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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 그 후'...안상휘 CP "함께한 크루들, 잘 된 모습 볼 때 기뻐" [신년 인터뷰②]

기사입력 2020.01.26 08:50 / 기사수정 2020.01.26 08:00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이송희 기자] 원작 웹툰의 B급 감성을 유쾌하게 풀어낸 '쌉니다 천리마마트', 정극과 코미디를 오가며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 '빅 포레스트', 최신 트렌드에 병맛 코드를 버무려 젊은 층을 사로잡은 '최신유행프로그램'. 모두 평범함을 거부하고 새로운 시도로 호평을 얻은 프로그램이다. 

이들에게는 공통분모가 하나 있다. 자유분방한 유머 코드와 날카로운 풍자로 tvN 전성기의 포문을 연 'SNL코리아'의 주역들이라는 것. 안상휘 CP는 시즌 1부터 9까지 총괄 PD로 후배들을 이끌었고, '천리마마트' 백승룡 PD는 시즌 2,3,4,9 연출로 활약했다. 입사 동기인 '빅 포레스트' 박수원 PD와 '최신유행프로그램' 오원택 PD는 각각 '3분남친(여친)'과 '더빙극장'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네 명의 PD들은 매주 달라지는 호스트에 따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치열한 고민을 했던 'SNL코리아'로 인해 제작진과 크루들이 성장하는 자양분이 됐다고 말한다. 시즌9로 프로그램이 막을 내린지도 벌써 3년. 엑스포츠뉴스가 2020년 새해를 맞아 각자의 프로그램에서 'SNL코리아'만의 창의적인 역량을 드러내고 있는 백승룡 PD, 박수원 PD, 오원택 PD와 이들의 멘토 안상휘 CP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편집자 주

(인터뷰①에 이어) - 네 분이 함께 했던 'SNL코리아' 시절은 어땠나. 매주 생방송으로 관객들을 만나지 않았나.

안상휘 CP : 작가들이 매주 2,30개의 아이디어를 골라오면 PD들이 초이스를 한다. 이후 디벨럽한 내용을 촬영과 편집, 토요일 생방송까지 모두 일주일 안에 해내야 했다. 또 생방에서는 관객들의 피드백이 즉석에서 나왔다. 힘들지만 연출팀과 작가들이 성장하기에는 정말 좋은 시스템이었다.

오원택 PD : 사관학교 수준의 하드트레이닝으로 기억한다. 토요일 생방송이 끝나면 하얗게 불태워지는 느낌이었다. 하하. 동시에 방송하는 사람 입장에서 시청자 얼굴을 눈앞에 둘 수 있다는 건 다시없을 배움의 시간이기도 했다. 반응이 좋으면 기쁘지만 우리 코너에 분위기가 싸할 때는 정말 아찔했다. 

백승룡 PD : 왜냐하면 'SNL코리아' 초기에는 생방송이다보니 1차 리허설 관객 반응을 보고 가장 반응이 안 좋은 코너는 편집이 됐다. 그날의 성공은 여기 계신 안상휘 국장님에게 전화가 오느냐 마느냐다. (오 PD : 제 코너가 나간 뒤에 국장님이 핸드폰을 들면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있다)

박수원 PD : 현장에서 바로 웃음 피드백을 받는 건 엄청나다. 나는 재미없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웃을 때가 있더라. '아 사람들은 이런 코드를 좋아하는구나' 알아가는 재미가 컸다. 반대로 이거다 싶어서 자신 있게 선보였는데 예상한 웃음 포인트에서 관객들이 가만히 있으면 묘한 수치를 느꼈다. 장기자랑했는데 반응 없는 느낌이랄까. 그럴 때는 얼른 다음 주 아이템에 몰두했다. 하하.

백승룡, 오원택 PD : 관객들의 웃음이 진짜 정확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PD들끼리 경쟁을 하게 되더라. 심지어 연기하는 크루들도 제작진처럼 코너의 흥망에 관심을 기울일 정도였다. 

- 매주 새로운 호스트의 등장은 'SNL코리아'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니었나 싶다. 호스트들의 의외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백승룡 PD : 호스트가 정해지면 그분들의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샅샅이 연구해서 아이템을 찾았다. 여기에 트렌디한 작가들의 아이디어를 믹스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갔다. 

오원택 PD : 우리가 가장 엣지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던 것 같다. 생방송이니까 다른 방송이 따라오지 못하는 시의성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트렌드도 어떤 방송들보다 빠를 수 있었다. 금기를 깨려는 시도도 많이 했다. 또 댓글 반응이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의 유행과 흐름을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박수원 PD : 아이템 자체가 재밌는 것도 있지만 호스트의 어떤 모습을 꺼내줘야 할지 고민이 컸다. 저는 가장 기억에 남는 호스트가 에릭남이다. 사람들이 에릭남의 어떤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할까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동안 못 보던 남자 같은 모습, 섹시한 모습을 보여주면 심쿵하지 않을까 싶더라. 그렇게 '3분 남친'으로 대표되는 '3분시리즈'가 탄생하게 됐다. 시청자들은 호스트의 보지 못했던 모습을 콩트적으로 살렸을 때 재밌어하더라. 

- 'SNL코리아' 출신들 중에 유독 잘 된 분들이 많다. 예능계의 화수분이다. 

안상휘 CP :
'여의도 텔레토비'를 했던 배세영 작가는 '완벽한 타인'의 각색을 했고, 지난해에는 천만 영화 '극한직업'의 시나리오로 대박이 났다. 권혜주 작가는 드라마 '고백부부'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SNL코리아' 작가로 시작했던 유병재는 본인이 대본을 쓰고 직접 출연까지 했다. 이외에도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제작진들이 정말 많다. 

'SNL코리아' 크루들 역시 여전히 돈독하다. 지난 연말에도 신동엽 주최로 송년회를 했다. 그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다른 단톡방이 많지만 SNL 만큼 끈끈한 팀이 없다고 하더라. 신동엽, 정상훈을 비롯해 송원석, 김혜준, 고원희 등도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는다. 우리 방송 출신들이 잘 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다. 

오원택 PD : 우리 크루들은 시청자들을 눈앞에 두고 즉석에서 피드백을 받으니까 제작진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연극처럼 직접 호흡하는 프로그램이라 'SNL코리아'에서의 경험을 강렬하게 기억하시는 것 같다. 

박수원 PD : 보통의 제작진-출연자들과의 관계와는 달랐다. 함께한 코너가 잘되면 신나게 회식을 하고 반응이 안 좋으면 서로를 위로했다. 그래서 더 가족 같은 느낌이 있다. 연락을 대단히 자주 하기도 하고, 이 사람들과는 연락의 끈을 놓지 말아야지 싶다. 'SNL코리아'로 인해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인터뷰③에서 계속)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윤다희 기자, tvN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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