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은 결국 올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하위권을 전전하는 두 팀이 붙는 상황으로 결론 났다.
토트넘 홋스퍼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두 구단은 오는 22일(한국시간) 오전 4시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EPL 멸망전 더비'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다. 두 팀 모두 경쟁이 심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부터 유로파리그에 올인했다.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걸고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됐다.
두 팀 모두 리그 순위는 초라하다. 현재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15위, 토트넘 홋스퍼는 16위에 그치고 있다.
리그 상위권 경쟁에서 일찌감치 멀어진 두 팀은 다음 시즌 UEFA 클럽대항전 진출이 유로파리그 우승에 전적으로 달린 상황이다. 결승전 승자는 유로파리그 트로피뿐만 아니라 2025-2026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 티켓을 손에 넣게 된다.

토트넘은 9일(한국시간) 노르웨이 원정길에서 보되/글림트를 2-0으로 꺾고, 1~2차전 합산 스코어 5-1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초반부터 어려운 흐름을 보였지만, 후반 18분 스트라이커 도미니크 솔란케의 선제골로 균형을 깨뜨렸다. 6분 뒤 오른쪽 수비수 후반 24분 페드로 포로가 추가골을 넣으며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토트넘에 이번 결승은 구단 역사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무대다.
토트넘은 1983-1984시즌 UEFA컵(현 유로파리그) 우승 이후 UEFA 클럽대항전 결승에 오른 것은 2018-2019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이후 두 번째다.
유로파리그(전신 UEFA컵 포함) 결승 진출은 41년 만이다.
이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1971-1972시즌, 1983-1984시즌)을 차지한 바 있는 토트넘은 이번 결승에서 세 번째 정상에 도전한다.
아울러 지난 17년간 무관에 머물렀던 토트넘에 이번 결승은 '무관' 탈출의 결정적 기회로 꼽힌다.
특히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 하에 처음으로 치르는 컵대회 결승전이기도 하다. 시즌 내내 불안정한 경기력과 부상자 속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유럽 무대에서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결승까지 올랐다.
토트넘 부임 당시 자신은 2년 차에 항상 우승컵을 드는 감독이라고 소개했던 만큼, 2년 차에 접어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유로파리그 우승을 통해 약속을 지키고자 한다.
토트넘과 붙는 맨유는 같은 날 열린 준결승 2차전에서 스페인의 아틀레틱 빌바오를 4-1로 대파하며 1~2차전 합계 7-1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결승행을 확정 지었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경기에서 맨유는 전반 30분 미켈 하우레기사르에게 실점하며 다소 흔들리는 듯했지만, 후반 교체 투입된 메이슨 마운트가 후반 17분 동점골을 터뜨린 데 이어, 후반 25분 카세미루, 후반 40분 라스무스 회이룬이 연속골을 넣어 대세를 결정지었다. '맨유의 미운 오리'로 불리는 마운트는 후반 추가시간 마운트의 환상 중거리슛 쐐기골까지 터트리면서 자신에 대한 비판을 일축했다.
맨유 역시 토트넘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맨유 역시 유로파리그 결승에 진출하며 체면을 살렸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15위에 머물며 구단 역사상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시즌 초반 이어진 득점력 부족과 수비 불안과 함께 에릭 턴하흐 감독의 전술에 대한 의구심이 심화되면서 루벤 아모림 감독이 시즌 도중 새롭게 부임하는 등 불안한 시즌을 보내왔다.
아모림 감독 부임 이후에도 문제점은 크게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2025년 들어 최저 승점을 기록하는 등 또 다시 감독 교체설에도 휩싸였던 맨유다.
하지만 얻을 것이 없는 리그는 제쳐두고 유로파리그에 집중하는 실리적인 전략을 통해 이번 시즌 UEFA 클럽대항전 유일 무패팀이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 결승전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두 팀 간의 대결로 성사됐다. 장소는 산 마메스. 바로 맨유가 4강 빌바오를 상대로 3-0 승리를 장식했던 곳으로, 심리적으로 맨유에게 유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경기의 상징성도 크다. 리그에서는 중하위권에 쳐져 있는 두 팀이 유럽 무대에서 마지막 생존 경쟁을 벌이는 장면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 예정이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도 이에 대해 "한 팀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과 트로피를 얻게 되고, 다른 한 팀은 리그에서도 중하위권에 머물며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시즌을 끝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에게는 이번 결승이 각별하다.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모두 밟는 역사를 쓰게 됐다.
그는 2018-2019시즌 리버풀과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선발 출전한 바 있으며, 이번이 개인 두 번째 유럽대항전 결승전이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에서도 팀 공격의 중심으로 활약해왔지만 시즌 중반 발 부상으로 8강 2차전과 4강전은 통째로 날리면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결승전에는 복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부상자가 속출한 토트넘 공격진에서 중심을 잡으며 경험과 리더십을 발휘해 이번 결승에서 유럽무대 첫 우승을 노린다.
유로파리그 우승은 명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무관으로 시즌을 마감하느냐, 유럽 최상위 무대로 복귀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토트넘과 맨유다.
'대박 아니면 쪽박'이 되는 단판승부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사진=유로파리그 SNS / 프리미어리그SNS / 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