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0 18:13
스포츠

'미래를 보는' FA, 베테랑의 가치는 단순히 성적인가

기사입력 2016.12.20 06:33 / 기사수정 2016.12.19 17:43

채정연 기자

[엑스포츠뉴스 채정연 인턴기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체결할 때,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현재까지의 공헌도보다는 앞으로 예상되는 성적이 큰 기준이 되기 마련이다. 이미 최전성기를 지났다고 생각되는 베테랑 선수들과 구단의 협상 테이블 온도가 유독 낮게 느껴지는 이유다.

3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베테랑에게 이번 스토브리그는 춥게만 느껴진다. 팀의 주축선수로 활약하던 시기는 서서히 지나고 이제 젊고 체력 좋은 선수들에게 자리를 비켜주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들어온다. 선발 출장 횟수가 줄어들고 부상으로부터의 회복이 더뎌진다. 변화를 시도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라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1년 계약, 줄어든 FA 금액 모두 그들이 이제 더 이상 전성기 시절과 같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베테랑은 정말 팀에게 짐이 되는 존재일까. 최근 마흔을 넘어서도 젊은 선수들 이상으로 활약하는 베테랑들이 있다. 한국 야구의 전설 반열에 오른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40)이나, 신생팀이던 NC 다이노스의 정신적 지주인 이호준(40)은 여전히 매서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투수로는 2015년을 끝으로 은퇴했지만 NC에서의 마지막 현역 시즌 때 10승을 기록한 손민한(41)과 여전히 KIA 타이거즈 불펜진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최영필(42)이 있다. 이들은 노장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몸관리와 부단한 노력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이고 있다.

베테랑의 가치는 단순히 성적으로 매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쌓은 노련함은 기록으로 남지 않는 소중한 자산이다. 베테랑의 노련함은 또한 팀에서 함께 뛰는 젊은 선수들의 자산이기도 하다.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부딪히는 수많은 굴곡에 대한 답을 노장은 이미 알고 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어린 선수들에게 베테랑이 전해줄 수 있는 경험담과 노하우는, 향후 이들이 더욱 단단한 선수가 되는데 반드시 필요한 밑거름이다.

아직 FA 계약을 완료하지 못한 LG 트윈스의 정성훈(36), 봉중근(36), kt wiz의 이진영(36)은 올해까지도 팀의 중심 선수로 활약했다. 정성훈은 지난해(타율 2할8푼4리)를 제외하고 2012년부터 올해까지 꾸준히 3할 타율울 유지하고 있다. 나이가 들며 장타율은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4할 전후의 출루율을 올리고 있고, 올 시즌 64타점을 올려 팀 내에서 타점 5위를 기록했다. 또한 정성훈은 젊은 선수들에게 짤막한 타격 조언을 건네는 등 선배로서의 역할도 해주고 있다. 기록의 측면을 넘어서 팀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봉중근은 이번 시즌 전부터 부침을 겪었다. 선발 준비를 했으나 무산됐고, 결국 롱릴리프로 시즌 중반 1군에 복귀했다. LG에서 선발과 마무리 보직을 모두 맡아본 '50승-100세이브' 투수인 봉중근의 관록은 여전히 그를 위력있는 투수로 만들어줬다. 특히 시즌 후반 임시 선발로 나서 활약했고,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부활을 알렸다. 임정우, 김지용 등 젊은 세대 위주로 구성된 LG의 불펜진을 고려했을 때 베테랑 봉중근의 존재는 여전히 필요하다.

올 시즌 10위를 기록한 kt wiz는 팀 타점 639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2차 드래프트로 LG에서 kt로 이적한 이진영은 kt의 타선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해의 커리어로우(타율 2할5푼6리)를 지워버리고 이번 시즌 115경기에 나서 타율 3할3푼2리 OPS 0.883 10홈런 72타점을 기록했다. 2017 시즌 kt 타선에서 이진영의 합류 유무는 타선의 무게감을 다르게 만든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즐비한 타선인만큼, kt의 젊은 타자들이 이진영으로부터 보고 배울 수 있는 점도 많다.

FA 금액은 '미래 가치'에 따라 책정된다고 말한다. 앞으로 긴 시간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들에게 적용되는 가치 판단의 잣대는 역시 성적일 것이다. 숫자이고, 객관적이며 누가 보아도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구는 팀 스포츠고, 개인 성적이 전부가 아니다. 선수들 사이의 소통, 교류, 경험의 나눔 등 보이지 않지만 소중히 여겨야 하는 가치들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베테랑에게 부여되는 '가치'는 단순히 기록지에 적힌 숫자만을 의미해서는 안된다. 팀에 대한 헌신과 공헌, 중요한 순간 발휘되는 관록과 후배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경험까지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lobelia12@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채정연 기자 lobelia12@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