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의 모습을 보는 것은 지난 시즌이 마지막이었을까.
영국에서 토트넘의 손흥민 단기 임대 영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토트넘 역사에 이름을 남긴 레전드인 손흥민이 팬들에게 제대로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팀을 떠났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손흥민을 짧게라도 임대해 팬들에게 기쁨을 줄 수도 있겠지만, 새 시대를 준비하는 토트넘에 굳이 옛날 사람을 다시 데려올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전력 면에서 손흥민이 반드시 필요한 영입이라면 모르겠지만, 현재 토트넘이 손흥민 없이도 무난하게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는 것도 손흥민 임대 영입 반대 의견에 힘을 더한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한 모양새지만, 시즌 초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9경기에서 5승2무2패를 거두며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손흥민은 내년 6월 미국에서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집중하고 있다. 손흥민이 월드컵에 앞서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의 오프 시즌에 토트넘이 아닌 다른 팀으로 임대를 떠날지, 아니면 미국에 남아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시즌과 월드컵을 준비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영국의 축구 전문 매체 'TBR 풋볼'은 28일(한국시간) "손흥민은 MLS에서 눈부신 출발을 했으나, 내년 초에는 잠시 새로운 팀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토트넘은 손흥민을 다시 데려오고 싶은 유혹이 크겠지만, 이는 잘못된 선택일 것"이라고 했다.
'TBR 풋볼'은 손흥민이 MLS의 로스앤젤레스FC(LAFC)로 이적한 이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손흥민이 떠난 토트넘도 시즌 초반에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1월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고 손흥민이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단기 임대가 필요할 때 양측은 감정에 휘둘려 각자의 판단을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며 감정적인 이유로 손흥민 단기 임대 영입을 결정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손흥민이 MLS 오프 시즌을 활용해 유럽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루머는 지난 17일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더 선'의 보도로 인해 시작됐다.
당시 '더 선'은 손흥민이 LAFC와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이른바 '데이비드 베컴 조항'을 추가했다며 손흥민 역시 과거 베컴과 티에리 앙리가 유럽으로 잠시 임대 이적했던 것처럼 월드컵을 앞두고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럽행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손흥민의 차기 행선지 후보로 그가 10년이나 몸담았던 친정팀 토트넘이 거론될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이 지난 8월 한국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친선경기를 마지막으로 갑작스럽게 토트넘과 작별했다는 점도 그의 토트넘 단기 임대 가능성을 높였다.
이탈리아에서는 손흥민이 베컴처럼 이탈리아의 명문 AC밀란 임대를 추진할 거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손흥민을 응원하는 많은 팬들은 손흥민이 다시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보길 바랐다.
그러나 'TBR 풋볼'의 생각은 달랐다.
'TBR 풋볼'은 "많은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토트넘이 1월에 손흥민을 데려오는 것이 윈윈(win-win)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토트넘 팬으로서 손흥민이 다시 토트넘 유니폼을 입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일이지만, 마음이 아닌 머리로 생각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며 토트넘이 손흥민을 다시 영입하는 걸 반대했다.
언론은 "토트넘 홋스퍼의 관점에서 현 상황을 바라보면 지금의 프로젝트가 토마스 프랑크 감독 체제에서 새롭게 시작했다는 점을 아는 게 중요하다"며 "새로운 선수들이 영입되고, 다니엘 레비 회장이 팀을 떠나면서 위계질서에 변화가 생긴 지금은 과거를 돌아볼 때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토트넘이 레비나 손흥민 등 과거 팀을 대표했던 인물들과 결별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이제 막 가동한 시점에 다시 과거의 인물, 특히 손흥민처럼 한 시대를 상징했던 인물을 데려오는 것은 팀에 좋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TBR 풋볼'은 손흥민이 다시 토트넘으로 돌아온다면 팬들은 향수를 느끼겠지만, 현실적으로 바라봤을 때 손흥민으로 인해 출전 시간이 제한되는 선수가 생길 거라면서 팀의 장기적인 미래를 고려하면 손흥민을 영입하지 않는 게 팀을 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토트넘이 1월 이적시장에서 손흥민을 데려오는 대신 오랫동안 팀의 공격을 이끌어줄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하는 게 더 낫다고 했다.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17년 만에 팀에 트로피를 안긴 손흥민은 그 자체로 둬야 한다는 게 'TBR 풋볼'의 주장이다.
'TBR 풋볼'은 뉴욕 레드불스 시절 아스널로 잠시 임대됐던 프리미어리그의 '킹' 앙리의 사례를 예로 들어 손흥민이 토트넘으로 복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에도 반박했다.
언론은 "앙리의 아스널 복귀는 가치가 없다는 걸 증명한다. 토트넘이 이 모든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짐작하려면 그들의 라이벌인 아스널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아스널은 2012년 MLS 오프 시즌에 앙리를 임대로 데려왔지만, 앙리는 162분만 출전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선발로 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앙리의 아스널 복귀가 그가 팀을 떠난 지 약 4년 반 만에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축구적인 결정이었을 뿐만 아니라, 상징적이고 카타르시스적인 결정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토트넘의 경우는 정반대다. 토트넘은 불과 3개월 전에 손흥민이 필요하지 않아서 그를 매각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손흥민이 돌아온다고 해서 분노할 사람은 없겠지만,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구단에는 적절한 선택이 아니"라며 앙리의 경우와 달리 토트넘이 반년도 지나지 않아 손흥민을 다시 데려오는 그림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