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 손흥민이 AZ 알크마르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을 앞두고 결의를 다졌다.
손흥민은 토트넘 선수들이 너무 엉성했다며 더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손흥민이 좌절하고 분노했다면서 동료들을 향해 일침을 놓은 손흥민의 모습을 주목했다.
손흥민이 분노한 이유는 지난 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의 홈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본머스와의 2024-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PL) 28라운드 홈 경기에서 토트넘이 간신히 2-2 무승부를 거뒀기 때문이다.
당시 토트넘은 전반 42분 마커스 태버니어에게 선제골을 내주면서 끌려갔다. 이에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치에 앉혔던 손흥민을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투입했지만,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돌풍의 팀 본머스를 상대로 경기력에서 우위를 점하지는 못했다.
토트넘은 후반 7분 패트릭 클라위버르트의 아들 저스틴 클라위버르트의 득점이 비디오 판독(VAR) 끝에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서 무효 처리되면서 위기를 넘기는 듯했으나, 후반 16분 우루과이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부상을 당한 뒤 후반 20분 에바니우송에게 추가 실점을 내주며 구석으로 내몰렸다.
토트넘의 반격은 후반전 중반부터 시작됐다. 후반 22분 미드필더 파페 마타르 사르가 먼 거리에서 시도한 중거리슛이 환상적인 궤적을 그리면서 본머스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어 후반 37분에는 손흥민이 역습 상황에서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성공시키며 기어코 동점을 맞췄다.
도미닉 솔란케가 양보한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골문 중앙으로 공을 툭 찍어 차는 '파넨카 킥'을 시도하며 강심장의 면모를 보여줬다. 손흥민의 페널티킥 동점골을 마지막으로 난타전이 벌어졌던 두 팀의 경기는 2-2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손흥민은 이날 득점으로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통산 127호골을 달성, 과거 첼시에서 활약했던 네덜란드 출신 공격수 지미 플로이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프리미어리그 통산 득점 공동 16위가 됐다.
극적인 무승부와 또 다른 기록 달성에도 손흥민은 웃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나쁜 눈치였다.
손흥민은 경기 후 토트넘 공식 미디어 채널인 '스퍼스 플레이'와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경기장에서 우리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나는 언제나 경기에 뛰는 선수들이 더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여러 차례 엉성한 모습을 보여줬고, 엉성하게 시작해서 상대에게 뒤처지고 경기를 쫓아갔다. 이상적이지 않은 그림"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우리는 강해져야 하고, 한 걸음 더 발전해야 한다. 항상 같은 위치에 머무를 수는 없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경기는 이미 끝났으니, 우리는 앞을 내바도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힘든 순간을 받아들여야 한다. 목요일에 홈에서 또 다른 중요한 경기가 있기 때문"이라며 알크마르와의 UEFA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의 중요성을 짚었다.
토트넘은 지난 7일 네덜란드 알크마르의 AFAS 스타디온에서 열린 1차전에서 미드필더 루카스 베리발의 자책골로 0-1 패배를 당하며 유로파리그 8강 진출 가능성에 먹구름이 꼈다. 토트넘이 대회 8강에 오르려면 2점 차 이상의 스코어로 승리해야 한다.
유로파리그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부진에 빠져 있고, 앞서 카라바오컵(리그컵)과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 탈락한 토트넘이 이번 시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대회다. 주장 손흥민이 2차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정신 상태를 지적하면서 2차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다.
손흥민은 "우리는 모두가 필요하다. 서포터들, 선수, 스태프, 구단 등 경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바꿔야 한다"면서 "퀄리티가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경기에서는 항상 정신려과 배려, 그리고 서오가가 필요하다. 열심히 뛰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손흥민은 "우리는 집중해야 하고, 진지하게 경기에 임해야 하고, 상대방을 존중해야 하며, 무엇보다 홈에서 상황을 뒤집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의 발언에 영국 공영방송 'BBC'도 주목했다.
'BBC'는 "손흥민이 '엉성한' 시작에 좌절했다. 손흥민은 토트넘 홋스퍼가 발전하려면 구단의 엉성한 출발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토트넘은 이번 시즌 구단의 유일한 우승 희망이 걸린 알크마르와의 유로파리그 2차전에서 0-1로 뒤진 상황을 뒤집어야 하며, 손흥민은 목요일(경기 당일)에 구단 전체가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바라봤다.
토트넘 구단도 팬들에게 응원을 호소했다. 토트넘 팬들은 앞서 1차전에서 토트넘이 패배하자 선수들에게 야유를 퍼부었고, 심지어 일부 팬들은 토트넘의 수문장인 굴리엘모 비카리오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토트넘은 12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의 발언을 재조명하면서 "이번 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UEFA 유로파리그 16강전 결과를 결정하는 알크마르와의 경기를 준비하는 와중, 손흥민은 우리가 8강에 진출하려면 우리의 퀄리티보다 더 많은 것을 경기에 가져와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우리의 태도와 열망이 근본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경기는 우리의 홈 구장이 경험한 가장 큰 밤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아약스전)을 치렀지만, 이번 경기는 아마도 3년 전 아스널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경기 후 가장 큰 경기가 될 것이다. 당시 우리는 아스널전 승리를 통해 유럽 최고의 무대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았다"며 알크마르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구단은 "그날 밤 우리가 북런던 라이벌(아스널)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던 데에는 두 가지 핵심 요인이 있었다"면서 "첫 번째는 우리의 접근 방식이었다. 우리는 그들이 숨쉴 시간을 주지 않았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굶주림을 보여줬다. 두 번째는 관중석의 소음이 엄청났다. 우리 팬들은 90분 내내 쉬지 않고 응원을 보냈다. 경기장 내부에서는 귀가 터질 듯했다. 우리는 이번 목요일에도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며 팬들에게 응원을 촉구했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