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파라과이전에선 쾌승을 거뒀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남미 복병 파라과이와의 홈 경기에서 완승을 챙기고 10월 A매치를 1승 1패로 마무리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에서 엄지성(스완지시티)과 오현규(헹크) 등 유럽파 두 젊은 선수가 한 골씩 터트려 2-0 완승을 거뒀다.
대표팀은 지난달 미국 원정에서 미국(2-0 승), 멕시코(2-2 무)와 원정 2연전을 치른 뒤 10월엔 남미 최강 브라질, 다크호스 파라과이를 상대로 안방에서 A매치 2연전에 나섰다.
브라질전에서 0-5로 대패하면서 고개를 숙였으나 이날은 무실점 승리를 챙기면서 자존심을 세우고 11월 A매치를 기약할 수 있게 됐다.
홍명보호는 6월 열린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후 7월 동아시안컵을 거쳐 9, 10월엔 아시아 대륙이 아닌 팀들과 4경기를 치러 2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9월 미국 뉴저지에서 미국과 붙어 2-0으로 이긴 홍명보호는 미국 내슈빌로 장소를 옮겨 멕시코와 2-2로 비겼다. 10월엔 1승 1패를 남겼다. 브라질전 대패는 아쉽지만 남미에서 수비가 강하기로 유명한 파라과이에 두 골을 넣으면서 나름대로 좋은 마무리를 했다.
이날 승리를 통해 지난해 9월 홍명보호는 A매치 성적 10승 5무 2패를 기록했다.
이번 경기를 포함해 한국(FIFA 랭킹 23위)과 파라과이(37위)의 남자 성인 대표팀 대결 전적은 3승 4무 1패가 됐다.
홍명보호는 올해 마지막 A매치 브레이크인 11월을 기약한다. 한국은 우선 이번 월드컵 남미 예선 7위를 차지해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 오른 볼리비아와 격돌한다. 이어 11월18일에 한 팀과 더 치르는데 얼마 전 본선행을 확정짓는 등 아프리카에서 최근 6차례 월드컵 중 5차례 본선에 오른 가나가 거론된다.
홍명보호는 브라질전에서 뛴 선발을 8명이나 바꾼 로테이션을 가동해 이날 파라과이를 상대했다.
공격 선봉에 선 '캡틴' 손흥민(LAFC)과 중원 사령관 황인범(페예노르트), 수비의 핵심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만 브라질전에 이어 선발로 낙점됐고 무려 8명이 바뀌었다. 홍 감독은 FIFA 랭킹을 지켜 12월6일 본선 조추첨에서 포트2에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핵심 선수 몇 명만 놔두고는 상당수를 교체했다.
한국 남자 선수 역대 최다 A매치 출전을 138경기로 늘린 손흥민의 양쪽에 엄지성과 이동경(김천)이 출격해 함께 공격을 이끌었고, 김진규(전북)가 황인범과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김민재와 이한범(미트윌란), 박진섭(전북)이 스리백을 구성했고, 양쪽 윙백으로는 김문환과 이명재(이상 대전)가 배치됐다. 골문은 김승규(FC도쿄)가 지켰다.
파라과이도 지난 10일 일본전을 통해 시차 적응을 어느 정도 마친 만큼 최정예 멤버를 내세워 강하게 붙었다. 로날도 마르티네스(플라텐세)가 최전방에 서고, 3년 전 친선 경기에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소속으로 한국전에 두 골을 넣었던 에이스 미겔 알미론(애틀랜타)도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
초반부터 경기를 주도하던 홍명보호는 전반 15분 먼저 골을 뽑아냈다.
황인범의 패스를 받은 이명재의 왼쪽 측면 크로스를 상대 수비수 후니오르 알론소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이를 놓치지 않은 엄지성이 오른발로 골 그물을 흔들었다. 한국은 앞서 전반 2분 만에 수비진과 골키퍼 김승규의 호흡이 맞지 않아 실점 위기를 맞았으나 간신히 면했다.
이후 상대 수비를 잘 처리해 첫 골을 낚았다.
엄지성 입장에선 A매치 3년 9개월 만에 넣은 골이 됐다. 엄지성은 2022년 1월 아이슬란드와의 친선경기에 이어 자신의 A매치 두 번째 득점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남미 예선 18경기에서 10골만 내주며 에콰도르(5골)에 이어 아르헨티나와 최소 실점 공동 2위를 차지했던 파라과이를 태극전사들이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추가 득점을 노렸다.
전반 30분에는 황인범의 패스를 받은 이동경이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때린 왼발 중거리 슛이 골대 오른쪽으로 살짝 빗나갔다.
1-0으로 앞선 채 전반을 마치는가 싶었던 한국은 전반 44분 이한범이 우리 진영에서 동료 패스를 받은 뒤 볼을 지켜내지 못하는 실수로 치명적인 일대일 기회를 허용했다. 다만 마르티네스의 슛을 두 차례 큰 부상을 이겨내고 최근 J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김승규가 막아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후반전을 시작하며 홍명보호는 손흥민과 이동경, 이한범을 빼고 오현규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조유민(샤르자)을 투입해 다양한 공수 조합을 시험대에 올렸다.
브라질전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손흥민은 자신의 A매치 138번째 경기에서도 슈팅을 기록하지 못했다.
후반 21분엔 엄지성과 황인범 대신 이재성(마인츠)과 원두재(코르파칸)를 내보낸 대표팀은 경기 막바지로 접어들며 수비가 헐거워져 다시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한국은 후반 25분 상대에 골대 맞히는 슈팅을 내줬다. 디에고 곤살레스가 중원에서 날린 왼발 프리킥이 골대를 강타했다. 이어진 안토니오 사나브리아의 헤더는 크로스바를 스치고 벗어났다.
파라과이는 동점포를 만들겠다는 듯 이후에도 파상 공세를 펼쳤다.
약 1분 뒤엔 알미론이 페널티 지역 중앙으로 돌파해 기습적으로 날린 왼발 슛이 위로 떴다.
홍명보호는 몇 차례 위기를 넘긴 뒤 기어코 추가골을 뽑아내고 완승을 챙겼다. 교체로 들어간 두 공격수의 호흡이 좋았다.
하프라인 뒤에서 이강인이 상대 수비를 달고 타이밍을 엿보다가 중거리 전진 패스를 올렸는데 오현규가 상대 수비라인을 절묘하게 깨트린 뒤 골키퍼까지 제치고 왼발로 차 넣었다.
3년 전 카타르 월드컵에서 손흥민 낙마를 대비해 예비 멤버로 갔던 오현규는 이후 A매치에서 골을 곧잘 넣고 있다. 지난달 10일 멕시코와의 평가전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골 맛을 보며 A매치 통산 득점을 6골로 늘렸다. 홍명보호의 요긴한 조커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날 옥에 티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들어찬 2만2206명의 관중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관중이 3만명이 되지 않은 건 2015년 10월 13일 자메이카와의 평가전(2만8105명) 이후 10년 만이다.
사진=서울월드컵경기장, 고아라 기자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