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예은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연기 데뷔 20년 차 박보영에게도 1인 2역은 쉽지 않았다.
박보영은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쌍둥이 미지, 미래를 1인 2역으로 소화했다. 특히 극중 미지가 미래인 척, 미래가 미지인 척 서로의 인생을 맞바꿨기에 1인 2역이 아닌, 1인 4역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1인 2역'이라는 어려운 조건에도 박보영이 '미지의 서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제가 계획형이 아닌데, 저지르고 후회했다"고 운을 뗀 뒤 "대본이 너무 좋았다. 너무 하고 싶어서 '다른 사람한테 기회가 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작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너무 해보고 싶어요'라고 한 뒤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가는 과정에서 '내가 무슨 자신감으로 한다고 했지?'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1인 2역을 생각한 게 아니라 드라마의 기획의도, 작가님의 대사 이런 것들이 너무 좋아서 하고 싶다고 한 거였다. 그 다음에 1인 2역에 대한 게 물밀듯 와서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촬영 전날까지도 도망가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쌍둥이 미래, 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당연히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박보영이 같은 얼굴의 미래, 미지를 연기하는 만큼 디테일이 중요했다고.
박보영은 "감독님은 너무 다르게 하지 않길 바랐다. 두 사람을 한다는 것 때문에 쓰지 않는 톤을 쓰려고 한다던지, 그런 것들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며 "제가 사회생활할 때 밝은 모습을 미지에게 쓰고, 저 혼자 있을 때의 텐션을 미래에게 끌어다 썼다"는 말로 큰 부분이 아닌, 작은 부분에서 차별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어 "초반에는 탈색한 미지와 서울에 있는 미래가 너무 다른 느낌이라 덜 걱정했는데, 서로 바꿨을 때는 외형도 서로를 따라하는 거라 구분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미래는 미지를 잘 따라하지 못한다. 미지가 그런(힘든) 시간들이 있었으니 '그때의 미지로 돌아간 것 아니냐' 이 정도로 하고, 세진(류경수 분)이는 미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세진 앞에선 미지인 척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또 미지가 서울로 올라가서 미래인 척 할 때는 그 언저리 어딘가를 하지만 미지인 티를 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해줬다.
비주얼적으로도 일부 차이를 뒀다. 메이크업, 헤어스타일에서 미래와 미지의 성격을 드러냈다는 것. 박보영은 "미래는 점막을 채우고, 미지는 꼬리만 살짝 그린다. 점막을 채우면 사람 눈동자가 또렷해 보이는 효과가 있긴 하더라. 미지는 메이크업을 못하는 친구니까 (아이라이너를) 꼬리 쪽만 하는 게 어떨까 했다. 머리를 묶을 때도 미래는 깔끔하게 넘기는 편이고, 미지는 항상 귀 뒤에 꼬리가 남는다. 성격이 보였으면 좋겠단 생각에, 그런 디테일을 나눴다"면서 "헤어는 눈치 챈 시청자도 있더라. 지문 인식하는 신에서 많이 알더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미지의 서울'에는 당연히 미지와 미래가 함께 등장하는 신도 나온다. 이 장면 역시 촬영이 쉽지만은 않았다. 대역배우의 도움을 받아, 평소보다 긴 시간을 써가며 촬영을 진행했다.
"둘이 같이 나오면 사고다. 촬영이 두 배가 걸린다"고 말문을 열어 웃음을 안긴 박보영은 "제가 미지를 하면 미래 대역이있다. 제가 미지를 할 때, 리허설은 미래를 먼저 한다. 미래를 어떻게 할지를 (대역배우에게) 보여주고, 그걸 대역배우분이 기억하고 최대한 똑같이 해준다. 제가 미지로 촬영을 한 다음에 제가 미래 분장을 하면, 미지 대역하는 분이 앉아있다. 정확히 맞아야 하는 작업이라 기술적으로도 까다로워지는 부분이 많았다"고 얘기했다.
대역배우는 총 두 명이었다. 극 초반 탈색한 미지를 연기한 대역배우와 미래, 미지의 대역을 동시에 연기한 또다른 대역배우가 존재했다고. 박보영은 "탈색한 미지 대역이 따로 있었고, 나중엔 미래 대역을 해준 분이 미지도 같이 해줬다. 그분이 단발 가발을 썼다가 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인터뷰③에서 계속)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김예은 기자 dpdms129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