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12-1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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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토크(29)] 달라진 브라질, 중원 장악에 힘을 싣다

기사입력 2010.06.04 17:09 / 기사수정 2010.06.04 17:09

박문수 기자


이번 2010 FIFA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에서 통산6번째 우승을 노리는 ‘삼바 군단’ 브라질은 안정성을 기반으로 탄탄한 팀을 구축한 채 대회에 임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브라질 축구가 선수 개인의 능력에 의존해 팀을 이룬 것과 달리, 이번 대표팀은 기존과 비교하면 선수층의 이름값은 낮아졌지만, 하나의 팀으로서 위협적인 모습을 발휘하는 데 성공, 스페인, 네덜란드와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삼바 토크29편은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 나서는 브라질 대표팀에 대해 알아보자.
 
- 공격수 계보 끊긴 브라질, 중원 장악에 힘을 싣다
 
앞서 말했듯이 브라질의 축구의 특징은 강력한 공격력에서 비롯된 득점포였다.
 
1938년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했던 ‘검은 다이아몬드’ 레오디나스를 시작으로 ‘축구 황제’ 펠레와 ‘드리블 마술사’ 가힌사 그리고 ‘득점 기계’ 호마리우와 호나우두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브라질의 대표선수는 공격수였다. (비록 이름값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토스타우와 바바 그리고 히바우두와 베베투도 브라질의 월드컵 우승에 크게 이바지했던 에이스의 조력자이자 공격수였다)
 
그러나 이번 브라질 대표팀은 역대 최악의 공격진이라 불릴 만큼 무게감과 파괴력에서 모두 기대에 못 미친다. 이는 화려한 ‘공격축구의 대가’ 삼바 군단의 이름값에 전혀 들어맞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 공격수의 상징’ 9번을 차지한 루이스 파비아누는 전임 호나우두와 비교해 이름값과 실력 양면에서 모두 뒤지며 그의 파트너인 호비뉴 역시 재능보다 유럽에서 보여준 활약이 미미하다. 교체 멤버로 나설 니우마르와 그라피테, 줄리우 바프티스타도 예전 선수들과 비교해 여러 면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에 비해서AC 밀란의 알레산드레 파투와 호나우지뉴 그리고 산투스의 신성 네이마르가 더 낫다는 평을 듣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 나설 브라질 공격수들이 유럽 무대에서 보여준 성적표는 부진하다)
 
애초, 호나우두의 후계자는 아드리아누가 유력했다. 2001년 여름, 플라멩구를 떠나 인테르에 입성했던 그는 기존 선수들에 밀려 피오렌티나와 파르마를 떠돌았지만, 그곳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는 데 성공하며 원소속팀 인테르로 돌아왔다.
 
밀라노로 돌아온 그는 전성기 호나우두가 보여준 모습을 재현하며 브라질 공격수의 계보를 이을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호나우두가 지니지 못한 강력한 신체까지 보유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대는 너무나 컸다.
 
그러나 부친상 이후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아드리아누는 문란한 사생활과 음주 가무에 취해 자멸하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시즌 고향팀 플라멩구로 돌아온 그는 득점왕을 차지하며 17년 만에 플라멩구의 브라질 전국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육중한 몸에서 나오는 게으른 움직임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그동안 아드리아누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보여준 ‘브라질 대표팀 감독’ 카를루스 둥가마저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며 월드컵 최종 명단에서 제외되며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아드리아누의 몰락으로 포워드의 무게감이 줄어든 브라질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는 것을 선택했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텔레 산타나 감독이 보여준4-2-2-2전술(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며 극단적인 공격전술이다. 2006년 당시 호나우지뉴와 카카 그리고 아드리아누, 호나우두의 공존을 원했던 카를루스 파헤이라 감독은 이 전술을 사용했지만, 졸전 끝에8강에서 탈락했다)을 탈피한 둥가는1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중앙 미드필더로 대체하며 중원 장악에 나섰다.
 
4-2-3-1 혹은4-3-1-2의 전술로 경기에 나서는 둥가는 지우베르투 시우바와 펠리피 멜루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투입하면서 이들의 연결 고리로 다재다능한 엘라누를 선택했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 그리고 측면과 중앙을 오고 가는 멀티플레이어 엘라누는 둥가 부임 초기부터 중용됐다. 지난2006-2007시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여줬던 그는 마크 휴즈의 전술적 실수로 갈라타사라이로 이적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브라질에서 입지는 여전히 확고하다.
 
이 때문에 필자는 브라질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엘라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만큼 엘라누가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는 그는 더글러스 마이콩이 오버래핑하면서 생긴 공간을 메우기도 하며 팀의 간접 프리킥을 전담한다. 때에 따라서는 긴 패스를 통해 왼쪽에서 주로 플레이하는 호비뉴에게 공격의 물꼬를 틀어주며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중원 장악에 도움을 준다. 빠른 발과 뛰어난 체력을 자랑하는 하미레스가 엘라누에 밀린 것도 다재다능함과 전술적 이해도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한편, 34살의 백전노장 지우베르투 시우바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는 철저하게 수비적인 임무를 맡으며 마이콩, 루시우, 주앙(티아구 시우바), 미셸 바스토스로 이어지는 브라질 포백 바로 위에서  상대 공격의 흐름을 끊는다. 루시우와 주앙이 워낙 공격적인 수비수이기 때문에 생긴 공간을 메우며 일차적으로 공을 배급한다. 즉, 수비적인 역할에 치중하면서 공격의 빌드업을 담당하는 것이다.
 
지우베르투의 파트너 펠리피 멜루는 지구력과 체력을 겸비했으며 신체적 이점을 활용해 중원 싸움에 힘을 싣는다. 세밀함에서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자신의 투박함을 영리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둥가의 황태자로 불리고 있다. 지난2009년 여름 유벤투스에 입단한 멜루는 극심한 부진으로 방출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브라질에서는 여전히 유용하다. (前유벤투스 감독 치로 페라라는 멜루의 장점이 패스워크가 아님에도, 그를 레지스타로서 공의 배급을 하도록 지시했었다)
 
- 공격 삼각편대, 카카와 호비뉴 그리고 파비아누
 
지우베르투 시우바, 펠리피 멜루, 엘라누가 중앙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선다면 카카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이들의 꼭짓점에 있으며 철저하게 중원을 지휘한다. 그는 잇따른 부상 때문에 빠른 주력을 잃었지만, 정확한 패스로 공격의 박자를 조절하며 종적인 움직임을 통해 공을 배급한다.  
 
글의 서두에서 말했듯이 기존의 브라질은 개인기량을 통해 전진했지만(공격을 전개했지만), 둥가의 브라질은 패스워크를 통해 서서히 상대 수비진을 압박하며 공격을 시도한다. 이는 화려함은 잃었지만 하나의 팀으로서는 안정적이고 단단하다는 증거이다. 이러한 패스워크의 중심에는 포워드적 성향을 버리며 철저하게 마에스트로의 역할을 맡은 카카가 있다.
 
카카가 종적인 움직임으로 공격을 지휘한다면 호비뉴는 횡적인 움직임으로 최종적으로 공을 배급한다. 현재 브라질에서 가장 창의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는 호비뉴는 뛰어난 발재간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진을 교란시키며 최전방 공격수 파비아누에게 패스를 한다. 또한, 호비뉴의 개인기에 속은 수비진은 그에 대한 밀집 수비를 강화하는데 이를 인지한 그는 직접적으로 득점에 가담하거나 동료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준다.
 
브라질 공격 삼각편대의 마침표인 파비아누는 직접적으로 득점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으며 때에 따라서는2선까지 내려와 공을 배급한다. 지난2006 독일 월드컵 투 톱인 호나우두와 아드리아누가 정적인 움직임을 통해 철저하게 문전 앞에만 있었다면, 이번 남아공 월드컵 투 톱인 호비뉴와 파비아누는 최대한 많이 움직이면서 공격1선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한다. 또한, 2선까지 내려와 공을 배급하는 역할도 충실히 이행하는 이타적인 모습을 선보인다.
 
참고 자료
 
A. 4-3-1-2 전술: 앞에서 설명한 전술이다. 4명의 수비를 유지하면서3명의 중앙 미드필더 그리고 공격형 미드필더인 카카를 꼭짓점에 놓는다. 쉐도우 포워드인 호비뉴는 왼쪽에서 움직이며 파비아누는 중앙과2선을 넘나들며 득점에 가담한다.
 
B. 4-2-3-1 전술: 엘라누에게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하면서 호비뉴를 왼쪽 측면에 놓는다. 좌,우측면 미드필더를 활용해 측면 공격을 활성화한다. 카카가 파비아누를 받쳐주는 형태이며4-3-1-2전술과 혼합되어 사용된다. 때에 따라서는 엘라누를 대신해 다니 아우베스를 집어넣는다.
 
C. 4-2-2-2 전술: 지난 짐바브웨와의 친선전 후반에 선보인 전술이다. 밥티스타와 엘라누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사용한 이번 전술은 두 선수 모두 수비가담이 좋다는 점에서4-4-2로 봐도 무방하다.
 
D. 3-4-1-2 전술: 두 명의 측면 수비수가 오버래핑하면서 생긴 상황을 수비형 미드필더 지우베르투가 메우는 형태이다. 직접적으로 이런 포메이션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선수들의 동선을 고려했을 때 자주 연출됐다. 지우베르투가 중앙으로 내려오면서 주앙과 루시우가 좌,우로 움직이며 엘라누와 멜루가 중앙을 지킨다. 공격 상황에서 미셸 바스토스와 마이콩은 측면을 지배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공수양면에서 절정의 기량을 보여준다.
 
프리킥: 간접 프리킥은 엘라누가, 직접 프리킥은 바스토스 혹은 아우베스가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엘라누는 프리킥 기회에서 직접 득점을 만드는 것보다는 크로스를 통해 동료의 헤딩을 노릴 것이다. 또한, 강력한 왼발 슈팅을 구사하는 바스토스는 페널티 박스 우측에서, 오른발을 쓰는 아우베스는 좌측에서 득점 기회를 엿볼 것이다. 단, 아우베스는 교체 투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의 프리킥 득점은 후반전이 돼야 볼 수 있을 것이다.
 
코너킥: 오른쪽에서는 왼발을 사용하는 바스토스가 왼쪽에서는 오른발을 사용하는 엘라누 혹은 마이콩이 전담할 것이다.
 
페널티킥: 이번 브라질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 카카에게 맡길 가능성이 크다.
 
 
브라질 축구를 다루는 박문수의 삼바 토크는29편을 끝으로 휴식에 들어갑니다. 월드컵이 끝나는 대로 새로워진 내용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사진= 아르헨티나를 제압한 브라질(c) FIFA 공식 홈페이지]


박문수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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