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올림픽 동메달도 없었다. 병역 면제라는 혜택 없이 스스로 가장 험난한 길을 선택해 정면 돌파했고, 그 결과는 258억원이라는 가치로 돌아왔다.
튀르키예 명문 베식타스 입단을 확정지은 오현규 이야기다.
베식타스는 5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오현규와 구단이 합의에 도달했다. KRC헹크에 전체 이적료 1400만 유로(약 241억원)를 지불하고 영입을 확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단에 따르면 계약 기간은 2028-2029시즌이 끝나는 2029년 여름까지 총 3년 6개월이다.
이적료는 오현규의 활약에 따른 옵션 100만 유로가 더해질 경우 총 1500만 유로(약 258억원)에 달한다.
K리그를 떠난 지 불과 3년여 만에 유럽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며 '자수성가형 스트라이커'의 표본을 보여줬다.
오현규의 축구 인생은 숨 가빴다. 오현규가 거침없이 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고교 졸업 직후 선택한 '조기 입대'였다.
수원삼성 유스팀인 매탄중과 매탄고를 거친 오현규는 2019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수원과 준프로 계약을 맺었다. 데뷔 첫 시즌 11경기에 나서 득점은 없었지만, 186cm의 단단한 피지컬과 저돌적인 돌파로 가능성을 보였다.
졸업과 동시에 오현규는 남들과 다른 길을 택했다. 바로 국군체육부대(상무) 지원이었다. 2020년 갓 스무 살이 된 오현규는 상주상무(현 김천상무)에 입단해 군 복무를 시작했다.
대부분의 선수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을 노리며 입대를 미루는 것과 정반대 행보였다.
하지만 이 선택은 오늘날 '신의 한 수'가 됐다. 2021년 김천상무 시절 K리그2에서 33경기 5골 3도움을 기록하며 기량이 만개했고, 전역과 동시에 '군필 유망주'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2021년 말 전역 후 수원으로 복귀한 오현규는 2022시즌 드라마 같은 활약을 펼쳤다.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여름부터 득점포를 가동하기 시작한 오현규는 라이벌 FC서울과의 슈퍼매치 멀티골 등 결정적인 순간마다 빛났다.
압권은 승강 플레이오프였다. 창단 첫 강등 위기에 몰렸던 수원은 FC안양과의 2차전에서 연장 혈투를 벌였다. 오현규는 연장 후반 15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을 구해냈다.
리그 36경기 13골 3도움. 프로 데뷔 후 첫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오현규는 파울루 벤투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눈에 들어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 명단 발표 직전 극적으로 합류했다.
비록 최종 엔트리 26인에는 들지 못했지만, 손흥민의 부상 대비용 '27번째 선수'로 카타르에 동행하며 값진 경험을 쌓았다.
월드컵 이후 오현규는 유럽 진출의 꿈을 이뤘다. 이미 군 문제를 해결한 22세의 젊은 공격수에게 유럽 구단들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오현규는 구단에 적극적으로 이적 의사를 밝혔고, 결국 2023년 1월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영화 촬영장에 있는 기분이다. 꿈꿔왔던 순간"이라며 감격했던 오현규는 멈추지 않고 실력을 갈고 닦았다. 셀틱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2024년 500만 유로(약 75억원)의 이적료에 벨기에 헹크로 이적하며 몸값을 높였다.
그리고 이번 베식타스 이적으로 다시 한번 잭팟을 터뜨렸다.
수원 시절 약 48억원이었던 오현규의 가치는 불과 3년 만에 5배 가까이 폭등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성과가 병역 혜택 없이 순수하게 실력과 전략적인 선택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만약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베식타스와 같은 구단이 20대 중반의 아시아 공격수에게 281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하고 2029년까지 장기 계약을 맺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빠른 입대로 스스로 족쇄를 풀고, 실력으로 유럽 무대를 개척해 나간 셈이다. 오현규의 자수성가 스토리는 유럽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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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