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멕시코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공동 개최를 앞둔 가운데,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 수장 '엘 멘초' 사살 이후 촉발된 대규모 보복 폭력 사태가 월드컵 안전 문제로 번지고 있다.
멕시코 정부와 FIFA는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과달라하라를 비롯한 주요 개최 도시의 치안 불안이 단기간에 확산되면서 국제 사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멕시코 군이 CJNG 지도자 네메시오 루벤 오세게라 세르반테스, 일명 '엘 멘초'를 체포하려다 사살한 이후 전국 곳곳에서 무장 조직원들의 보복 공격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군은 일요일 새벽 급습 작전에서 엘 멘초를 체포하려 했고, 교전 끝에 그는 중상을 입은 채 병원으로 이송되다 사망했다.
이후 조직원들은 할리스코주와 미초아칸주를 중심으로 약 100곳에 달하는 주요 도로를 봉쇄하고 국가방위군 기지를 공격했다.
교전 과정에서 군인 최소 25명과 카르텔 조직원 34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이번 폭력 사태가 할리스코주에서 '코드 레드' 수준의 최고 경계령을 촉발했고, 무장 괴한들이 도심을 순찰하는 영상과 차량 방화 장면이 온라인에 확산됐다고 전했다.
문제는 과달라하라는 이번 월드컵에서 4경기를 개최할 예정이며, 멕시코시티와 몬테레이에서도 각각 5경기와 4경기가 열린다는 점이다.
특히 과달라하라 아크론 스타디움은 조별리그 주요 경기가 예정된 곳으로, 한국 대표팀 역시 이곳에서 1·2차전을 치를 예정이다.
이에 대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방문하는 팬들에게는 어떠한 위험도 없다"며 "멕시코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데 필요한 모든 보장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우리는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원한다. 그것이 과거와의 차이"라고 덧붙이며, 과거 강경 '마약과의 전쟁' 기조와는 다르다는 점을 부각했다.
또한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을 '카르텔의 지시를 따르는 인물'로 묘사한 데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를 범죄 조직과 연결 짓는 주장은 근거 없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멕시코 할리스코 주지사 파블로 레무스 역시 개최지 변경설을 일축했다.
'BBC'에 따르면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달라하라가 개최권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는 보도는 완전히 거짓"이라며 "어떠한 경고 신호도 없다"고 밝혔다.
멕시코 당국은 추가 군 병력 2000명을 투입하고 대중교통과 대규모 행사를 일시 중단하는 등 강도 높은 통제 조치를 시행한 뒤 현재 최고 등급 안전 경보는 해제됐지만, 주 정부는 상시 경계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FIFA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FIFA 대변인은 "우리는 당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공공 안전 유지와 정상화 조치를 계속 지켜볼 것"이라며 "연방·주·지방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의 보도에 따르면 한 고위 관계자는 "세계 뉴스 채널을 통해 전해진 혼란스러운 장면에 조직이 우려에 휩싸였다"고 전하면서도, 경기 개최지 이전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밝혔다.
특히 3월 말 할리스코주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열릴 예정인 대륙간 플레이오프의 경우, 안전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을 경우 이전 가능성이 거론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FIFA 대변인은 "안전과 보안이 최우선이며, 세 개최국 모두에 전적인 신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BBC'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카르텔 지도자 제거 이후 권력 공백이 생기면 내부 분열과 추가 충돌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 추가 위험 가능성을 진단했다.
다만 일부 범죄학자들은 "관광객에게는 중간 수준의 위험이 예상되지만, 당국 지침을 따르면 대체로 안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카르텔이 월드컵을 직접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은 낮게 본다.
'디애슬레틱' 역시 카르텔이 불법 산업뿐 아니라 호텔·식당 등 합법 경제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형 국제 행사가 가져올 경제적 이익을 감안할 때 장기적 혼란은 스스로에게도 불리하다는 분석을 전했다.
다만 지도자 사망 이후 후계 구도가 불투명해질 경우 조직 분열과 권력 다툼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남아 있다.
월드컵이라는 초대형 국제 이벤트를 앞두고 멕시코의 치안 역량과 위기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