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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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V ①]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계보, 끊긴 이유는?

기사입력 2012.06.04 15:00 / 기사수정 2012.07.20 03:1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모든 종목을 막론하고 가장 돋보이는 플레이어는 모든 요소를 고르게 잘하는 선수다. 야구의 데릭 지터, 이종범, 축구의 지네딘 지단, 농구의 마이클 조던, 그리고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등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불렸다.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존재감은 배구에서도 돋보인다.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숙적'인 일본을 제압하고 8년 만에 런던올림픽 출전을 결정지었다. 올림픽에 가고자하는 선수들의 의지와 노장들의 투혼이 돋보였다. 그리고 김연경(24, 터키 페네르바체)이라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과거 전성기를 보낸 남자배구도 올라운드 플레이어들이 버티고 있었다. 특히 신진식(37, 홍익대 감독)과 박희상(40, 드림식스 감독)은 '배구 도사'로 불리며 남자배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한국남자배구가 지금보다 한 단계 도약하려면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존재가 절실하다. 이번 기획을 통해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계보가 끊긴 이유와 공수에서 뛰어났던 선수들을 조명해봤다.

[매거진V ①]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계보, 끊긴 이유는?

[매거진V ②] 배구 도사에게 들어보는 전천후 선수의 중요성

[매거진V ③] 미래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꿈꾸는 기대주는?

한국남자배구에서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공수를 겸비한 선수를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는 국내대회는 물론 국제대회에서 큰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전 선수 6명을 구성하려면 리베로와 함께 궂은일을 도맡을 이가 필요하다. 여자배구를 예로 든다면 화려한 공격을 펼치는 김연경이 있다면 자신을 희생하는 선수가 있다. 한송이(27, GS칼텍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플레이에 몸을 던졌다.

그러나 한국남자배구대표팀에는 이러한 선수가 없는 것이 고민거리다. 현재 한국남자배구는 공수에 걸쳐 자신의 역할을 다해 줄 수 있는 전천후 플레이어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계보, 끊긴 이유는?


지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예선전에 출전한 한국남자배구대표팀은 적지에서 일본을 3-1로 제압하고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줬다. 당시 부상 중이던 김세진(39, 전 삼성화재)은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팀을 올림픽으로 이끌었다.

라이트에 김세진이 있었다면 레프트에는 신진식과 박희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두 선수는 공격이 뛰어난 것은 물론 수비와 리시브 능력도 출중했다. 일본과의 경기에 나선 신진식은 일본의 자랑인 나카가이치 유이치(일본)와 에이스 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박희상은 서브리시브와 수비에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당시에는 리베로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주전 선수들이 수비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리베로 제도가 생기면서 '반쪽 선수'들은 점점 늘어났다. 결국 신진식과 박희상 같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김호철 대한배구협회 국가대표 관리위원장은 "리베로 제도가 생기면서 반쪽짜리 선수들이 늘어났다. 배구를 잘하는 유망주가 나오면 공격 연습에 비중을 높이는 풍토도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사라지게 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국은 여오현(34, 삼성화재)이라는 세계적인 리베로를 보유하고 있다. 김호철 위원장은 "(여)오현이는 소속팀인 삼성화재에 있으면 석진욱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수비와 리시브가 안정된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상황은 달라진다. 오현이의 수비 범위가 워낙 넓어져지기 때문에 자신이 커버해야할 볼을 놓치고 흔들리게 된다"고 말했다.

여오현의 부담감이 늘어난 것은 레프트 공격수의 수비력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리시브와 수비에 동참해줄 수 있는 수비형 레프트가 있으면 여오현의 활약도는 더욱 살아난다. 소속팀인 삼성화재에서는 석진욱(38, 삼성화재)이 도와주기 때문에 여오현의 수비 부담은 줄어든다. 그러나 대표팀에는 수비에서 여오현을 받쳐줄 선수가 없다.

뛰어난 리베로 한 명으로는 팀의 궂은일을 모두 처리하기 힘들다. 여오현을 도와 수비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빠른 공격을 시도할 수 있는 테크니션이 한국으로서는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체격이 좋고 유능한 인재가 등장하면 공격 연습에만 치중하는 경향도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브리시브와 수비 등 기본기는 초·중·고 시절에 완성된다. 그러나 국내 학원스포츠는 눈앞의 결과에 연연해 가장 중요한 기본기 훈련을 등한시하고 있다.

이러한 풍토가 개선되지 않으면 '제2의 신진식'과 '제2의 박희상'을 배출하기 어렵다. 세계무대는 물론 아시아권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공수에 능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육성하는 점이 시급하다.



[사진 = 신진식, 박희상, 여오현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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