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이 손흥민을 영입하기 위해 거액의 이적료를 장전했다는 소식이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 영국 공영방송 'BBC'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튀르키예 출신 언론인 에크렘 코누르는 12일(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프로 리그 구단들이 32세의 한국 출신 선수인 손흥민을 영입하기 위해 5000만 유로(약 755억원)를 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이 본격적으로 유럽축구 이적시장에 손을 뻗기 시작했던 지난 2023년 여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관심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필두로 유럽 전역에서 뛰는 스타들을 영입해 리그 흥행을 맡기고, 나아가 2026년 월드컵을 유치하겠다는 원대한 야망을 품고 있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인 손흥민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의 레이더망에 든 것이다.
그러나 손흥민은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주장은 사우디아라비아로 가지 않는다"는 희대의 명언과 함께 잔류를 선언했다. 이후에도 손흥민은 몇 차례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과 연결됐으나 결국 지금까지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 완장을 차고 토트넘에서 활약 중이다.
손흥민의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배경에는 토트넘 홋스퍼가 손흥민을 비롯한 고액 연봉자들을 정리할 계획을 세웠다는 이른바 '손흥민 매각설'이 있다.
영국 언론 '기브 미 스포츠'는 지난 11일 "토트넘 이번 여름 44만 5000파운드(약 8억원)의 주급을 받는 3인방을 방출할 준비를 마쳤다"는 제하의 단독 보도에서 "소식통에 따르면 토트넘은 손흥민의 이적 가능성을 신중하게 고려해 팀을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론은 토트넘이 현재 프리미어리그(PL)에서 14위를 기록 중이고, 카라바오컵(리그컵)과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 연이어 탈락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기존 선수단이 새로운 선수가 영입돼 몇몇 선수를 대체하는 것에 대해 반기를 들지 못할 거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장이자 10년간 토트넘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했던 손흥민의 이탈 가능성에 주목했다.
'기브 미 스포츠'는 소식통을 인용해 "토트넘은 한국 출신 공격수 손흥민의 이탈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선수단 개편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하려고 한다"며 "손흥민은 수년 동안 토트넘의 아이콘이자 팀에 충성하는 선수였지만, 소식통은 손흥민이 토트넘과 결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손흥민은 최근 계약을 1년 더 늘렸지만, 새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토트넘은 공격진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햔다"면서 "현재 히샬리송의 미래도 불투명하고, 티모 베르너도 팀을 떠날 수 있으며, 토트넘은 마티스 텔의 완전 영입 옵션 발동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매체에 따르면 토트넘이 손흥민, 히샬리송, 베르너를 동시에 정리할 경우 44만 5000파운드의 주급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임대생인 베르너를 제외하면 아직 계약 기간이 남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이적료까지 확보할 수 있는 상황. 토트넘이 재정적 여유를 만든 뒤 미래가 창창한 텔을 비롯해 젊은 선수들에게 투자하겠다는 생각이라는 게 매체의 주장이다.
토트넘은 주급이 높은 세 선수를 정리하고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임대 영입한 바이에른 뮌헨 출신 유망주 텔 완전 영입을 고려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토트넘은 바이에른 뮌헨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텔의 임대 조건에 완전 영입 조항을 포함시켰는데, 시즌이 끝나고 바이에른 뮌헨에 5000만 파운드(약 904억원)를 지불할 경우 텔을 완전 영입할 수 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손흥민을 비롯해 부상이 잦은 히샬리송과 부진한 베르너를 내보내고 자연스럽게 공격진 세대교체를 하겠다는 계획으로 해석된다. 마이키 무어와 윌송 오도베르, 그리고 현재 다른 팀에서 임대로 뛰고 있는 윌 랭크셔와 제이미 돈리, 그리고 양민혁 등이 다음 시즌에 맞춰 복귀하면 공격진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브 미 스포츠' 역시 손흥민의 사우디아라비아 이적 가능성을 거론했다.
매체는 "손흥민의 방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토트넘이 내릴 가장 중요한 결정이 될 거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손흥민의 이적은) 경험 많은 선수인 그를 향한 타 구단들의 관심이 얼만큼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식통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손흥민에게 관심을 보이는 걸 알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갖고 있는 관심이 구체적이라면 (손흥민의 이적은) 신중하게 고려할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토트넘이 손흥민 매각에 적극적일 이유는 충분하다. 이번 시즌 들어 손흥민의 경기력이 눈에 띄게 나빠졌고, 오는 여름 이적시장이 계약 만료를 1년 앞둔 손흥민을 내보내고 이적료까지 챙길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현재까지 공식전 33경기에 출전해 10골 8도움(리그 6골 7도움)을 기록 중이지만, 스탯을 떠나 전반적으로 공격 지표가 떨어졌고 경기력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손흥민의 이번 시즌 공격 지표가 그가 부진에 빠졌던 2022-23시즌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두 경기에서 손흥민의 부진이 확연하게 나타났다.
손흥민은 리버풀과의 카라바오컵 준결승 2차전, 그리고 애스턴 빌라와의 FA컵 4라운드(32강)에 연달아 선발 출전했으나 부진 끝에 침묵했다. 두 번의 경기 후 손흥민에게는 경기력과 리더십 부재를 지적하는 혹평이 쏟아졌다.
선수 출신 전문가들은 손흥민의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한 전설적인 공격수 출신 앨런 시어러는 손흥민이 빌라전에서 직접 슈팅을 시도하는 대신 동료에게 공을 넘기는 장면을 보고 "자신감이 넘치던 시절의 손흥민이었다면 원터치 슈팅을 하거나 스텝오버를 하는 등 뭐라도 했을 것"이라며 "그가 골을 넣고 자신감이 넘치던 때에는 패스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진=SNS /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