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슈퍼 스타의 삶은 다르다. 징계도 예외 규정으로 적용 받는다. 폭력적 행동으로 퇴장 당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얘기다.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위원회는 26일(한국시간) 호날두의 출전 정지 징계를 1경기로 확정했다. 보통 폭력 행위로 퇴장 당했을 때 3경기 출장 정지 징계가 나오지만, 나머지 2경기는 유예 처리됐다.
호날두는 지난 14일 아일랜드와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 조별리그 F조 9차전 원정 경기에서 후반 16분 퇴장 당했다.
공이 없는 상황에서 아일랜드 수비수 다라 오셰이에게 팔꿈치를 휘둘렀다. 당초 주심은 이 장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옐로카드를 꺼내들었으나 비디오 판독(VAR) 후 판정을 번복하고 다이렉트 퇴장을 명령했다.
옐로카드를 받았을 때 눈물을 닦는 듯한 몸 동작으로 오셰이를 조롱했던 호날두는 주심의 퇴장 명령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아일랜드 팬들이 똑같은 동작으로 되돌려주자 두 팔 벌려 박수를 치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명백한 비매너 행위를 한 호날두에게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가장 중요한 징계 수위에 대해서는 FIFA가 폭력 행위로 인한 퇴장 사례에 적용하던 3경기 정지가 유력했다.
이에 아르메니아와의 유럽 예선 최종전을 포함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개막전과 2차전까지 나올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FIFA가 관례를 깨고 호날두에게 1경기 징계, 2경기 유예를 확정하면서 호날두는 월드컵 본선에서 문제 없이 뛸 수 있게 됐다.
FIFA는 성명을 통해 "FIFA 징계 규정 27조에 따라 남은 2경기는 1년의 유예 기간 동안 중단된다. 만약 호날두가 유예 기간 동안 유사한 성격과 심각성을 가진 위반 행위를 다시 저지를 경우, 징계 결정에 명시된 출장 정지는 자동으로 취소되며, 포르투갈 대표팀의 다음 공식 경기에서 즉시 집행돼야 한다. 이는 새로운 위반 행위에 대해 부과되는 추가 제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FIFA 징계 규정에는 선수가 팔꿈치로 가격하거나, 주먹으로 때리거나, 발로 차거나, 물거나, 침을 뱉거나, 상대 선수 또는 심판이 아닌 사람을 때리는 등 폭행을 가한 경우 최소 3경기 또는 적절한 기간 동안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징계 규정 27조에는 징계 처분을 결정하는 FIFA 징계위원회가 징계 조치의 전부 또는 일부를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고 나와있다.
FIFA는 이 규정을 이용해 호날두의 징계를 1경기로 확정하고, 나머지 2경기는 유예로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퇴장이 호날두가 226번째 A매치 만에 처음 받은 퇴장이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아일랜드전 퇴장으로 아르메니아전을 건너 뛰었던 호날두는 월드컵 조별리그 1, 2차전을 무사히 뛸 수 있게 됐다.
물론 호날두가 유예 기간 동안 비슷한 행위로 또다시 퇴장 당할 경우 2경기 징계는 다시 적용될 수 있다. 다만 FIFA가 호날두의 마지막 월드컵 출전을 위해 눈을 감아준 것 아니냐는 일종의 특혜 논란에 대해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호날두는 폭력적 행위에도 불구하고, FIFA가 독특한 결정을 내리면서 월드컵 출전을 허가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 1주일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호날두와 약혼녀 조지나 로드리게스는 지난주 트럼프를 만나기 위해 워싱턴DC로 향했다. 두 사람은 화요일 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들과 함께 화려한 블랙타이 만찬에 참석했다"면서 "호날두와 조지나가 대통령 집무실로 초대되기 전, 세 사람은 저녁 식사 후 함께 산책을 하면서 웃음과 농담을 나눴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호날두를 따뜻하게 맞아줬다. 집무실을 둘러보고 기념 선물도 전달했다"며 호날두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를 의심했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 또한 "호날두의 월드컵 구제는 축구 팬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호날두가 첫 국제대회 퇴장이라는 이유로 징계가 감면되며 사실상 특혜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호날두는 최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함께 백악관 행사에 초청받은 직후, FIFA로부터 예상치 못한 '월드컵 면죄부'를 받았다"며 역시 미국 방문 직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했다.
또 "미국이라는 세계 최도 규모의 경제권에서 열리는 월드컵의 성공은 슈퍼스타 존재 여부에 달려 있다. 축구가 아직 주류 스포츠가 아닌 나라에서 이 대회를 크게 흥행시키려면 호날두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면서 "공정한가? 물론 아니다. 하지만 공정성은 FIFA가 월드컵을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이벤트로 만들기 위해 중시하는 가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FIFA가 설명한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첫 래드카드였다'는 설명은 축구 팬들의 지능을 무시하는 변명"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