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홍동희 기자] "올해 마흔 살이 됐어요. 나이 들었다는 느낌 보다는 마흔이 돼서 너무 좋아요."
40대가 돼 기쁘다고 하니 어리둥절했다. 배우 한세라, 1979년생인 그는 올해 마흔 살이 됐다.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여배우는 왜 40대가 반가울까.
"20대 중후반 비교적 늦게 뮤지컬을 시작했어요. 뮤지컬은 연극과 또 다른 무언가 있을까 해서였죠. 그리고 그 때 나와의 약속을 한 게 또 하나 있었어요. 바로 마흔 살 되기 전까지는 연극과 뮤지컬에만 집중하기로 한 거였죠."
바꿔 말하면, 40이 된 지금부터 영상 매체에 도전해보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세라는 무대에 발을 들인 이후 대학로를 떠난 적이 없다. 그 흔한 영화나 드라마 등에도 거의 출연하지 않았다고.
"뮤지컬에 일단 도전을 했지만, 일부러 소위 '대극장 뮤지컬'은 하지는 않았어요. 연극과 뮤지컬을 동시에 하기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어떻게든 대학로를 떠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한세라의 필모에는 뮤지컬과 연극이 서로 교차한다. 대형 뮤지컬에는 출연하지 않았지만 '마리아 마리아' '빨래' '총각네 야채가게' 등 대학로 유명 뮤지컬에서 활약했다.
"뮤지컬과 연극을 동시에 한다는 건 배우로 정말 힘든 일이거든요. 연극계 선생님들도 저보고 욕심이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뮤지컬이 제게 그렇게 쉬운 장르는 아니에요. 제가 노래에 트라우마가 있어요. 노래를 더 잘해야한다는 압박감 같은 거요. 그래서 매번 뮤지컬 하기 전에는 몇 개 월 전부터 노래 레슨도 받는 걸요."
그는 뮤지컬과 연극의 경계를 적절히 잘 지켜오고 있는 듯 했다. 그러면서도 최근에는 실험극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는 3월 8일부터 10일까지 '서촌 공간 서로'에서 공연되는 실험극 '말 그리고 얼굴'이 그것. '말 그리고 얼굴'은 죽음에 관한 기억의 순간들을 소리와 몸으로 무대에서 그려낼 예정이라고.
"실험극에 도전한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친구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가 지원 사업에 프로젝트를 냈는데 선정이 된거죠.(하하)"
마흔 살이 됐으니, 그는 이제 조금씩 영상 매체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중견 연기자로 장영남이나 라미란 같은 강한 캐릭터를 가진 연기자로 자리잡는 것이 그의 목표.
"아직 회사가 없었는데 올해는 소속사도 계약하고 방송, 영화 쪽으로도 오디션에 도전할 생각이에요. 제가 하고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동안에는 그런 오디션이 들어와도 제가 다 거절했었거든요. 이제는 때가 됐으니 열심히 한번 해봐야죠."
아직 슬럼프를 겪어보지 못했다는 그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을 항상 떠올린다. 무대는 돈을 버는 목적이 아니라 그의 삶이고 놀이터다.
"저는 천상 광대인 거 같아요. 배우가 천직이구나. 무대에 오르는 게 너무 즐겁고 재미있는 거 같아요."
인터뷰 말미 한세라는 최근 연극계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전반에 불고 있는 '미투 운동'에도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저에게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분명 저도 실명을 공개하고 적극 동참했을 거에요. 그런데 미투 운동으로 연극계를 이상한 시삭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 슬퍼요. 비단 연극계에 유독 그런 성추행, 성폭행이 많은 걸까요? 전 아니라고 봐요. 연극계 사람들이 더 적극 미투 운동에 동참하고 용기를 내었기에 지금 더 부각이 된 거라고 생각해요. 일반 회사에서 과연 그런 일을 겪고 쉽게 자기 이름 걸고 싸울 수 있었을까요. 지금 많은 연극들이 (미투로 인해) 조기종영되고 미뤄지고 있어요. 그분들은 생계를 내려놓고 동참하고 응원해주고 있는 거죠. 많은 분들이 더 용기를 내고 응원을 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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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희 기자 myst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