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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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연기는 없다"…송새벽의 쉼 없는 도전 (인터뷰)

기사입력 2015.12.04 08:50 / 기사수정 2015.12.03 23:28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송새벽이 영화 '도리화가'(감독 이종필)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달 25일 개봉한 '도리화가'는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1876년,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꿨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배수지 분)과 그녀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류승룡)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송새벽은 극 중 동리정사의 소리선생이자 신재효를 따르며 실질적인 살림을 책임지는 김세종을 연기했다. 실제 김세종은 동편제를 대표하는 조선 최고의 명창으로, 송새벽은 실존 인물의 실감나는 표현을 위해 실제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명창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북과 소리 연습에 매진했다고 전해진 바 있다.

'도리화가' 개봉 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송새벽을 만났다. 지난 해 11월에 촬영을 시작해 올해 1월 크랭크업 후 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작품이다.

송새벽은 "촬영이 끝나고 시간이 좀 돼서 그런지, 더 감개무량한 것 같다"며 은은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실존인물 연기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은 촬영 내내 그를 노력하게 만든 힘이었다. 송새벽은 "그 분이 살아오신 인생을 연기로 표현해야 하는 입장에서 누가 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 분의 영혼이 한 번쯤 오셔서 '우리 얘기를 잘 하고 있니' 이렇게 보시는 듯한 생각도 가끔 들었다"며 다시 한 번 웃었다.

이어 "굉장히 조심스러운 반면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던 것이 맞다. 동편제 최고의 명창이셨고, 그런 부분에 압박감과 책임감이 함께 들었다"고 설명을 이었다.

영화 속에서 송새벽이 선보이는 흥나는 판소리와 맛깔 나는 대사들은 '도리화가'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그간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그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발견할 수 있다.

송새벽은 "예전에 공연을 했을 때 소리하는 모습을 어깨 너머로 본 적은 있지만, 타악기는 처음 만나고 또 만져보는 것이었다. 부담감도 있는 반면에 극 중에서 관객들과 직접적으로 호흡하는 신들을 보면 정말 하고 싶은 쿵쾅거림이 생기더라.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고 '도리화가'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그려지는 김세종은 동리정사의 위기 속에서도 신재효를 향한 굳건한 믿음과 지지를 보내며 듬직한 면모를 선보인다. 엄마 같은 자애로움으로 문하생 채선과 용복(안재홍), 칠성(이동휘)을 살뜰히 챙기는 것 역시 그의 몫이다.

송새벽은 류승룡을 언급하며 "선배님이 워낙 편하고 유머러스하게 해주시는 스타일이다 보니 저 역시 자연스럽게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보다 좀 더 다정한 부분들이 가미되지 않았나 싶다"며 "소리를 하고 북치는 것에 있어서도 대사 톤을 많이 고민했다. 소리하시는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니 고수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탁 트인, 굉장히 훈련이 많이 된 내공이 쌓인 목소리라는 게 있더라. 그런 느낌을 좀 더 살리고 싶었다"고 연기를 하며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 역시 소리와 북이었다. 송새벽은 "촬영 내내 긴장감이 항상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제 역할이 북 치는 고수 역인데, 즐겁게 놀되 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처음 북을 배웠을 때는 이틀간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힘들었다. 꾸준히 연습하다 보니 몸에 천천히 익으면서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조금씩 발전하니 재미가 생기더라"고 다시 한 번 미소를 보였다.

문하생들에게 소리를 가르치는 장면을 찍으면서는 "예전에 극단에 입단해 선배들에게 복식 호흡 훈련을 받으면서 혼났던 기억도 났다"며 예전 기억을 함께 떠올렸다.

함께 연기한 류승룡, 배수지, 안재홍, 이동휘와의 호흡은 물론 전국 각지의 풍경 좋은 곳들과 함께 한 촬영은 송새벽에게 무엇보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는 "무엇을 특별하게 하지 않아도 같이 있으면 그냥 재미있었다. 유쾌한 기운이 항상 현장에 철철 넘쳤다. 연기도 다들 정말 잘 하지 않나. 개인적으로도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영화다"라고 '도리화가'를 정의했다.



그렇게 '도리화가'를 통해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송새벽은 "완전히 다른 선의 연기를 맛볼 수 있다는 건 연기자로서 큰 도전이고, 또 그것을 잘 해내는 것도 복인 것 같다"고 웃으며 "물론 잘 해야 된다는 전제조건이 있는 것이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항상 산 넘어 산이다. 쉬운 캐릭터가 하나도 없더라"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송새벽은 자신을 이끄는 연기의 원동력을 '나를 위해 하는 게 결국 관객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닌가'라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그는 "연기자라는 직업을 택했을 때 '왜 난 연기자가 되려고 했지' 생각을 했었다. 재밌어서 하는 것도, 사명감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큰 틀은 벗어나지 않았지만 '내가 관객들에게 어떤 연기자일까' 고민하다 보니 앞으로는 모르지만 나를 위해서 연기를 하는 게 결국 관객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나에게 충실하면서 연기를 한다면,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나라는 연기자를 가깝게 받아들이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송새벽은 "소리를 주제로 하고 있지만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경치들도 가득한 편안한 영화이니 여행하는 느낌으로 보셔도 좋지 않을까"라고 '도리화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당부했다.

그렇게 쉽지 않았던 도전을 또 한 번 마친 송새벽은 '도리화가'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의미 있는 한 줄을 더해내며 다시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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