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5년 계약이 독 됐나?
프랑스 최고 명문 파리 생제르맹(PSG)이 소속팀 백업 공격수 이강인과 재계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강인은 PSG에서 입지가 급추락해 올여름 다른 구단 이적을 노릴 것으로 보였으나 PSG는 거꾸로 그의 연봉을 올려주고 계약기간도 늘리는, 이번 시즌 활약과 정반대 행보를 감행할 태세다.
이강인 입장에선 PSG가 '이적불가' 사인을 내면서 강경하게 나설 경우 방법이 없다. PSG와 2년 전인 2023년 여름에 5년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계약기간이 3년이나 남았다. 그러다보니 열쇠는 PSG 구단이 쥐고 있다.
프랑스 유력지 '레 퀴프'가 PSG의 이강인 계약 연장 방침을 주장했다.
신문은 지난 19일(한국시간) "루이스 캄포스 PSG 단장이 브래들리 바르콜라, 이강인과의 재계약을 계획하고 있다"며 "루카스 베랄두도 재계약 대상자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마르퀴뉴스의 뒤를 이을 센터백 영입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강인은 지난 2023년 7월 스페인 라리가 레알 마요르카를 떠나 PSG와 5년 계약을 체결했다. 2022-2023 마요르카에서 36경기 6골을 넣으면서 시즌 두 자릿 수 공격포인트를 챙긴 것이 PSG로의 이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적료는 2200만 유로(357억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강인은 입단 직후부터 팀내 입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사실이다.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가 한꺼번에 빠져나갔지만 PSG엔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그는 첫 시즌인 2023-2024시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와중에도 프랑스 리그1 23경기를 비롯해 총 36경기에 나서 5골을 넣었다. 당시 PSG 간판스타인 킬리안 음바페와 호흡도 좋아 이강인과 비슷한 시기 계약한 루이스 엔리케 감독에게 나름대로 인정을 받았다.
올시즌은 달라졌다. 엔리케 감독은 겨울 휴식기 전까지는 이강인을 핵심 로테이션 멤버로 점찍어 선발 혹은 교체로 다양하게 활용했다.
당시 PSG는 음바페 공백을 메울 마땅한 윙어가 없었고, 프랑스 국가대표인 멀티 공격수 우스만 뎀벨레는 엔리케 감독과 불화를 겪으면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몇 경기 엔트리 제외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엔리케 감독의 신뢰는 딱 전반기까지였다. 뎀벨레가 엔리케 감독과 화해하며 원톱 역할을 확실히 해주는 가운데, 1월 중순 이탈리아 세리에A MVP 출신인 나폴리 공격수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가 이적료 7000만 유로(1130억원)에 오면서 이강인의 입지가 확 줄어든 것이다.
지난 3월 A매치 기간 중 부상을 입은 이강인은 20일 르 아브르전에서 선발 출전하며 복귀전을 치렀으나 자신의 주포지션인 측면 날개와는 한창 떨어진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이강인의 추락한 입지는 PSG가 승리한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2차전 애스턴 빌라와의 두 경기에서 드러난다. 이강인은 벤치 명단엔 이름을 올렸으나 출전시간이 두 경기 모두 0분이었다.
PSG가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다가서면서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을 다시 한 번 챙길 이유가 사라졌다.
PSG는 이번 시즌 4관왕 혹은 5관왕에 도전할 만큼 기세가 좋지만 이강인은 고개를 숙이는 상황이 됐다.
그러다보니 이강인은 아스널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노팅엄 포레스트 등 프리미어리그 빅클럽 혹은 상위권 구단들과 지난 1월부터 연결되기 시작했다.
이강인 입장에서도 다른 곳으로 가는 게 내년 캐나다와 미국, 멕시코에서 열리는 2026 월드컵을 위해 바람직하다.
하지만 PSG는 그런 이강인과 계약 연장을 추진하는 셈이다. PSG가 워낙 좋은 팀이 되면서 이강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일 뿐, 이강인의 자질 자체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스피드가 아쉽지만 침투패스와 날카로운 크로스, 상대 수비를 뚫어내는 탈압박, 그리고 수비 능력까지 여전히 빅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공격 자원이다.
아울러 캄포스 단장도 놀랄 정도로 이강인의 마케팅 효과가 뛰어나다. PSG는 이미 서울 강남구에 메가스토어를 차리며 이강인 특수를 누리는 중이다.
이강인은 현재 113억원 가량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에선 연봉을 50% 올려주면서 1~2년 연장계약할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5년 계약을 다시 하면 매년 150억원 가량에 총액 750억원 정도가 될 수 있다.
이강인이 2년 전 22살에 불과했기 때문에 PSG와 장기계약은 불가피했다.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처럼 8~10년 계약이 아닌 게 다행일 정도다.
그래도 이강인은 PSG와 계약이 3년 남아 있다. PSG가 계속 데려가겠다고 하면 이강인도 방법이 없다. 선수들을 부품처럼 끼워넣고 정해진 출전 시간을 칼 같이 지키는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이 비록 주전감 아니지만 로테이션 멤버로는 쓸만하다는 의견이다. PSG의 경우 매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기 때문에 로테이션 멤버가 필요하고, 이강인은 그런 구상에 적합하다.
사진=PSG /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