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킹키부츠’, ‘광화문연가’에 이어 ‘웃는 남자’까지 뮤지컬 분야에 발을 디뎠다. 가수 이석훈은 뮤지컬 ‘웃는 남자’에서 그윈플렌 역을 맡아 부드러운 발라더의 이미지를 벗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킹키부츠’로 너무 좋은 작품을 하게 돼 꿈같았고 ‘광화문연가’는 이석훈과 너무 다른 연기를 해서 좋았어요. ‘웃는 남자’는 꿈이었어요. 뮤지컬 배우로서 작은 역사의 큰 복선이라고 말해도 될까요. 큰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믿고 듣는 배우라는 타이틀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고 듣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가수 쪽에서 와서 색안경이 있을 거고 잘해도 반신반의할 거라는 생각이 늘 있어요. 빨리 깨는 게 숙제에요.”
입이 찢어진 어린 그윈플렌은 매서운 눈보라를 헤매다 아기를 발견하고 데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를 아버지 삼아 사는 두 사람은 어른이 돼서도 서로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하지만 조시아나 여공작의 유혹을 받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겠다며 마음이 흔들린다. 그러나 결국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모든 넘버를 좋아해 한 곡을 고르기 어렵지만 계속 기억에 남을 넘버는 ‘웃는 남자’와 마지막에 데아가 죽고 부르는 노래(2막 피날레)가 와닿는 것 같아요. ‘웃는 남자’ 같은 경우에는 여러분이 아는 가수 이석훈이 안 들어갔다고 생각해요. ‘얘가 이렇게 노래를 한다고?’라는 생각이 들도록, 뒤통수를 때리겠다는 마음으로 했어요. ‘와 장난 아니’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잘했나보다 싶어 기분이 좋았어요.
마지막 넘버는 대본으로 처음 봤어요. 아직 세번째 작품밖에 안 됐으니 대본을 읽을 줄 몰라서 그냥 글 읽는 것처럼 쓱 읽는데 처음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데아가 죽는 장면에서 펑펑 울었어요. 이런 감정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잘할 수 있겠다,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두 곡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지울 수 없는 웃는 얼굴을 가진 채 유랑극단에서 광대 노릇을 하는 관능적인 젊은 청년 그윈플렌 역에는 이석훈을 비롯해 박강현, 슈퍼주니어 규현, 엑소 수호가 캐스팅됐다.
“수호는 이번에 알게 되고 친해진 친구인데 엄청 귀여워요. 외형적인 모습도 너무 사랑스럽고 제가 수호보다 형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예뻐 보여요. 그윈플렌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표현하지 못한 어리고 순수한, 그 나이 또래가 표현할 수 있는 걸 수호는 하고 있어요. 이 친구가 너무 좋아요. (박)강현이는 ‘킹키부츠’ 때의 강현이와는 완전히 다른 강현이가 돼 있었어요. 소리가 굉장히 깊어졌고 극을 보는 시선이 굉장히 넓어졌고 기대할 수 있는 동생, 배우예요. 늘 조언을 구하고 물어보는 스타일인데 강현이가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여기는 좀 더 가주면 좋을 거 같다’는 식으로 피드백을 잘해줘요. 정말 내년이 더 기대돼요. 팬으로서 같이 붙어 있는 것만으로 굉장히 기분 좋고 영광이에요.
규현이는 사람 자체가 착해요. 같이 있으면 재밌고 유쾌해요. 규현이는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되게 옛날이지만 따로 술 한 잔 한 적도 있고요. ‘복면가왕’을 할 때 빼고는 연습실에서 만났는데 굉장히 착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작품을 할 때 유연하고 빠르고 습득이 굉장히 빠르더라고요. 뮤지컬 짬 10년이 그냥 짬이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놀라울 정도로 빨리 외우고 익혀 부러웠어요. 전 남들의 2, 3배는 해야 해서 느리거든요.”
다른 캐스트의 장점을 열거하던 그에게 자신의 매력을 이야기해달라고 하니 쑥스러워한다.
“저는 하... 뭘까요. 잘 모르겠어요. 스포츠 선수들이 한 말 중에 ‘실력이 안 되면 체력으로, 체력이 안 되면 기술로’라는 이런 말이 있어요. 제 스스로 부족하다는 말을 하는 걸 굉장히 싫어해요. 프로로서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스스로 인정하는 수준은 아닌 것 같아요. 그 선에 맞추기 위해 무던히 연습하는 거고 쉬는 날 없이 하루도 안 쉬었거든요. 이렇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거의 박수치는 선에 도달할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거의 다 온 것 같아요.”
이석훈은 무대 공포증 때문에 가수로 무대에 설 때 떨린다며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압박이나 트라우마가 있지만, ‘웃는 남자’ 무대에서는 오히려 떨리지 않고 행복하단다.
“저를 혹사시키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힘듦을 즐기는 걸 수도 있어요. 목표 자체를 안 세우고 어디까지 가나 해봐요. 극한으로 치닫는 스포츠도 좋아하고요. 뮤지컬도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시작인 것 같아요. 그런 희열이 있어요. 내가 행복한지에 대해 곱씹어보면 너무 행복해요. 왜 재밌는지 이유는 모르겠어요. 무대 공포증까지 있고 대사도 못 외우는 내가 왜 행복한지는 저도 몰라요. 그런데 그냥 행복해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윤다희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