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조성환 감독대행.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간절했습니다."
조성환 두산 베어스 감독대행은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하루 전 승리를 복기하며 상기된 목소리를 들려줬다.
조 대행은 지난 2일 이승엽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뒤 공백을 채우기 위해 감독대행직을 맡았다. 3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부터 팀을 이끌었다. 3일엔 3-11, 4일엔 3-8로 완패했다.
이어 지난 5일 KIA전서 2-1 승리로 감독대행 선임 후 첫 승을 챙겼다.
두산은 1-1로 팽팽하던 9회말 끝내기 찬스를 만들었다. 2사 1, 2루서 여동건의 대타 김동준이 KIA 마무리 정해영을 상대로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2루 주자 박준순은 3루를 돌아 홈으로 전력 질주했다. 그러나 KIA 우익수 최원준이 빠르고 강한 송구로 홈 보살을 선보였다. 홈에서 박준순이 아웃돼 득점 없이 이닝이 종료됐다.
연장 10회말 두산이 마침내 끝내기 승리를 완성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외인 타자 제이크 케이브가 좌중간 안타를 쳤다. 단타성 코스였지만 케이브는 사력을 다해 뛰었고, 2루에 안착하며 2루타를 기록했다. 이후 2사 1, 2루서 김민석이 좌중간 방면으로 끝내기 안타를 터트렸다. 이번에도 2루 주자 케이브가 이를 악물고 뛰어 홈으로 들어온 덕에 득점에 성공할 수 있었다. 두산은 2-1 신승을 차지했고 조 대행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왼쪽부터 두산 베어스 김민석, 조성환 감독대행.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한준 기자

물을 맞고 있는 두산 베어스 조성환 감독대행.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한준 기자
이튿날인 6일 잠실서 만난 조 대행은 "선수들이 잘해서 크게 덕을 봤다. 내가 너무 조명을 받아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선수들에게 물을 맞은 것은 은퇴식 이후로 처음인 듯하다. 기분 좋았다"고 멋쩍게 웃었다.
조 대행은 "진짜 간절했다. 인터뷰할 때도 울컥하는 마음이 있었다"며 "누군가는 '한국시리즈 하냐'고 말씀하시는데 한국시리즈와 정규시즌이 별개인가 싶다. 오히려 선수들이 정규시즌 경기에서도 한국시리즈처럼 세리머니를 크게 하고 파이팅도 외치며 담대하게 플레이했으면 좋겠다. 한 경기의 중요성을 더 느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9회에 끝냈으면 했다. 그런데 상대 최원준 선수가 정말 좋은 플레이를 해줬다. 10회에 안타까지 치더라"며 "우리 (선발투수) 최원준은 정말 예쁜데 KIA 최원준 선수는 솔직히 좀 거리를 두고 싶더라. 디펜딩챔피언인 KIA와 멋진 경기할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두산 선발투수 최원준은 5일 KIA전에 등판해 5⅓이닝 1실점, 노 디시전을 기록했다. 올해 선전 중이나 승운이 안 따라 첫 승 없이 5패만 떠안고 있다.
조 대행은 "어제(5일) 5회를 마치고 6회를 준비하며 잠깐 최원준과 이야기를 나눴다. 내게 '감독님 경기 잡고 싶으시면 저 바꾸셔도 됩니다'라고 하더라"며 "그래서 과감하게 고효준을 투입할 수 있었다. 최원준이 마운드에서 내려온다고 해서 흐름이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 말 한마디가 내게 굉장히 큰 힘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산 베어스 최원준.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한준 기자

두산 베어스 제이크 케이브.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한준 기자
이어 "승리 후 인터뷰하다 옆을 봤는데 최원준이 큰 물통을 하나 들고 있더라. 거기서 울컥했다. 말 한마디가 팀 플레이에 정말 중요한 부분이 된다는 걸 내게 일깨워줬다"고 강조했다.
케이브의 전력 질주도 빼놓을 수 없다. 조 대행은 "어제 경기 전 케이브를 불러 대화를 나눴다. 본인의 기대보다 성적이 못 미치고 있지만 팀에서 보여주고 있는 플레이 자체만으로도 우리 선수들에겐 공부가 된다고 했다"며 "젊은 선수들이 좋은 영향을 받고 있으니 계속 그런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어제 케이브 선수가 뛰는 걸 보며 우리 선수들도 느낀 게 많았을 것이다. 아주 감사하다"고 칭찬했다.
어린 선수들이 힘을 합쳐 활약 중이다. 조 대행은 "입장을 바꿔 내가 저 나이에 게임에 나갔으면 이 정도로 잘했을까 싶다. 압박감도 있고 여러 면에서 쫓기는 것도 있을 텐데 잘 해내고 있다. 더 다부지게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듯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산은 6일 롯데전서 케이브(우익수)-김동준(지명타자)-양의지(포수)-김재환(좌익수)-김민석(1루수)-박준순(3루수)-김대한(중견수)-박계범(유격수)-여동건(2루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선발투수는 잭로그다.
주전 중견수 정수빈의 이름이 빠졌다. 조 대행은 "정수빈과 내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어제 경기 이기면 오늘(6일) 휴식을 주기로 했다. 조금 지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제 결국 이겨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며 "후반 출전 여부는 분위기를 보려 한다. 팀에 좋은 상황이 왔을 때 정수빈이 나가 힘을 보태주면 훨씬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고 설명했다.

두산 베어스 정수빈.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한준 기자
사진=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한준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