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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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아사다 마오가 부진했던 세 가지 이유

기사입력 2008.11.16 16:10 / 기사수정 2008.11.16 16:1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18, 군포 수리고)는 그랑프리 1차 대회와 3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두 대회에서 모두 190점이 넘는 고득점으로 2위와 20점이 넘는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우승했습니다. 김연아의 경기가 끝나고 나자, 유일한 경쟁 상대인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18, 일본)에게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에 시선이 집중됐듯, 아사다의 새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많은 궁금증이 모아졌습니다. 비교적 조용하게 새 프로그램에 대한 언급을 밝힌 김연아에 비해 일본 언론과 아사다의 전담코치인 타티아나 타라소바는 언론플레이를 하며 자신감을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시간으로 16일 새벽에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ISU(국제빙상연맹)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4차 대회 'Trophee Eric Bompard'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참가한 아사다는 의외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점프에 대한 자신감 결여, 어딘지 맞지 않은 옷 같은 음악, 그리고 타라소바의 무모한 욕심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뒤늦게 고치기 시작한 점프, 기본기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다

아사다 마오의 점프에 대한 논란은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입니다. 그동안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 점프를 구사했었지만 두발 착지에 회전수 부재라는 점으로 늘 다운을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트리플 러츠를 플립과 구분하기 애매한 ‘플러츠’로 뛰어왔습니다. 항상 러츠에서 ‘롱엣지’ 판정을 받아온 아사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 점프를 교정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10년 넘게 뛰어온 점프를 1~2년 안에 수정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아무리 연습에서 발전이 있어도 실전에 들어서면 평소에 뛰던 버릇은 본능적으로 나오게 됩니다.

국내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치들은 모두 장기간 뛰어온 점프를 단시일 안에 고치는 일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연습 때 잘하더라도 실전에 가면 그 버릇이 그대로 나온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동안 아사다 마오의 연습 동영상을 조금씩 선보이며 트리플 러츠를 교정했다고 일본의 언론들은 밝혔지만 실전경기에서 나타난 마오의 러츠는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트리플 악셀이란 가장 어려운 점프를 시도하면서 토룹과 함께 가장 기본적인 점프인 살코를 뛰지 못한다는 점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토룹과 살코는 처음으로 점프를 배우는 피겨 선수들이 교과서적으로 배우고 넘어가는 기술입니다.

토룹과 살코를 훌쩍 넘기고 난이도가 높은 플립과 러츠를 배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쉬운 점프부터 차근차근하게 밟아나가는 과정이 모든 점프를 균형 있게 익히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김연아는 비록, 트리플 악셀을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세계 최고의 점프 기술을 얻게 된 이유는 쉬운 점프부터 탄탄하게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5가지가 넘는 점프 기술을 배우면 선수가 점프의 감각에 대해 혼동을 느끼게 됩니다. 실제로 피겨 훈련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찾아보면 새로운 점프 기술을 몇 가지를 배울 때, 기존에 뛰었던 점프의 감각이 흐트러진다는 사례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례에서도 나타나듯, 점프를 보다 탄탄하게 익히려면 철저하게 기본적인 점프부터 배워나가는 ‘계단식 학습’이 매우 중요합니다. 점프의 난이도를 서서히 조절해가며 각기 다른 점프의 감각을 균형 있게 유지해야 비로소 트리플 5종 세트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아사다 마오는 점프에 대한 재능과 자질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니어 시절부터 ‘트리플 악셀’에 대한 욕심이 너무나 컸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결국, 트리플 악셀을 시도할 수 있는 선물을 얻게 된 대신, 가장 기본적인 살코 점프를 트리플로 뛸 수 없게 됐습니다. 또한, 토룹을 비롯한 다른 점프들도 명확성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아사다는 그동안 이러한 문제점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구사해왔습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뛴 점프는 점수 상으로 크게 나쁜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뒤늦게 점프의 교정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그리 좋게 나오지 못했습니다.



아사다 마오에게 맞지 않은 옷 같은 음악, 그리고 타라소바의 야심

올 시즌 아사다 마오가 선보인 쇼트프로그램의 곡은 드뷔시의 ‘달빛’입니다. 그리고 프리스케이팅 곡은 경쾌하고 다이내믹한 ‘가면무도회’입니다. 타라소바는 이 프로그램이 마오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했으며 마오 스스로도 이 곡이 마음에 든다고 밝혔었습니다.

‘달빛’은 그동안 아사다 마오에게서 볼 수 없었던 서정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오는 곡이었습니다. 그리고 ‘가면무도회’는 시종일관 숨 쉴 틈이 없는 경쾌한 곡으로 모두 아사다 마오에게 좋은 도전이 될 만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타라소바가 아사다가 가지고 있는 기술에 김연아가 가진 뛰어난 표현력을 입히려는 의도가 있음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가면무도회에서 나타나는 마오의 스피드는 지난 시즌에 비해 한층 빨라졌습니다. 그리고 손동작에 매우 신경을 쓴 것도 나타났습니다.

아사다 마오가 가진 기존의 기술들을 더욱 업그레이드시키고 여기에 뛰어난 표현력까지 입혀서 최고의 스케이터로 완성하려는 것이 타라소바의 야심이었습니다. 그리고 표현력에 대한 도전은 아사다에게 늘 따라다니는 과제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음악의 선정은 어딘가 아사다 마오와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면무도회’는 김연아의 ‘죽음의 무도’와 비슷한 다이내믹하고 경쾌한 느낌이 음악 전편에 걸쳐서 나타나는 곡이었습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아사다 마오는 곡의 흐름을 쫓아가려고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쾌한 곡의 흐름에 마오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으며 확실하게 처리해야할 기술들도 어중간히 하고 넘어가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있었던 아사다 마오의 프로그램은 강약조절의 완급이 적절하게 들어갔었습니다. ‘죽음의 무도’가 김연아에게만 가능한 이유는 시종일관 경쾌하게 흐르는 곡을 소화해낼 스피드와 힘, 그리고 집중력에 김연아가 강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마오는 파워와 다이내믹함보다는 부드러움에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도전도 필요하지만 아사다 마오의 장점을 신중하게 유의했다면 숨 돌릴 틈이 있고 완급조절이 가능한 곡이 아사다 마오에게 더욱 어울렸을 것입니다.

지난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가 부상으로 고생할 때, 아사다 마오는 세계선수권 정상에 등극했었습니다. 타라소바는 그 때의 연기를 이번시즌에도 그대로 가져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부상이 없는 김연아’였습니다. 온전한 몸을 가진 김연아는 주니어 시절부터 항상 마오를 압도해 왔습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아사다 마오는 점프의 교정을 시도했습니다. 또한, 표현력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 안정 대신 변화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실전에서 표현력이 배가되려면 우선, 점프부터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점프 성공 시, 선수는 자신감이 넘치고 이러한 모습은 뛰어난 연기력을 통해 분출됩니다. 그러나 점프의 교정을 시도한 아사다 마오는 그것에 대한 부담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러츠와 살코는 물론,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두 번째로 시도하는 점프는 모두 회전수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스파이럴과 스핀에서는 모두 레벨 4를 받은 아사다는 자신의 장점인 스텝에서도 레벨 3을 획득했습니다. 흔들린 스파이럴은 물론, 몇몇 스핀도 안정감이 불안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은 마오는 109.47의 프리스케이팅 점수를 받았습니다.

마오가 부담스러워하는 몇몇 점프들은 다음 대회에서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강력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이 특징인 타라소바를 볼 때, 전체적인 변화는 그대로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서 자신의 단점을 뒤늦게 보완해가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점프의 기본기 부재’로 인해 아사다 마오는 큰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아사다 마오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했지만 결코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닙니다. 새 프로그램의 변화에 한층 적응이 되면 지금보다 좋은 연기를 보여줄 여지는 충분히 존재합니다.

다만, 뒤늦게 점프를 교정하고 표현력을 다지려는 마오의 모습을 보고 꼭 짚고 넘어가야할 교훈이 있습니다. 그것은 피겨스케이팅이 아닌 다른 종목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어릴 적부터 계단식으로 탄탄하게 익혀가는 ‘기본기’의 중요성입니다.

철저한 기본기를 올바르게 배워온 선수와 큰 기술에 연연해 탄탄한 초석이 될 기술을 건너뛰고 온 선수의 명암이 이번 그랑프리 시즌에서 역력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진 = 아사다 마오 (C) 남궁경상 기자, 전현진 기자, 김연아 (C) 남궁경상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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