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을 표방하는 레알 마드리드가 대회 결승전에서 추태를 부렸다.
영원한 라이벌 바르셀로나에 역전패를 허용해 우승컵을 내준 것으로도 모자라 일부 선수들이 기행을 벌여 퇴장당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경기에서도, 매너에서도 진 셈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27일(한국시간) 스페인 세비야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올림피코 데 세비야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의 2024-25시즌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결승전에서 연장 혈투를 벌인 끝에 2-3으로 패배했다.
이날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 28분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 페드리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도 후반 25분과 32분 터진 킬리안 음바페의 동점골과 오렐리앵 추아메니의 역전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그러나 후반 39분 교체 투입된 페란 토레스에게 동점골을 내줬고, 연장전 들어 터진 쥘 쿤데의 역전 결승골로 패배하고 말았다.
앞서 프리미어리그의 아스널에 패배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탈락한 레알 마드리드는 코파 델 레이 우승에 집중했지만, 결국 결승전에서 우승컵을 놓치며 이번 시즌을 무관으로 마칠 위기에 처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현재까지 코파 델 레이와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스페인 슈퍼컵)에서 준우승에 머물렀고, 라리가에서는 바르셀로나에 밀려 2위를 달리는 중이다.
물론 UEFA 슈퍼컵 우승과 국제축구연맹(FIFA) 인터컨티넨탈컵 우승이 있기는 하나, 두 대회는 챔피언스리그나 코파 델 레이,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등 다른 대회들보다 위상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만약 레알 마드리드가 이번 시즌 리그 우승도 놓친다면 시즌을 무관으로 끝낼 가능성이 크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리그 승점 차는 4점이다.
스페인 1~4부리그 팀들이 모두 참가하는 스페인 최고 권위의 대회에서 벌어진 라이벌간의 대결이 바르셀로나의 짜릿한 역전승으로 끝나 화제가 됐지만, 경기 내용과 결과보다 더 큰 반응을 부른 것은 경기 후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보인 행동이었다.
경기 기록에 따르면 레알 마드리드는 이 경기에서 무려 세 명이나 퇴장을 당했다. 주드 벨링엄과 안토니오 뤼디거, 그리고 루카스 바스케스가 히카르도 데 부르고스 벤고에체아 주심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중 뤼디거와 바스케스는 경기 중, 벨링엄은 경기가 끝난 뒤 퇴장을 명령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데 부르고스 벤고에체아 주심은 바르셀로나와의 코파 델 레이 결승전 막판에 세 명의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퇴장시켰다. 두 명은 경기가 진행되고 있을 때 퇴장당했고, 세 번째 선수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항의 과정에서 퇴장당했다"고 밝혔다.
뤼디거와 바스케스 연장전 후반 추가시간 킬리안 음바페의 파울이 선언되자 벤치에서 일어나 거칠게 항의했다는 이유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당시 뤼디거는 주심을 향해 물건을 던졌고, 바스케스는 경기장 안으로 뛰어들어와 주심에게 격렬하게 항의했다.
'마르카'는 경기 보고서에 뤼디거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주심에게 물건을 던진 뒤 코칭스태프들에 의해 제지됐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내용이 적혔다고 밝혔다. 뤼디거가 주심에게 던진 것은 선수들이 근육의 열을 내리기 위해 사용하는 얼음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스케스는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불만을 표시했다고 명시됐다.
두 선수가 퇴장당한 뒤 세 번째 퇴장자가 나왔다. 경기가 끝난 후 주심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벨링엄까지 레드카드를 받은 것이다.
'마르카'에 의하면 벨링엄은 경기 종료 후 심판진에게 다가와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다 동료들에게 제지당했고, 이를 이유로 퇴장을 명령받았다. 초기에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퇴장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벨링엄으로 확인됐다.
매체는 이중 뤼디거의 경우 주심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중징계가 내려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스페인 매체 '카데나 세르'는 뤼디거가 최소 4경기, 최대 1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매체에 따르면 뤼디거는 심판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을 다루는 규정 101조에 따라 징계가 예상된다. 이 징계는 리그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뤼디거가 4경기 이상의 징계가 확정될 경우 이번 시즌 더 이상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게 된다.
레알 마드리드가 심판과 관련해 보인 추태는 경기 전부터 시작됐다. 레알 마드리드는 경기 전부터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 벤고에체아 주심이 배정되자 공식 채널을 통해 주심을 비난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구단은 '레알 마드리드TV'를 통해 그간 벤고에체아 주심이 경기를 주관하면서 벌인 실수를 편집해 영상으로 만들어 공개했다. 구단 차원에서 특정 심판을 비난하며 공격한 것이다.
영상이 공개된 이후 벤고에체아 주심은 기자회견을 열어 자녀들이 학교에서 조롱을 받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는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듯 벤고에체아 심판의 기자회견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논란을 키운 바 있다.
사진=SNS /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