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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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랑한다면 '연아'처럼…

기사입력 2009.01.01 23:11 / 기사수정 2009.01.01 23:11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라는 제목의 영화는 예쁜 사랑을 나누었던 두 연인의 애틋한 결별로 끝이 난다. '슬픈 영화는 많은 사람을 울린다'는 말처럼 사랑한다면 때로는 서로 놓아주어야 한다는 슬픈 현실에 더욱 눈물을 흘리는 것이라 본다.

한 대상에 대한 사랑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대상을 자기 곁에 두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골프, 피겨스케이팅, 트라이에슬론 등 자신이 좋아하다 못해 미치도록 빠져버린 스포츠가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특히, 해당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에 대한 사랑은 스포츠에 대한 사랑과 결부되어 순기능을 할 수 있다.

주니어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여 현재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가 된 김연아를 모르는 대한민국 사람은 없을 정도다. 그녀의 등장은 한국 빙상계의 큰 수확이었고, 이를 넘어 동계스포츠에서 '쇼트트랙' 외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뭇 사람들에게 '피겨'를 소개해 준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박찬호의 미국 진출이 국내 야구팬들에게 메이저리그의 존재를 소개해 준 것과 같다.

"피겨를 사랑해 달라고 말하려구요"

박찬호가 초창기에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김연아 역시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얼굴을 많이 드러내고 있다. 이에 한 기자가 "김연아 선수는 연습 이외에도 왜 이렇게 대외활동에 적극적이에요?"라고 질문하자 김연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피겨를 많이 알리고 사랑해 달라고 일부러(?) 출연하는 거예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피겨'라는 메마른 필드에서 느꼈을 그녀만의 고충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할 만하다.

그녀의 눈물겨운 희생 덕분에 이제는 피겨라는 종목이 한국 빙상스포츠의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오히려 이에 문외한이었던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피겨를 공부하게 되는 계기까지 마련해 주었을 정도다. 이에 김연아는 국제대회 우승으로 보답을 했고, 타국에서 고생하는 그녀에게 국민들은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사랑한다면 '연아'처럼

이에 김연아는 TV 프로그램 출연과 특별 공연이라는 형태로 받은 성원을 국민들에게 조건 없이 돌려주었다. 프로라는 것이 달리 프로가 아니었던 셈이다. 그녀는 그녀를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 자신을 기꺼이 드러내 보였고, 이에 많은 피겨 유망주들이 제2의 김연아가 되기 위한 꿈을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라는 영화처럼 그녀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이제는 그녀를 연예부 스테이지에 올려놓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올해 겨우 18세인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그녀를 향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그저 그 자리에 있는 모습을 지켜보아 주는 일'뿐이다. 축구계 스타였던 이천수, TV에서 수많은 끼를 발산하여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정수근 등이 현재 어떠한 모습으로 남아있는지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김연아 스페셜'이라는 제목의 방송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 방송으로 인하여 피겨를 더욱 사랑하게 되고, 그녀를 더욱 사랑하게 되는 발판이 마련된다면 오히려 간혹 방송되는 그녀만의 특집방송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것이 지나쳐 2010년 벤쿠버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적어도 그녀가 방송 출연 중에 보였던 '피곤한 눈'을 본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랑한다면 그들처럼' 자유롭게 놔 주고 그저 멀리서 지켜볼 줄 알아야 한다. 스포츠 스타는 자신의 주머니에 든 물건처럼 자주 꺼내어 볼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한다면 그저 관중석을 바라보고 미소 짓는 '김연아'처럼 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를 빛낸 선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사진=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전현진 기자]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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