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양정웅 기자) "감독님 머리 아프게 하겠다" 하더니, 오히려 골칫거리를 해결해주는 모양새다.
롯데 자이언츠는 1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6 신한 SOL Bank KBO 시범경기 홈게임에서 12-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롯데는 시범경기 무패 행진(4승 1무)을 이어가게 됐다.
이날 롯데는 경기 중반부터 투입된 교체 선수들이 14타수 9안타 6타점 8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러 6회와 7회 도합 8득점을 올렸다. 젊은 자원들의 활약 덕분에 대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래도 스타팅으로 나선 선수들이 분위기를 만들어주지 않았다면, 롯데의 승리도 없었을 것이다. 특히 달아나는 점수를 올려준 베테랑 김민성의 타격이 힘이 됐다.
이날 김민성은 8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첫 타석은 좋지 않았다. 롯데는 1회 한태양과 전준우의 적시타로 2-1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연속 볼넷으로 2사 만루 찬스를 잡았는데, 김민성은 여기서 3루 땅볼로 물러나고 말았다.
하지만 2번의 실패는 없었다. 4회 선두타자로 나온 김민성은 키움 선발 네이선 와일스의 2구째 138km/h 높은 직구를 받아쳤다. 계속 비행한 타구는 왼쪽 펜스를 넘어가면서 홈런이 됐다. 올해 시범경기 개인 마수걸이 홈런이었다.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1루 쪽으로 향하는 타구를 잘 잡았고, 베이스 커버를 들어오는 투수와 호흡도 좋았다. 김민성은 큰 실수 없이 5이닝을 소화했고, 6회 내야안타를 친 후 대주자 박승욱과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이날 김민성은 3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앞선 4경기에서 8타수 1안타에 그쳤던 그는 시범경기 첫 멀티히트로 감을 조율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민성은 "첫 타석에서 못 쳐서 타이밍을 신경 썼는데, 운 좋게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제일 못 치고 있어서 좀 그랬는데, 그래도 홈런을 쳐서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이날 첫 타석이 끝난 후 김태형 감독은 김민성에게 타격에 대해 조언을 해줬다고 한다. 김민성은 "테이크백에서 파워 포지션으로 갈 때 너무 가볍게 치려는 거 아니냐고 하셔서 '알겠습니다' 했다"며 "본의 아니게 다음 타석에 홈런이 돼서 칭찬받으러 갔다가 '부족하다'고 해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했다"고 웃었다.
당초 김민성은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할 것이 유력했다. 대만 타이난 1차 스프링캠프 당시만 해도 1루수 한동희-2루수 고승민-3루수 나승엽-유격수 전민재로 내야진이 꾸려질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승민과 나승엽이 원정도박 혐의로 인해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3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한동희가 시범경기 기간 내복사근 미세 손상으로 개막전 출전이 어려워졌다. 순식간에 내야 세 자리가 비게 됐다.
2루수는 페이스가 좋은 한태양이 유력한 가운데, 김민성은 1루와 3루, 양 코너에서 경쟁을 펼치게 됐다. 스프링캠프 당시 김민성은 "나로 인해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시즌 구상할 때 머리가 아프셨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유력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16일 경기 전 "(1루수가) 제일 고민이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민성이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눈도장을 찍고 있는 것이다.
LG 시절에도 섰던 포지션이지만, 김민성은 "1루수가 진짜 어렵다. 내야 포지션 중에 제일 어렵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그는 "작년에도 나갔기 때문에 조금은 적응해나가고 있다. 어렵다고 해도 안 할 수 있는 처기가 아니다. 더 완벽히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마침 이날 상대팀 키움에는 넥센과 LG에서 한솥밥을 먹은 서건창도 김민성처럼 포지션 변경에 나섰다. 서건창은 2루수 대신 3루수 전환에 도전하고 있었는데, 김민성은 "아마 죽을 맛일 거다. 난 가까워졌는데 쟤는 멀어졌다"고 웃으며 "워낙 능력치가 좋은 선수라 잘 해낼 거다"라고 응원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순조로운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롯데. 김민성은 "젊은 선수들이 많다. 좋은 결과가 나야 이 선수들도 자신감이 생긴다"며 "의미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1군 엔트리에 들어야 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다른 팀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얘기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