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12-0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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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키워준 대가, 이거였어?"…리버풀 우승 잔칫상에 찬물 끼얹은 아놀드, 레알 마드리드와 '이적료 0원' 이적

기사입력 2025.05.06 07:38 / 기사수정 2025.05.06 07:38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재계약 여부를 두고 시즌 내내 팬들을 괴롭힌 리버풀 수비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결국 오는 6월 계약 종료와 함께 팀을 떠난다고 공식 발표했다.

새 팀으로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알려진 스페인 거함 레알 마드리드와의 장기 계약이 확정됐음을 본인이 스스로 공개한 셈이 됐다.

팀의 부주장이자 상징적인 존재로 꼽히던 그는 리버풀과의 20년 인연을 끝낸다. 클럽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선수 중 한 명이었던 알렉산더-아놀드가 이적료 한 푼 없이 3년 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겨뤘던 팀으로 간다는 소식은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리버풀 구단은 5일(한국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알렉산더-아놀드가 이번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팀을 떠난다고 발표했다.

성명에서 구단은 "알렉산더-아놀드는 계약 만료일인 6월 30일 이후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년간 보여준 헌신과 기여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별을 전했다.



알렉산더-아놀드 본인도 구단 홈페이지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결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수많은 생각과 감정 끝에 내린 것이다. 6살 때부터 리버풀에서 보낸 20년 동안 모든 꿈을 이뤘고, 매일 최선을 다했다"며 "이제는 선수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며 자신의 이적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팬들에게 "팬 여러분들의 지지와 사랑은 언제나 내게 큰 의미였다. 함께한 순간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알렉산더-아놀드는 2004년 6살의 나이로 리버풀 유스에 입단한 이후, 2016년 18세의 나이에 1군 데뷔전을 치른 그는 이후 리버풀의 주전 오른쪽 풀백으로 자리 잡았고, '현대 축구의 풀백 역할을 재정의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플레이로 팀의 전술 중심축이 됐다.

총 352경기에 출전해 23골과 86도움을 기록했으며, 프리미어리그 우승 2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FA컵, 리그컵, UEFA 슈퍼컵, FIFA 클럽 월드컵 등 총 8개의 주요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특유의 수비적인 약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의성과 패싱 능력은 항상 리버풀에 추가적인 차원을 제공하는 선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 종료를 앞두고 그의 거취를 둘러싼 소문은 계속해서 펴져 나갔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1월 이적시장에 알렉산더-아놀드의 가치에 크게 어긋나는 불과 2000만 파운드(약 367억원)의 이적 제안을 공식적으로 보냈다. 알렉산더-아놀드와의 계약을 6개월 앞둔 리버풀은 이런 굴욕적인 제안을 거절한 뒤 내부적으로는 1500억원 정도의 몸값이 추정된 그의 이탈 가능성을 받아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레알 마드리드는 설득 없이 제안을 하지 않는다. 이 (2000만 파운드)제안은 자유계약 이적이 여름에 성사될 것이란 확신 아래 이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계약 연장 협상도 실패로 돌아갔다.

'디 에슬레틱'의 리버풀 전문 기자 제임스 피어스는 "리버풀은 알렉산더-아놀드에게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연봉의 풀백이 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그의 결심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며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진심으로 새로운 도전을 원했다"고 전했다.

새로 부임한 아르네 슬롯 감독과의 만남에서도 그는 같은 입장을 고수했고, 이미 구단 측에는 2개월 전 자신의 결정 의사를 통보한 상태였다.



이러한 결정은 팬들과 클럽 레전드들의 반응을 엇갈리게 만들었다.

제이미 캐러거는 영국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이번 이적은 많은 리버풀 팬들에게 배신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역 출신이자 '우리 팀의 스카우서(리버풀 지역 사람들을 부르는 별칭)'로 불리던 알렉산더-아놀드의 이탈은 상징성 면에서 더욱 충격을 안기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팬들의 실망은 이미 경기장에서 감지됐다. 지난 1월 레알 마드리드와의 이적설이 터진 직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안필드 홈경기에서 그가 보여준 부진한 경기력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일부 팬들은 그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그는 끝까지 팀을 위해 헌신하는 태도를 잃지 않았다. 시즌 내내 이적설에 시달리면서도 꾸준히 출전했고, 4월 레스터 시티전에서의 극적인 결승골은 리버풀의 리그 우승 경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유니폼을 벗어 코너 깃대에 걸고 포효하던 그의 모습은 팬들에게 잠시나마 이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겼지만, 결국 그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알렉산더-아놀드는 오는 5월 25일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안필드 마지막 홈경기를 통해 리버풀에서의 고별 무대를 갖는다. 그날 리버풀은 통산 20번째 리그 우승을 자축하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예정이다.

한편, 그의 레알 마드리드행은 사실상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계약 서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복수의 영국 매체에 따르면, 알렉산더-아놀드는 이미 레알 마드리드 측과 대부분의 계약 조건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며, 이적 발표는 시즌 종료 후 공식화될 전망이다.

'더 타임즈'에 따르면, 알렉산더-아놀드는 레알 마드리드와 5년 계약을 맺을 것이며, 약 15만 파운드(약 2억 7500만원)의 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버풀은 이미 모하메드 살라, 버질 판 데이크 등 핵심 자원들과의 재계약을 완료하며 팀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알렉산더-아놀드의 이탈은 단순한 전력 손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역 출신, 유소년 시스템의 성공 사례, 그리고 상징적 존재의 퇴장은 리버풀의 또 다른 세대 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리버풀 팬들은 이제 그를 '배신자'로 기억할지, '레전드'로 기억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리버풀 축구 역사에 한 페이지를 새긴 그의 여정이 이제 마드리드에서 새롭게 펼쳐질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파브리치오 로마노 X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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