미드필더로, 경합 상황에서 강점을 보이며 양발을 모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적 장점도 갖췄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팀을 떠난 미드필더들의 공백을 메울 자원으로 그를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낭트는 기존 중원 핵심 자원인 페드로 치리베야를 그리스의 파나시나이코스로, 더글라스 아우구스투는 러시아의 크라스노다르로 떠나보내며 중원 보강이 절실한 상황이다.
부산 출신 권혁규는 K리그 부산 아이파크 유소년팀을 거쳐 2019년 준프로 계약을 통해 1군 무대에 데뷔했다.
당시 18세였던 그는 탁월한 피지컬과 양발 활용 능력, 정교한 킥과 수비 전환 능력으로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이후 2021년에는 김천 상무에 입대해 군 복무를 조기 마무리하며 경력 단절 없이 성장 발판을 이어갔다.
2023년 7월에는 스코틀랜드의 전통 강호 셀틱과 5년 계약을 맺으며 유럽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 같은 시기 강원FC에서 이적한 양현준, 6개월 먼저 입단해 조커로 활약하던 오현규(현재 벨기에 헹크)와 함께 셀틱의 코리안 트리오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셀틱에서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권혁규가 입단할 때 셀틱은 호주 출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으로 가면서 브렌던 로저스 감독이 복귀한 상태였다. 로저스 감독은 권혁규를 전혀 쓰지 않았다.
2023년 7월 이적 후부터 2024년 1월 겨울 이적시장이 오기 전까지 단 한 경기도 소화하지 못했고, 지난해 겨울시장에서 같은 리그 내 소속팀 세인트 미렌으로 임대 이적했다.
2024년 7월 셀틱에 복귀 후에도 곧바로 또 다시 같은 리그 하이버니언으로 연속 임대를 떠나며 실전 감각을 유지했다.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에서 29경기를 소화한 권혁규는 셀틱에서의 입지를 되찾는 데 실패했고,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새로운 팀을 물색했다. 한때 오스트리아의 아우스트리아 빈 이적설도 있었으나, 선수단 개편 중인 낭트가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서며 최종 행선지가 결정됐다.
프랑스 유력지 '레퀴프'도 해당 이적에 주목했다.
매체는 해당 이적설을 보도하면서 "권혁규의 이적료는 100만 유로(약 16억 2000만원) 이하"라고 전했다.
매체가 주목한 흥미로운 점은 낭트 피지컬 트레이너 프란시스코 칼베트와 권혁규의 인연이다. 칼베트 코치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부산 아이파크에서 히카르두 페레즈 감독 아래 피지컬 코치를 맡았던 인물로, 당시 권혁규를 직접 지도한 경험이 있다.
칼베트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표팀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과 함께 일했고, 최근 낭트로 자리를 옮기며 권혁규의 영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퀴프'는 "낭트는 여름 이적시장 기간 대대적인 리빌딩에 착수한 팀이다. 새로운 감독 루이스 카스트루의 지휘 아래 14명의 선수가 떠났고, 6명이 새롭게 합류했다"며 "권혁규의 영입은 그 중심에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권혁규에 대해 "키가 크면서도 빠르고, 기술적으로 흥미로운 미드필더다. 그는 골키퍼의 롱볼을 받아내는 역할도 능숙해 다양한 전술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로써 권혁규는 역대 14번째로 리그1 무대를 밟는 한국 선수가 됐다. 그는 서정원, 남태희, 정조국, 황의조, 그리고 파리 생제르맹(PSG)의 이강인 등과 같은 발자취를 잇게 됐고, 낭트 입단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이 팀에서 활약한 이용재 이후 두 번째다.
공교롭게도 권혁규는 다음달 18일 열리는 리그1 2025-2026시즌 개막전에서 동료 이강인과 맞붙을 예정이다. 이 경기는 낭트의 홈구장 스타드 드 라 보주아르에서 펼쳐지며, 두 선수는 한때 연령별 대표팀에서 함께 활약했던 인연이 있다.
한편, 낭트는 권혁규 외에도 독일 마인츠에서 활약 중인 미드필더 홍현석의 영입을 추진 중이다. '레퀴프'는 같은 보도에서 홍현석 역히 이적이 임박했다면서 "홍현석은 임대 후 완전 이적 옵션이 포함된 계약으로 낭트에 합류할 예정이며, 8번과 10번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전술 유연한 자원"이라고 소개했다.
낭트는 1943년 창단된 프랑스 전통 구단으로, 리그1 우승 6회, 쿠프 드 프랑스 우승 4회 등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리그 13위로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한 뒤, 루이스 카스트루 감독을 새롭게 선임하며 리빌딩에 본격 착수한 상태다.
권혁규에게 있어 이번 낭트 이적은 유럽 무대 재도전에 더해, 한국 축구 미드필더 자원의 저력을 다시 증명할 무대가 될 전망이다.
사진=낭트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