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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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월드컵 동행기②] 쿠이아바에 울려퍼진 '꼬레아' 함성

기사입력 2014.06.19 08:18 / 기사수정 2014.06.19 17:44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쿠이아바(브라질), 조용운 기자] 한국을 떠나온지도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 몸과 마음은 마이애미부터 이구아수까지 대표팀을 따라다니며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아직 한국의 월드컵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집밖 생활이 조금 무료해질 때 이동이 결정됐다. 언제올까 기다렸던 러시아전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대표팀이 경기 장소인 쿠이아바로 넘어가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전세기로 이동하는 대표팀과 달리 현지 항공을 이용해야 하는 만큼 새벽부터 졸린 눈을 비벼가며 공항으로 향했다.

행선지는 쿠이아바, 생소하다. 내 상식 문제겠지만 솔직히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새벽 5시, 첫차도 아니고 아침 첫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저절로 눈이 감겼다. '잠을 좀 자나?'하는 순간 스튜어디스가 내리란다. 경유지인 쿠리치바에 도착한 것이다. 조금 날이 밝았다고 이구아수보다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조금 정신을 차리고 쿠이아바행 게이트로 향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분명 내 티켓에 적힌 항공편과 전광판에 뜬 항공편의 도착지가 달랐다. 일정하지도 않다. 언제는 마링가가 뜨더니 잠시 뒤엔 캄포 그란데로 알려준다. 또 조금 있으니 쿠이아바, 이젠 마나우스까지 적힌다. 대체 저 항공편은 어떻게 움직이는 걸까라는 생각을 안고 올라탔다.

의문점은 곧장 풀렸다. 비행기가 뜬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착륙을 시도했다. 그리곤 사람들이 우루루 내렸다. 잠시 후 새로운 탑승객이 비행장으로 오더니 탑승했다. 정류소였던 셈이다. 완행버스처럼 브라질에는 완행비행기가 있었다. 뜨고 내리고를 두 차례 반복한 뒤에야 쿠이아바에 도착했다.

첫인상은 시골이다. 도심보다 아마존 유역이 더 가까운 쿠이아바는 월드컵 개최 도시 중 가장 낙후됐다. 이런 도시에서 어떻게 월드컵이 열리는 지 의심이 갈 정도다. 한국 교민이 1명에 불과할 만큼 동양인의 출입이 적은 쿠이아바에 한국 취재진 다수가 나타나니 그들도 우리만큼이나 놀란 모양이다.

당초 쿠이아바에서 한국은 찬밥신세였다. 지역지를 포함한 스포츠 신문에는 온통 러시아로 도배가 됐다. 한국은 그저 러시아의 상대로 작은 부분에 기사가 게재됐다. 어떠한 사진도 없었다. 그래도 축구의 나라 브라질인 만큼 러시아전이 다가올 수록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져갔다.

브라질 쿠이아바의 공원에서 만난 한 건축대학의 학생들. 동양인 취재진이 지나가자 '꼬레아'를 외치며 반겨주는 모습이었다. 쿠이아바(브라질) 조용운 기자
브라질 쿠이아바의 공원에서 만난 한 건축대학의 학생들. 동양인 취재진이 지나가자 '꼬레아'를 외치며 반겨주는 모습이었다. 쿠이아바(브라질) 조용운 기자


다른 지역에서는 항상 "일본인이냐"는 말을 먼저 듣던 기자도 쿠이아바에서는 언제나 "꼬레아"를 들었다. 공원 산책길에 만난 건축학과 대학생들은 "한국이 여기에서 월드컵을 뛴다는 것을 안다"면서 여러 차례 정말 꼬레아에서 왔냐는 질문을 듣고는 함박웃음을 지은 기억이 있다.

이 시골에 진짜 한국을 퍼뜨린 이는 홍명보호였다. 경기 전 한국에는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경기장 주변에 모인 브라질 팬들은 한국과 러시아 경기에 앞서 열린 브라질 대표팀 경기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렇게 맞이한 러시아전, 홍명보호가 예상치도 못한 투지를 보여줬다.

전반이 지나 후반으로 이어지자 브라질 축구팬들이 동요됐다. 한국의 선제골이 터지자 이곳은 '어나더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변했다. 몸을 사리지 않던 홍정호와 한국영이 다리 경련을 일으켰을 때는 붉은악마 이상으로 꼬레아가 울려퍼졌다. 비록 러시아에 동점골을 내주면서 승리의 환호는 지르지 못했지만 브라질 팬들은 듣도 보지도 못한 한국 축구에 매료됐고 꼬레아를 가슴 깊이 인식했다. 월드컵답게 축구로 시작해 축구로 마무리한 축구대표팀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한국 알리기 방법이었다.

홍명보호가 러시아전에서 보여준 투지와 경기력에 쿠이아바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모두 붉은악마가 됐다. ⓒ Gettyimages/멀티비츠
홍명보호가 러시아전에서 보여준 투지와 경기력에 쿠이아바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모두 붉은악마가 됐다. ⓒ Gettyimages/멀티비츠



▶ 우당탕탕 월드컵 동행기

① 사방에 축구선수들…이래서 브라질이구나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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