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엘링 홀란이 또다시 결승전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번엔 경기력 때문이 아니라,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던 페널티킥을 양보하며 축구계 안팎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홀란이 활약 중인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1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FA컵 결승전에서 크리스털 팰리스에 0-1로 패하며 약 8년만의 '무관'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경기에서 가장 큰 논란의 중심에는 다름 아닌 맨시티의 간판 공격수 홀란이 있었다.
경기 중 얻은 결정적인 페널티킥 기회에서 팀의 전담 키커인 홀란이 직접 슛을 시도하지 않고 동료 오마르 마르무시에게 볼을 넘긴 장면은 경기 후 영국 언론과 팬들의 강한 질타를 불러왔다.


전반 30분 맨시티가 0-1로 뒤진 상황에서 베르나르두 실바가 타이릭 미첼에게 페널티를 유도해 동점을 만들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페널티킥이 선언된 후 홀란은 공을 안고 페널티 지역으로 향했다. 순간 대부분은 그가 직접 찰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가 공에 입을 맞춘 뒤 동료 마르무시에게 넘기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포착됐다.
하지만 이를 받은 마르무시가 오른발로 찬 킥이 팰리스 골키퍼 딘 헨더슨에게 막히며 동점 기회를 날렸다.
페널티킥을 실패한 마르무시는 이전 소속팀 프랑크푸르트에서 페널티 9개 중 8개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지만, 맨시티 이적 후 한 번도 페널티킥을 시도한 적이 없었다.
홀란은 커리어 통산 페널티 57회 중 49회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그가 시도한 페널티킥 7번 중 3번이나 실패하며 심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후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누가 찰지는 선수들이 직접 결정한다. 그 순간은 감정과 자신감에 따라 달라진다"며 "홀란은 직접 차려 하지 않았고, 선수들끼리 마르무시가 준비됐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마르무시가 페널티킥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부담이 커졌고, 그게 압박을 더했을 것"이라며 "헨더슨의 선방도 뛰어났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냉정했다. 홀란의 페널티킥 외면은 곧 언론과 팬들의 거센 비판으로 이어졌다.
전 잉글랜드 주장 웨인 루니는 'BBC' 해설에서 "홀란은 월드 클래스 공격수이긴 하지만,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는 다르다. 그 둘이라면 절대 공을 넘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승부욕과 이기심이 두 선수와 홀란, 킬리안 음바페 같은 선수의 차이"라며 "홀란이 찬스를 놓치면 표정에서 그 영향을 바로 볼 수 있다. 웸블리에서 페널티를 차야 한다는 압박이 너무 컸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BBC'의 또 다른 해설위원 앨런 시어러 역시 "내게 '오늘 페널티를 네가 안 찬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결승전에서 페널티를 양보한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홀란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어 시어러는 "그가 건강해서 경기에 나왔다면, 페널티도 직접 차야 한다. 이건 멘탈 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전 맨시티 수비수이자 해설위원인 마이카 리차즈 역시 "홀란은 평소 매우 자신감 넘치는 선수인데, 이번엔 이상했다. 왜 그가 그 자리를 피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홀란이 공에 입을 맞춘 것이 '죽음의 키스'였다"고 말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반응을 인용, 팬들이 해당 해동에 조롱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특히 팬들은 "홀란이 공에 한 키스는 마르무시에게 행운이 아닌 재앙을 불러왔다"며, 맹비난을 퍼부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홀란은 맨시티 이적 첫 해인 2022-2023시즌에 52골을 기록하며 팀의 트레블(챔피언스리그, 프리미어리그, FA컵)을 이끈 주역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경기력 저하가 두드러졌고, 홀란 자신도 최근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을 "끔찍하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아쉬운 시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리그 상위권 득점 순위를 지키고 있는 홀란이다.
홀란은 지금까지 맨시티 유니폼을 입고 치른 8번의 결승전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웸블리에서의 6경기 연속 무득점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번 결승전은 그의 웸블리 연속 무득점 기록을 더 늘렸으며, 특히 FA컵과 커뮤니티 실드 등 주요 결승전에서는 한 골도 넣지 못했다는 점이 재조명되며 비판을 키웠다.
맨시티는 이번 패배로 두 시즌 연속 웸블리에서 결승 패배를 기록했다. 2016-2017시즌 이후 처음으로 무관에 그치는 좌절을 맛봤고, 클럽 레전드 케빈 더브라위너의 작별 무대는 아쉬움으로 끝났다.
한때 잉글랜드를 지배했던 팀은 이제 다시 자신을 증명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그리고 홀란은 웸블리 징크스를 끊어야 하는 과제를 받았다.
한편, 팰리스는 이번 우승으로 1990년과 2016년 두 차례 FA컵 결승 패배의 아픔을 씻고 구단 창단 후 120년 만에 처음으로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기쁨을 만끽했다.
사진=연합뉴스/BBC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