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일본 국가대표팀 주장 엔도 와타루가 자신의 소속팀 리버풀 FC의 주장 완장까지 착용했다.
그의 고향 일본에서 열린 리버풀의 프리시즌 투어 경기에서 후반 교체 출전한 엔도가 버질 판데이크로부터 주장 완장을 넘겨 받은 것이다.
이는 구단과 아르네 슬롯 감독이 지난 시즌 그의 역할을 평가하며 기획한 일종의 예우로, 단순한 출전 이상으로 의미를 지닌 장면이었다.
리버풀은 30일(한국시간) 일본 도쿄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코하마 F. 마리노스와의 프리시즌 경기에서 리버풀은 3-1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는 리버풀이 아시아 투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일정이었고, 엔도는 후반 14분 교체 투입됐다.
그는 교체 당시 주장인 판데이크로부터 완장을 건네받아, 경기 종료까지 약 30분간 리버풀의 주장으로 뛰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슬롯 감독은 해당 결정을 한 이유에 대해 엔도의 가치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 시즌 우리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데에 엔도의 기여가 컸다"며 "그가 경기 전반에 출전하지는 않았지만, 필요한 순간마다 항상 팀을 위해 준비되어 있었고, 맡은 역할을 잘 수행했다"라며 주장 완장을 넘겨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살라, 디아스, 각포, 판데이크 같은 선수들의 공헌도 중요하지만, 주전으로 뛰지 못했음에도 팀 내 역할을 묵묵히 수행한 선수들도 있다. 엔도는 그런 선수들의 대표적인 예"라며 "필요한 시간에 교체로 투입되어 수비 안정과 경기 마무리에 기여했다. 그 점을 고려하면 주장 완장을 준 것은 충분히 정당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시즌 엔도의 리그 출전 시간은 261분에 불과하며, 모든 대회를 합쳐도 865분이었다. 출전 시간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슬롯 감독은 그가 보여준 태도와 팀 기여도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이번 요코하마전은 엔도에게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경기였다.
그는 리버풀 구단 공식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리버풀 소속으로 일본에 와서 뛸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가족들도 경기장을 찾아왔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경기였다"며 "감독과 버질이 나에게 주장 완장을 맡겨 준 것은 감사한 일이고, 팬들도 그렇게 되길 바랐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엔도는 이 경기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과 더불어 센터백으로도 소화했다. 이에 대해 "나는 예전에도 일본에서 센터백으로 뛰었던 경험이 있고, 지금도 포지션에 상관없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다. 6번, 센터백, 오른쪽 수비 모두 괜찮다"고 말했다.
리버풀과 2년 계약이 남아 있는 그는 "계속 팀에 남고 싶다. 구단이 떠나라고 해도 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는 요코하마가 후반 10분 우에나카 아사히의 골로 선제 득점했으나, 리버풀은 플로리안 비르츠의 동점골에 이어 유망주 트레이 뇨니와 리오 은구모하의 추가 득점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리버풀은 이 경기로 프리시즌 아시아 투어 일정을 마무리했다.
경기 후에는 해당 경기 승지자에게 주어지는 'J리그 월드 챌린지' 우승 트로피 시상식이 있었고, 이날 주장 역할을 수행한 엔도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번 프리시즌 일본 원정에서의 역할을 통해 엔도는 출전 시간과 무관하게 팀 내 존재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화려한 스타들 뒤에서 묵묵히 팀을 받쳤던 엔도가 출전 시간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헌신의 가치를 이번 일본 원정에서 비로소 제대로 조명받은 셈이다.
하지만 2026년은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해이기도 하다.
일본 국가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는 엔도 입장에서는 대표팀 내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클럽에서의 출전 시간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할 필요가 있다.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시점에서 꾸준한 경기력이 요구되는 만큼, 이번 시즌에는 리버풀 내에서 보다 실질적인 출전 비중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리버풀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