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새 시즌 준비가 본격화된 가운데, 주장 손흥민의 거취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프리시즌 첫 경기에서 기대에 못 미친 경기력을 보여준 손흥민은 잉글랜드 현지 매체로부터 연이은 혹평을 받았고, 동시에 그의 이적설이 점차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고 떠오르고 있다.
10년을 함께한 팀에서 이제는 이별의 시간이 가까워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토트넘은 19일(한국시간) 영국 레딩의 '셀렉트 카 리싱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시즌 첫 평가전에서 3부 소속 레딩을 2-0으로 제압했다.
이번 경기는 토마스 프랭크 감독 체제에서 처음 치르는 공식 친선경기로, 프랭크 감독의 비공식 데뷔전이었다. 토트넘은 전반에 다소 고전했으나, 후반 들어 투입된 윌 랭크셔와 루카 부슈코비치가 연속골을 터뜨리며 무난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이 경기의 가장 큰 관심사는 프리시즌 첫 승도, 프랭크 감독의 전술도 아니었다. 손흥민의 부진한 경기력과 그를 둘러싼 이적설이 경기 이후 화제를 집중시켰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됐다. 프랭크 감독은 주장 완장을 전반에는 크리스티안 로메로에게, 후반에는 손흥민에게 맡겼다.
사전 기자회견에서 그는 "아직 주장을 정하지 못했다"면서 "두 선수가 각각 전후반 주장직을 달고 뛰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고, 실전에서 두 선수에게 각각 주장 역할을 맡기며 비교 검증에 나섰다.
그러나 손흥민은 이 중요한 시험대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좌측 윙어로 나선 그는 드리블 시도마다 상대 수비에 막혔고, 공을 잡은 이후에도 공격적인 전진 없이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경기 내내 유효슈팅은 단 한 차례도 없었고, 공격적인 장면에서 영향력은 사실상 전무했다.
통계로도 손흥민의 저조한 퍼포먼스는 고스란히 드러났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 '풋몹'에 따르면 손흥민은 약 45분간의 출전 동안 슈팅 1회, 패스 성공률 64%(9/14), 드리블 성공률 0%(0/3), 크로스 성공률 0%(0/1), 볼 경합 성공률 40%(2/5)를 기록했다.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명백히 부진한 수치였다.
반면 이번 이적시장을 통해 새롭게 합류한 영입생 모하메드 쿠두스는 손흥민과 함께 후반전에 투입된 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쿠두스는 오른쪽 윙어로 배치돼 민첩한 드리블과 빠른 판단력을 바탕으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특히 루카 부슈코비치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하며 팀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풋몹은 쿠두스에게 평점 7.4점을 부여했고, 손흥민은 6.2점을 기록하며 두 선수 간 평가에서 극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손흥민을 향한 현지 언론들의 평가도 냉정했다. '풋볼 런던'의 토트넘 전문 기자 알라스데어 골드는 손흥민에게 팀 내 최저 평점인 5점을 부여하며 "몸에 녹이 슬었다. 몇 차례 터치 미스로 인해 조율이 맞지 않았고, 아직 경기 감각이 올라오지 않은 듯 보였다"고 지적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손흥민은 후반에 들어왔지만 활력이 없었다. 무거운 몸놀림, 예전 같지 않은 터치, 슈팅 감각 모두가 부정적인 신호였다'며 혹평을 이어갔다.
영국 '더 스탠더드' 역시 "조용한 경기였다. 손흥민이 다음 시즌에도 여전히 이 팀에 남을지는 알 수 없다"고 평가했고, 'TBR풋볼'은 "터치가 무뎠고, 볼 소유가 불안정했다. 적절한 제안이 온다면 토트넘은 손흥민을 매각할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한 "며 이적 가능성을 언급했다.
매체가 언급한 것처럼, 실제로 손흥민을 둘러싼 이적설은 하루가 다르게 현실성을 더해가고 있다. 영국 매체 '기브미스포츠'는 "토트넘은 손흥민이 떠나는 것을 막지 않을 것이다. 팀은 이미 쿠두스를 영입했고, 요안 위사와 같은 공격 자원 보강도 병행하고 있다. 손흥민은 더 이상 클럽의 중심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축구 전문 매체 '트라이벌 풋볼'은 손흥민이 아시아 투어를 끝으로 팀을 떠날 가능성을 제기하며 "손흥민은 계약 종료까지 1년 남았고, 이번 여름이 마지막 매각 기회일 수 있다. 구단은 손흥민에게 적절한 제안이 올 경우 이적을 허용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어 "손흥민 본인은 이적을 강하게 요구하지는 않지만, 구단은 시장 상황에 따라 이적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손흥민에게 관심을 보이는 구단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아흘리, 알 나스르, 알 까드시야가 손흥민을 향한 제안을 제시할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미국 MLS 소속 LAFC 역시 손흥민을 주시 중이다. 또한 손흥민의 옛 스승 조제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페네르바체도 손흥민 영입에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캡틴 손'의 위치도 흔들리고 있다. 영국 매체 '스퍼스웹'은 20일 "프랭크 감독이 손흥민을 주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손흥민은 33세이고 계약도 1년밖에 남지 않았다. 로메로가 더욱 적합한 선택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장은 매 경기 선발이 보장된 선수여야 한다. 손흥민은 이제 그런 확실한 자리에 있지 않다"며 주장 교체론에 힘을 실었다.
물론 손흥민의 상업적 가치는 여전히 막강하다. 손흥민은 오는 7월 31일 홍콩에서 열리는 아스널전과 8월 3일 서울에서 열리는 뉴캐슬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결국 손흥민의 이적 여부는 아시아 투어 이후 본격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어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팬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일정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10년 동안 팀을 대표했던 손흥민, 이제는 마지막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는 듯하다.
사진=연합뉴스/토트넘 홋스퍼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