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김환 기자) 강성진은 FC서울 산하 오산고 출신으로, 서울의 '성골 유스'라는 단어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그런 그가 올여름 서울의 라이벌인 수원 삼성으로 전격 이적했다. 수원이 K리그2로 강등되기 전 K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 더비였던 '슈퍼 매치'로 엮인 두 클럽의 라이벌 구도가 대단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무리 임대 이적이라고 하더라도 강성진의 수원행은 상당히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선수로서는 어려운 결정이기도 했다. 오산고를 거쳐 서울에 입단, 지난 2021년 K리그1 최연소 출전기록(17년 11개월 12일)을 갈아치우며 혜성처럼 데뷔한 이후 줄곧 서울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강성진은 수원과의 라이벌리를 몸소 경험한 선수다.
강성진은 서울의 미래이자 향후 국가대표팀에 꾸준히 발탁될 재목이라는 평가받기도 했다. 그는 2022년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부름을 받아 대표팀에 발탁돼 홍콩을 상대로 멀티골을 터트리며 이름을 알렸고, 이후에도 서울을 대표하는 영건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던 그다.
강성진의 수원 이적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 이유다.
강성진에게 1년 넘게 러브콜을 보냈던 수원 사령탑 변성환 감독은 "강성진은 내가 1년 전부터 러브콜을 보냈던 선수"라며 "작년 6월부터 임대를 원했다. (강)성진이는 내가 대한축구협회(전임지도자)에 들어갔을 때 처음으로 연령별 대표팀에서 같이 호흡을 맞췄던 선수라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그 선수가 하는 걸 봤기 때문에 우리 팀에서 선수가 잘하는 부분을 살려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성진의 이적을 두고 생긴 팬들의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선수의 속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흔히 말하는 성골 유스로 자라서 서울 팬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선수라 이적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감쌌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우리 구단에서 보여준 진정성 있는 모습, 그리고 성진이에 대한 내 강한 신뢰가 성진이의 마음을 돌리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훈련장에서 보니 부담감보다 설렘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27일 수원과 서울 이랜드 FC의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난 강성진은 자신이 시즌 도중 수원 임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침착하게 이야기했다.
강성진은 "선수로 감독님께서 이렇게 나를 필요로 하셨던 부분이 되게 감사하기도 했고, 나도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감독님이 꾸준하게 내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것에 영향을 받았다"며 "감독님이 나를 원하셨던 만큼 내가 꼭 이 팀의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잘해야 할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당연히 라이벌 팀이라는 것도 알고, 역사적인 내용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많은 고민이 됐다. 감독님 말씀대로 작년부터 이야기가 있었을 때 그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면서도 "하지만 선수로서 경기에 뛰어야 하고, 나를 원하시는 감독님의 스타일을 봤을 때 라이벌 관계를 떠나 내가 뛸 수 있고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게 내 성장을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보니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수원 이적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강성진은 계속해서 "서울이 아닌 팀의 유니폼을 처음 입어 보니 많이 어색한 것은 사실"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적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출전 시간 외에 수원 이적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강성진은 "선수로서 팀의 감독님이 나를 원하는 것도 중요하고, 팀이 나를 원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이 팀에 온 이상 팀의 목표에 맞게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해 강성진과 마찬가지로 서울에서 수원으로 임대됐던 이시영과 연락을 주고 받았는지 묻자 강성진은 "(이)시영이 형과 이적이 확정된 이후 통화를 했다. 나에게 수원에서의 생활이나 축구, 감독님의 스타일 등 많은 조언을 해 주시면서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해 주셨다"고 했다.
서울 이랜드전에서 교체 투입된 강성진은 경기 중 코너킥을 찰 때 수원 팬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줄곧 서울에서만 뛰었던 강성진으로서는 색다른 경험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강성진은 "팬분들께서 내 이름을 불러주시면서 파이팅을 넣어주시는 모습을 보고 선수로서 팬분들께 감사했고, 팬들과 호흡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나를 그렇게 반겨주시면서 불러주시는 게 감사해서 나도 인사드렸다"고 했다.
끝으로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의 애칭)에서 뛰는 감정이 어땠는지 묻는 말에 강성진은 "빅버드는 원정이 아닌 홈으로 뛴 게 처음이어서 감사하기도 했고, 선수들이 힘을 얻고 뛰기에 좋은 환경인 것 같았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수원, 김환 기자 / 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