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예나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뮤지컬 배우 출신의 폭발적인 성량과 연기력을 무기로 일명 '뮤트롯(뮤지컬+트로트)' 씬을 개척한 가수 에녹.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며 매 무대마다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그의 '트로트 행보'가 더욱더 궁금해진다.
에녹은 최근 엑스포츠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MBN '불타는 트롯맨', '현역가왕2' 등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도전 과정을 함께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아가 2025년 '한일가왕전'에 나갈 국가대표 '현역 가수'로서 갖는 계획과 목표 등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불타는 트롯맨'을 시작으로 트로트 가수로서 두각을 나타내온 에녹. 약 20년 내공의 베테랑 뮤지컬 스타다운 풍부한 표현력과 드라마틱한 무대 구성 등을 무기로 차별화된 트로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트로트는 기교보다 소울이라는 것을 느꼈다. 해외 음식을 제대로 먹어 보고 배우려면 현지에 가야 하는 것 처럼, 트로트 씬에 와보니까 느낌이 아예 다르더라. 아무리 기술적으로 흉내낸다고 하더라도 그 깊은 맛은 감히 따라할 수 없겠더라. 그래도 지난 몇 년 간 트로트 가수들과 함께 부대끼며 지내다 보니 조금은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게 됐다"고 전했다.
'불타는 트롯맨'부터 '현역가왕2'로 이어진 트로트 경연 과정을 떠올리며 "스파르타의 연속"이라 떠올리기도. 그는 "2년 여 동안 매주 열 곡 정도의 새로운 노래를 익히고 무대를 꾸몄다. 별의별 방법을 다 써서 노래를 익히고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진짜 아닌 날도 많았고, 나름 만족스러운 날도 있었다. 물론 만족스럽다고 해서 같은 방식으로 다음 번에 부르면 또 같은 느낌이 나지 않았다. 그만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저만의 트로트 창법이나 소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때문에 에녹의 무대를 두고 "다채롭다" "풍성하다" "다양하다" 등의 호평이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 재밌는 점은, 뮤지컬 배우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의 무대를 두고 "역동적이다" "퍼포먼스가 주를 이룬다" 등의 반응이 따라붙곤 하는데 스스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소신도 밝혔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움직임이 늘 있기는 해요. 그러나 저는 뮤지컬 배우 중에서도 춤이나 퍼포먼스에 특화된 캐릭터는 아니에요. 오히려 트로트 경연을 하면서 퍼포먼스에 강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어 흥미로웠어요. 아마 저를 뮤지컬 배우로 오래 봐온 분들은 트로트 경연 과정 속 제 모습을 보고 신선하게 느끼실 수도 있어요. 제 무대를 두고 '뮤지컬적이야'라고 봐주신 덕분에 저만의 캐릭터가 분명하게 생긴 것은 감사해요. 동시에 이로 인한 한계도 분명히 생겼어요. 스스로 계속 고민하는 지점입니다."
이 같은 한계를 완벽하게 극복한 무대는 바로 '현역가왕2' 결승 1차전 신곡 미션 무대가 아닐까. 당시 작곡가팀 유레카의 신곡 '대전역 부르스'로 무려 아홉 명을 올킬하고 당당하게 1위를 기록, 준결승 최하위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쓴 그다.
에녹은 당시를 떠올리며 "기본적으로 연기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관객분들의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작품이 분명했다. 저 역시도 '대전역 부르스'를 부를 때는 몰입감이 커졌던 것도 사실"이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사실 준결승 꼴등을 했다는 결과보다 힘들었던 것은 당시 제 무대가 관객들을 설득하지 못 한 부분이다. 어떤 점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실패한 원인이 될까. 그날의 분위기, 무대 순서, 관객들의 취향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어떤 부분 때문인지 파악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혼신을 다한 무대, 즉각적인 평가. 이는 경연의 필수적인 과정이지만 여전히 아프고 끙끙 앓기까지 한다는 에녹. "심사평을 들으면 정말 감사하고 새겨듣게 되지만 화살처럼 꽂히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 그럴 때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분석하고 직접 가서 여쭤보기도 하고 여러 방법을 써서 더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늘 배움의 자세가 몸에 배어 있는 그는 "굳이 저를 낮추거나 겸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20대 초반 천재들이 쓴 책을 읽고 큰 충격을 받은 이후 스스로 끊임없이 배우려는 노력을 이어왔다. 어릴 때는 스스로도 나름 잘났다고 생각했는데 천재들이 쓴 책을 읽으니 와르르 무너지더라. 가만히 생각해보면 잘난 사람들에 대한 열등감이나 질투도 컸던 것 같다. 괜히 비교도 많이 하게 되더라. 그때부터 스스로 부족함을 인정하고 채우기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왔다"고 전했다.
이는 '불타는 트롯맨'부터 '현역가왕2'까지 그와 함께하는 TOP7 동료들과의 동행 과정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태도다. 양쪽 모두 그가 맏형이지만 '트로트 새내기'라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소통하며 성장해 나가려는 노력의 연속.
"'현역가왕2' TOP7 멤버들에게 정말 많이 배우고 있어요. 경연 과정 내내 이들의 무대를 보면서도 계속 배웠죠. 제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동료들의 무대를 참고했고, 저만의 장점을 갈고닦아 차별화된 무대를 만들 수 있게 됐어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눈물과 웃음으로 함께한 '불타는 트롯맨' TOP7 멤버들은 전우애가 느껴진단다. 에녹은 "모두 좌충우돌하며 성장해 나간 동생들이다 보니까 애정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함께 웃고 울며 지낸 세월 동안 너무나도 각별해져서 의형제라고 생각한다"고 애정을 과시했다.
이렇게 트로트 가수로서의 내공도 장착한 그의 다음 스텝은 국가대표 현역 가수로서 한일 경연을 펼치는 것. 그는 "지난 '한일가왕전'을 보니까 국가대항전답게 선곡부터 분위기까지 새롭더라. 제가 잘 하는 것만 보여서도 안 되고 우리나라 정서만 생각해서도 안 되겠더라. 이미 지난 경연 과정에서 '한일가왕전'을 통해 선보이면 좋을 만한 곡들을 조금씩 정리해왔다. '현역가왕2' 때와는 다른 모습을 기대하셔도 좋다"고 귀띔했다.
이제는 '가수 에녹'으로 당당하게 서고 싶다는 그는 "감사하게도 경연 프로그램 출신으로 또 한 번 기회를 얻게 됐지만 앞으로가 중요한 것 같다. 노래가 됐든, 방송이 됐든 저를 더욱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중이 저를 계속 찾게 만드는 일은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가수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음악에 대한 진지함으로 차근차근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그 과정에는 우리 팬덤 '화기에에'가 함께한다. 지난 수 년의 경연 과정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를 지켜준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해도 해도 부족하다는 에녹이다.
"추운 겨울에 감기는 기본이고 목소리도 잃고 대상포진에 동상까지 걸리면서 저를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너무너무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지금의 저를 다 만들어주신 팬분들께 제가 잘 할 수밖에 없죠. 정말 팬분들의 사랑으로 충만하게 채워진 만큼 더욱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우리 '화기에에'가 있기에 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하는 공간이 제게는 일기장과 같아요. 저의 지난 추억과 역사가 모인 공간에 함께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 가수' '내 배우'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어디서나 자랑스럽게 말씀하실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사진=EMK엔터테인먼트, 개인 채널
김예나 기자 hiyena07@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