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배우 류덕환이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통해 TV 드라마에 복귀했다.
2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에 출연한 류덕환과 엑스포츠뉴스가 만났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80세의 모습으로 천국에 도착한 해숙(김혜자 분)이 젊어진 남편 낙준(손석구)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현생 초월 로맨스를 담은 드라마다.
류덕환은 어린 시절의 외로움을 간직한 의문의 인물 목사 역을 맡아 김혜자와 따스한 호흡을 맞추며 극을 이끌었다. 그는 극 말미에 해숙과 낙준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시청자들을 웃고 울게 했다.
김혜자와의 호흡을 회상한 류덕환은 "제가 잘하는 척 하려고, 선생님 앞에서 당당한 척 하려고 노력했다. 근데 선생님 기에 제가 죽었다"며 "현장 분위기가 편하니까 제가 금방 익숙해졌다. 2, 3부 찍을 때만 해도 긴장해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눈이 부시게'도 너무 좋게 봐서 완벽한 팀에 누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이 컸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4부 촬영부터는 저를 놓아 버렸다. 다 놀면서 하는데 나도 놀면서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 저는 전시회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실 나가듯 현장에 갔다. 이렇게 편한 현장이 없었다 싶을 정도로 편하게 갔다"고 특별한 현장을 고백했다.
김혜자는 후배에게 절대 조언을 하지 않는다고. 류덕환은 "대신 선생님이 장난을 많이 치신다"며 "어느 날은 '덕환이 좀 불러봐'해서 불려 갔다. 근데 '너 이거 봐봐' 하더니 주머니에서 손가락 하트를 날리시더라. 어디서 배우신 거다"라며 심쿵했던 일화를 전했다.
"이러시니 어려움이 느껴질래야 느껴질 수가 없었다"고 말을 이은 류덕환은 "선생님이 힘들 거 같을 때 그런 장난 쳐주시니 편했다. 제가 뭘 하지 않아도 현장이 잘 굴러가서 좋았다"며 김혜자를 향한 고마움을 밝혔다.
류덕환은 김혜자와의 눈맞춤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해숙을 엄마로 추측했던 목사 신을 회상하며 "선생님이 '나 사실 애가 없어요'라고 대사를 할 때 울 생각이 없었다. 근데 선생님이 절 그렇게 오래 바라보며 연기한 게 처음이다. 눈이 너무 신기하다. 눈동자가 좀 사기 같다. 갈색빛인데 작은 눈동자에 빨려들어가듯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홀로 대본을 공부하며 준비한 것을 못했다는 그는 "전 제가 준비한 것을 못했을 때 많이 놀라움을 느낀다. (상대가) 저도 느끼지 못한 세포를 깨워준 거다. 김혜자는 그런 사람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내에 대한 사랑도 드러냈다.
2021년 쇼핑몰 사업가 겸 모델 전수린과 결혼한 류덕환은 이날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시청한 아내의 반응을 언급했다.
류덕환은 "(아내가) 너무 재밌게 봤다. 원래 드라마를 좋아하고 다 본다. 제가 한 드라마를 다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대중의 눈으로 절 항상 바라봐주는데, 이번에 엄청 좋아해줘서 좋았다. 어제도 드라마를 보고 울면서 이야기하더라"며 눈물을 흘린 아내 성대모사를 해 현장에 웃음을 안겼다.
그는 "우리 아내는 지금 순간의 느낌을 가장 좋아한다. 제가 프러포즈할 때도 안 울었다. 즐겁고 행복하면 그냥 박수치고 좋다고 웃는다"며 "근데 우리 아내가 울었다는 건 '먹혔구나'란 뜻이다"라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결혼 후 류덕환은 잠시 연기 휴식기를 가진 바 있다. 그는 해당 선택에 대해 "결혼과 아내에게 집중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류덕환은 7년 간의 열애 끝 결혼한 아내에 대해 "제 군대도 기다려줬고 부족한 날 선택해줬고 결혼도 했는데 내가 해줄 게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두 가지뿐이더라"라고 운을 뗐다.
그는 "아내에게 시간을 쏟고 술을 끊는 거였다"며 "아내가 술을 못 먹고 전 술을 잘 먹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술보단 다른 즐거움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결혼 후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혼 후) 모든 시간을 아내와 가족들과 같이 보냈다. 여행도 가고, 출퇴근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찾다가 카페를 차려본 거다"라는 류덕환은 잠시 배우에서 카페 사장이 된 이유를 밝히며 "그 생활을 즐겼다. 저녁에 아내가 퇴근하면 밥 같이 먹는 게 루틴이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카페 개업 6개월 만에 코로나19를 마주했다고도 전한 그는 어려웠던 카페 운영기를 통해 인생을 배웠다고도 덧붙였다.
그렇게 카페를 운영하던 그는 결혼이 준 안정감에 대해 "예전에는 새벽 1시에 선배들이 전화해서 술 먹자고 하는 일이 당연했다. 그럼 전 가서 좋은 이야기 하나라도 더 듣고 싶었다. 그런데 그건 어릴 때였다"고 고백하며 "이제 저도 마흔 가까이 되어가다보니 나도 꼰대가 되어가는구나 싶다. 내 머릿속 생각들이 정해지고 있구나, 내 삶을 찾아가고 있구나 생각이 드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젠 아내랑 저녁 먹어야해서 나갈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매일매일 술에 찌들어 있는 삶이 아니라 '내일 뭐할까'하는 것이 생겼다. 아내랑 여행 스케줄 짜는 것도 좋았다. 물론 제가 다 짠다"며 사랑꾼 면모를 내비쳤다.
류덕환은 연기 활동을 쉬었을 때도 행복한 삶을 살았다면서도 "쉬면서 연기가 행복한 직업인가 생각했다. 행복했지만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사람은 자기가 잘하는 걸 할 때 가장 만족감을 느끼고 더 성장하는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거 같다"고 배우를 다시 택한 이유를 전했다.
"제가 생각보다 커피를 잘 내리지도 않더라"고 너스레를 떤 그는 33년 연기 인생을 돌아보며 '천국보다 아름다운' 현장을 통해 부담을 갖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연기는 항상 어렵고 두렵다. 답은 없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답을 믿고 가야한다. 내가 만든 창조 인물이니까"라고 설명하며 "그것이 틀어질까 항상 조마조마했었다. 근데 ('천국보다'를 통해) 어쩌면 그 부분이 날 옥죄이고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품이 자신에게 남긴 의미를 되새기며 여전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한편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지난 25일 종영했다.
사진 = 씨엘앤컴퍼니, 스튜디오피닉스, SLL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