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용환주 기자)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팬들이 이번 시즌(2024-2025) 끝으로 팀을 떠나는 레전드, 케빈 더브라위너를 위해 기부금을 보았다.
엄청난 금액을 후원한 익명의 기부자가 있었다. 그의 정체는 엘링 홀란이었다.
스페인 출신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는 1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있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리스털 팰리스와 잉글랜드 FA컵 결승전에서 0-1로 패배했다.
맨시티가 이번 시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2022-2023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프리미어리그, FA컵을 한 시즌에 모두 우승하는 '트레블'이라는 대업적을 달성했었다. 불과 지난 시즌에는 리그 우승을 차지해 프리미어리그 4시즌 연속 우승이라는 최고의 기록을 작성했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해당 대회 우승컵을 모두 놓쳤다.
반대로 열세가 예상됐던 팰리스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1990년과 2016년 두 차례 FA컵 결승 패배의 아픔을 씻고 구단 창단 후 120년 만에 처음으로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기쁨을 만끽했다.
팰리스가 선취골을 터트렸다. 전반 16분 후방에서 길게 날아오는 패스를 필리프 마테타가 중앙에서 공을 지키며 가마다 다이치와 연계했고, 오른쪽에서 오버래핑한 다니엘 무뇨스에게 연결됐다.
무뇨스는 박스 안으로 빠르게 크로스를 올렸고, 에제가 문전으로 쇄도하며 맨시티 수비수 마누엘 아칸지를 앞질러 깔끔한 오른발 발리슛으로 마무리했다. 슈팅은 맨시티 골키퍼 슈테판 오르테가가 손쓸 수 없는 방향으로 향했고, 팰리스는 선제골을 기록하며 1-0으로 앞서 나갔다.
맨시티에 동점골 기회가 왔다. 전반 24분 맨시티 수비수 요슈코 그바르디올이 하프라인 근처에서 긴 패스를 시도했다. 이를 받은 홀란이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이 과정에서 골키퍼 헨더슨이 박스 바깥으로 나와 손으로 공을 건드리는 장면이 있었고, 비디오 판독(VAR)이 이어졌다.
맨시티 측은 명백한 핸드볼이며 득점 기회를 저지한 반칙이라며 퇴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이를 '명백한 득점 기회'로 판단하지 않았고 헨더슨은 경고 없이 경기를 이어갔다. 이 판정은 경기 전체 결과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효과는 전반 33분 맨시티가 페널티킥을 얻어낸 데서 곧바로 드러났다. 왼쪽 측면에서 실바가 공을 살리려다 미첼의 태클에 걸렸고,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그러나 키커로 나선 마르무시의 강한 슈팅을 헨더슨이 오른손으로 완벽하게 막아냈다. 이어지는 홀란의 리바운드 슛도 몸을 날려 막으며 골문을 지켰다.
이후 맨시티는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 공격했다. 하지만, 팰리스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1-0 팰리스의 승리로 종료됐다.
맨시티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판정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우승은 결과가 결정한다"며 허탈함을 내비쳤다.
팬들도 비슷했다. 이번 경기는 구단 레전드 더브라위너가 이번 시즌 끝으로 팀을 떠난다. 우승컵을 들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다. 그래서 특별 현수막까지 준비했다. 영국 매체 '더선'에 따르면 해당 현수막은 약 1만 1000파운드(약 2044만원)가 넘게 투자됐다고 주장했다.
이 멋진 현수막 제작에 큰 기여를 한 사람이 있다. 홀란이다. 매체는 "원래 맨시티 팬덤은 5000파운드(약 929만원)가 목표 금액이었다. 익명의 기부자 덕분에 목표 금액을 넘는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홀란이 모집 금액에 84%가 넘는 4200파운드(약 780만원)를 기부한 덕분이다"라고 설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홀란은 이번 FA컵 결승전을 앞두고 "더브라위너와 함께 뛰어 즐거웠다. 맨시티에서 남은 마지막까지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우린 첫 만남부터 바로 친해졌다. 그런 친구를 떠나보내는 건 정말 감정이 몰려온다"며 "그는 맨시티 역사상 최고의 선수일지도 모른다. 또 프리미어리그 역사로 넓게 봐도 최고 중 한 명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쉽게 결승전에선 패배했다. 그러나 홀란과 맨시티 팬들의 마음은 더브라위너에게 전달됐을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 더선
용환주 기자 dndhkr15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