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보스' 스틸컷.
(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익숙할 것 같았지만 맛있게 달랐다.
3일 개봉한 영화 '보스'(감독 라희찬)은 조직 차기 보스의 자리를 앞두고 고군분투하는 조직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코믹 액션 영화다.
느와르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정장 입은 조폭 아저씨들의 패싸움은 한국 영화 팬들에겐 너무 익숙한 장면이다. 조우진, 정경호, 박지환, 이규형이 보여주는 비주얼부터 예상이 가는 듯 하지만 까고 보면 정말 달랐다.

영화 '보스' 스틸컷.
'보스'는 가장 높은 자리에 가기 위해 서로 죽고 죽이던 조폭들이 아닌 각자의 꿈을 위해 보스를 '양보'하는 이들의 필사적인 싸움이 담긴다.
이기는 자가 조직을 갖는 것이 아닌 지는 자가 꼼짝없이 보스가 되는 꼴이라니 아는 맛에 새로움이 더해져 구미를 당긴다.
아내와 딸 미미를 위해 조직 내 능력자이자 리더로 추앙받았던 식구파 2인자 순태(조우진 분)는 폭력과 힘이 아닌 맛과 요리실력으로 세상을 휘젓고 싶은 미미루 주방장이다.
강표(정경호)는 순태 대신 조직을 위한 큰 일을 대신 처리한 후 감옥에 수감되었다가 춤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 배움의 꿈을 꾸게 된 댄서다. 순태와 마찬가지로 식구파의 차기 보스 후보인 인물이다.
공교롭게도 식구파 희망들이 새로운 꿈을 꾸게 된 상황에서 보스의 자리가 빈 가운데, 유일하게 보스를 꿈꾸던 3인자 판호(박지환)도 차기 보스 후보로 나선다.

영화 '보스' 스틸컷.
인물 별로 촘촘하게 쌓이는 서사가 친절하다. 보스를 하지 않아야만 하는 이유가 인물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필사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흥미롭다. 조직에서 벗어나려는 조직원들의 힘겨운 여정을 응원하게 된다.
판호의 불같은 성격도 코미디 요소 중 하나다. 또한 식구파의 불법행위 검거를 위해 10년간 조직에 몸담았던 언더커버 경찰 태규(이규형)도 중간중간 설계된 웃음에 자연스러운 웃음을 더한다.
아빠가 된 조폭짱을 연기하는 조우진의 강인함과 부드러움, 끈적하지만 담백한 정경호의 몸짓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캐릭터들이 녹아든 액션도 눈을 즐겁게 한다. 조폭으로 이렇게 가벼운 웃음이 가능하다니, 현실을 잠시 잊게하는 즐거움이 따라온다.
언제나처럼 살벌하지만 귀여움으로 승부하는 박지환의 강인함이 '보스'에서 제대로 활약을 펼친다. 모두가 힘이 빠진 사이 홀로 활약하는 이규형의 묵직한 활약도 관전 포인트다.

영화 '보스' 포스터.
어느 정도 익숙한 소재에 어느 정도 예상되는 웃음은 있다. 하지만 보스와 양보라는 키워드를 과감하게 접목시킨 색다름까지 있다. 이러한 '보스'만의 색이 모였을 때 명절에 가족과 함께 즐기기 제격인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을 준다.
가족과 함께 보기 머쓱한 장면도, 잔인한 장면도 없이 배우들의 순수한 연기력과 섬세한 서사로만 구성된 '보스'는 3일 전국 극장에 개봉했다. 러닝타임 98분.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