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한때 양궁 여제로 불렸던 안산(광주은행)이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
안산은 19일 중국 난징에서 열린 2025 현대 양궁 월드컵 파이널 여자 리커브 결승에서 쉬신쯔(대만)를 슛오프 끝에 세트스코어 6-5(28-28 29-25 25-27 29-25 27-28 8-7)로 이겼다.
통산 두 번째 월드컵 파이널 우승이다. 월드컵 파이널은 한 해 4차례 열리는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이 출전하는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다.
2022년 멕시코 틀락스칼라 대회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던 안산은 3년 만에 정상 자리를 탈환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안산은 올해 2차 대회 5위, 3차 대회 2위, 4차 대회 6위 등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상위권 성적을 내며 3년 만에 파이널 무대에 복귀했다.
8강에서 미셸 크로펜(독일), 준결승서 강채영(현대모비스)을 상대로 각각 7-1, 7-3 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오른 안산은 쉬신쯔를 상대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5세트 막바지 쉬신쯔의 8점짜리 화살이 판독 결과 9점으로 바뀌면서 연장전인 슛오프에 돌입한 안산은 8점을 쏘며 우승을 내주는 듯했다.
하지만 쉬신쯔가 예상과 달리 7점을 쏘는 것에 그치면서 간신히 금메달을 따냈다. 행운의 우승이었다.
이로써 안산은 지난달 광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에 이어 월드컵 파이널 챔피언에 등극하면서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3관왕에 올랐던 2021년 이후 최고의 해를 보내게 됐다.
도쿄 올림픽에서 안산은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은 물론 처음 채택된 혼성 단체전까지 따내며 올림픽 양궁 역사상 첫 3관왕을 달성, 양궁 여제 자리에 올랐다.
2021년 세계 선수권에서도 혼성 단체전 금메달, 여자 단체전 금메달, 여자 개인전 금메달로 '월드 클래스'의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다. 2022년 월드컵 파이널 여자 개인전 금메달까지 수확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후 후배 임시현(한국체대)의 등장으로 여제 자리를 내줬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개인전서 임시현에게 결승에서 패해 은메달에 그쳤다. 당시 임시현은 안산을 세트 스코어 6-0(29-26 29-26 29-28)으로 크게 꺾으면서 3관왕을 달성한 바 있다. 때문에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양궁 여제 교체를 알리는 대회이기도 했다.
안산은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하는 수모도 겪었다.
2024 국가대표 3차 선발전에서 1∼3회전 총점 14.5점을 기록, 최종 순위 21위에 그쳤다. 16위까지 주어지는 4~6회전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1회전 8.5점, 2회전 5점, 3회전 1점 등으로 경기력이 좋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 됐다.
하지만 안산은 포기하지 않았다. 국가대표 선발전서 탈락한 경험에 대해 "지난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가 다음 올림픽에 나가는 건 당연하지 않다. 그럼에도 나를 기억해주시고 찾아주시고 '안산이 올림픽 못 나갔다'는 게 내가 그만큼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해주는 구나라고 생각해 감사했다"며 오히려 더 힘이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 4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태극마크를 다시 달게 된 안산은 '고향' 광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혼성 단체전 은메달, 여자 단체전 동메달,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평소 웨이트 트레이닝을 잘 하지 않았다는 안산은 트레이닝과 보강 운동 등 선수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을 훈련을 많이 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가대표 선발 1, 2, 3차전, 평가전 1, 2차전 모두 차분하게 경기를 운영해 내년 나고야 아시안게임에도 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쾌조의 컨디션이 이어졌다. 이날 월드컵 파이널서 5세트까지 접전을 이어갔고, 슛오프에서도 다소 행운이 따르면서고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안산은 금메달을 당당히 목에 걸고 양궁 여왕의 복귀를 알렸다.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을 대표하는 여제로 돌아온 안산이 향후 국제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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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