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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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보니 앤 클라이드', 본질은 어디가고 키스신만 남았나

기사입력 2013.09.23 22:04 / 기사수정 2013.11.18 18:21



▲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영웅과 범죄자는 동일시 될 수 있는걸까. 훌륭한 업적을 남겨 대중에게 사랑받는 사람인 '영웅'과 죄를 저지른 '범죄자' 사이에는 공통점이 전혀 없어 보인다.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이지만 영웅인지 범죄자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한 세기의 커플이 존재한다.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의 주인공 보니(리사, 안유진, 다나 분)와 클라이드(엄기준, 한지상, 키, 박형식) 이야기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는 1930년대 실존했던 남녀 2인조 강도 보니와 클라이드의 실제 이야기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미국 역사 속 악명 높은 듀오이자 대공황 시기 미국 젊은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이들의 범죄행각과 사랑을 다뤘다. 1967년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 영화화돼 한국에도 잘 알려졌다.

1930년대 꿈과 희망은 온데간데없고 가난과 좌절만 남은  미국에서 할리우드 배우를 꿈꾸던 웨이트리스 보니는 어렸을 때부터 좀도둑질로 감옥을 들락거린 클라이드와 우연한 계기로 사랑에 빠져 함께 은행을 턴다.

살인에 은행털이까지 감행한 클라이드와 이에 동참한 보니는 누가 봐도 중범죄자이다. 하지만 핑계 없는 무덤이 없듯 이들에게도 명분은 있다. 잘 살기 위해 발버둥 칠수록 점점 가난해지는 모순된 사회에 살면서 은행강도범으로 전락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의 등골을 빼먹는 정부에 대항하며 강도짓을 하는 이들을 단순히 범죄자라고만 치부하기엔 어쩐지 찝찝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을 대변하며 서민의 환호를 받고 매스컴을 탄 두 사람은 영웅과 범죄자의 경계에서 시종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계속한다. 이 작품은 이러한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이들이 범법자인지 영웅인지를 관객들이 판단하도록 만든다.

흥미로운 소재지만 전반적인 디테일은 떨어져 아쉬움을 남긴다. 보니가 자신의 차를 훔치려한 클라이드와 진정한 사랑에 빠지게 되기까지의 과정에 충분한 설명이 없을 뿐더러 경찰관 테드(김법래, 김형균, 박진우)와의 삼각관계도 긴장감 있게 이어지지 않는다. 영웅과 범죄자라는 상반된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두 사람의 모습보다 키스에 몰두하는 장면이 많은 것도 몰입을 방해하는 이유다. 클라이드가 왜 그렇게 절실하게 강도짓을 해야 했는지, 은행털이로 이들이 새 삶을 얻게 됐는지도 단지 "누구에게나 꿈이 있지 난 계획이 있어. 자유는 훔치는 것. 아무데도 없어"라는 대사로 집약되는 것에 그친다.



짜임새가 부족한 이야기가 활력을 얻을 수 있었던 데는 제 몫을 해낸 배우들의 역할이 컸다. 박형식은 초반 대사톤에 있어 다소 어색한 면모를 보여주지만 코믹함과 진지함을 오가는 악동 클라이드를 나름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해낸다. '광화문 연가', '헤드윅', '에비타' 등 다수의 뮤지컬을 통해 경험을 쌓은 리사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보니의 특색을 한껏 살려내 리사표 보니를 완성했다. 클라이드의 형이자 조력자 벅(이정열, 김민종) 역의 이정열 역시 베테랑 배우다운 노련함으로 생동감을 부여한다.

오래된 자동차 등 미국적 색채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소품과 1920년대 미국 여성들의 옷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보니의 의상, 뒷 배경에 등장하는 실제 커플의 흑백 사진들은 또 다른 볼거리다.

10월 27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열린다. 만 13세 이상. 160분. 공연 문의: 1588-0688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보니 앤 클라이드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CJ E&M]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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