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잉글랜드 축구의 슈퍼스타 잭 그릴리시가 결국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떠난다.
한 때 1억 파운드(약 1871억원)의 몸값을 기록하며 영국 축구사 최고 이적료를 세우고 화제가 됐지만, 최근 두 시즌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됐다.
차기 행선지는 같은 프리미어리그 내의 에버턴으로, 계약 방식은 임대다. 에버턴은 새 시즌 최신식 구장을 새로 지어 임한다. 새 홈 경기장에서 팬들의 눈길 사로잡을 인물로 그릴리시를 택했다.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는 11일(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에버턴이 맨시티로부터 그릴리시를 임대 영입한다. 메디컬 테스트가 오늘 예정돼 있으며, 계약은 24시간 내로 마무리된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어 로마노는 선수 혹은 감독이 이적을 눈 앞에 뒀을 때 쓰는 자신의 대표적인 시그니처 멘트 '히어 위 고(Here we go)'를 함께 사용해 이적이 사실상 성사 단계에 이르렀음을 알렸다.
영국 공영방송 'BBC'도 같은 날 "에버턴이 그릴리시와 시즌 종료까지의 임대 계약을 앞둔 상황에서 맨시티와 협상을 진전시키고 있다"며 "아직 완전한 서명 단계는 아니지만, 메디컬 테스트가 곧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BBC'는 "그릴리시가 최근 몇 년간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고, 프리미어리그 최종전과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명단에서도 제외됐다"고 부연했다.
그릴리시는 애스턴 빌라 유소년 시스템에서 성장해 2019년 주장으로 선임되며 팀의 중심이 됐던 선수다. 당시 압도적인 드리블 능력과 볼 운반, 그리고 전방 압박 때의 헌신적인 움직임으로 프리미어리그 전역의 관심을 받았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2021년,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이었던 맨시티로 이적했다. 이적료는 1억 파운드로 당시 영국 축구 역사상 최고액이었다.
이적 초기에는 적응 과정에서 기복이 있었지만, 2022-2023시즌에는 완벽히 팀 전술에 녹아들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잉글랜드 FA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제패했던 '트레블' 시즌에 핵심 멤버로 활약하며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전 경기 선발 출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후 2023-2024시즌부터 그릴리시는 부상과 경쟁 심화로 출전 기회가 급감했다. 특히 지난 2024-2025시즌, 그는 리그 7경기 선발에 그쳤고 전체 출전 시간은 팀 총합의 30%에 불과했다.
영국 유력지 '디 애슬레틱' 역시 해당 수치를 두고 "그릴리시는 2022-2023시즌을 끝으로 완전히 몰락했다"며 "과르디올라 감독이 그에게 '트레블을 함께했던 수준을 되찾길 바란다'고 주문했지만, 필 포든, 제레미 도쿠, 베르나르두 실바, 사비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사실 그릴리시는 이번 여름 완전 이적을 선호했다. 'BBC'는 "그는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는 팀으로의 이적을 원했지만, 뉴캐슬 유나이티드나 토트넘 홋스퍼 등에서 구체적인 제안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을 중심으로 재건을 목표로 하고 있는 에버턴이 가장 빠르게 움직였다. 손흥민이 빠져나가면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토트넘이 그를 원한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릴리시는 에버턴을 선택했다. "정기적인 출전 기회와 구단의 야심 있는 프로젝트"를 이유로 이적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임대 이적은 그릴리시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릴리시는 다가오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유로 2024 대표팀 명단에서 탈락했을 당시 그는 "정말 가슴이 찢어졌다"고 밝히며 국가대표 복귀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에버턴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폼을 회복한다면, 2026년 월드컵 예선과 주요 대회에서 다시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에버턴 클럽 입장에서도 전력 보강 효과가 크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티에르노 바리(비야레알), 마크 트래버스(본머스), 아담 아즈누(바이에른 뮌헨), 키어넌 듀스버리-홀(첼시)과 카를로스 알카라스(사우샘프턴)를 데려온 데 이어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험이 풍부한 측면 공격수를 품게 됐다.
에버턴은 5만2888석 규모의 힐 디킨슨 스타디움을 2025-2026시즌부터 새 홈구장으로 쓴다. 새 구장에 걸맞은 성적과 스타플레이어가 필요하다. 그릴리시가 오게 됐다.
그릴리시는 영국 톱모델인 사샤 애트우드와 사실혼 관계를 맺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축구 스타를 넘어 셀러브리티 대우를 받고 있다.
그릴리시는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는 즉시 계약서에 서명할 예정이며, 에버턴의 새 홈구장 힐 디킨슨 스타디움에서 열릴 2025-2026시즌 개막전에 맞춰 에버턴 유니폼을 입고 뛸 가능성이 크다.
한때 영국 최고 이적료의 주인공이었던 그는 이제 머지사이드에서 커리어 반등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한다.
사진=연합뉴스 / 파브리치오 로마노 SNS / 사샤 애트우드 SNS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