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6-02-04 03:46
스포츠

'이게 전설의 품격이다' 우승이 코 앞, 심지어 아무도 못 봤는데→득점 대신 '양심' 택한 산체스…우승자도 '리스펙'

기사입력 2026.02.04 00:00 / 기사수정 2026.02.04 00:00



(엑스포츠뉴스 김유민 기자) '스페인 전설'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웰컴저축은행)가 PBA 우승 문턱에서 당구가 왜 '신사의 스포츠'로 불리는지 확실히 보여줬다.

산체스는 지난 2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5-26시즌 9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PBA-LPBA 챔피언십' PBA 결승전에서 '베트남 특급' 응우옌꾸옥응우옌(Q.응우옌·하나카드)과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4(15-11 15-8 3-15 9-15 15-4 2-15 4-11)로 패했다.

이번 투어에서 산체스의 기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128강 임지훈을 시작으로 64강에서 구자복, 32강에서 이상용, 16강에서 이재홍, 8강에서 김재근을 상대로 전부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챙겼다. 준결승에서는 응우옌득아인찌엔을 세트스코어 4-0으로 꺾으며 무실 세트로 결승전에 진출했다.

산체스는 결승전에서도 1세트 15-11(6이닝), 2세트 15-8(8이닝) 승리를 쓸어 담으며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Q.응우옌이 3세트 15-3(7이닝), 4세트 15-9(11이닝)로 반격에 나서면서 세트스코어 2-2 동률을 이뤘다. 산체스가 5세트를 15-4(10이닝)로, Q.응우옌이 6세트를 15-2(2이닝)로 각각 가져가면서 경기는 마지막 7세트로 흘렀다.



산체스는 7세트 첫 이닝부터 4점을 달아났다. 이어진 뒤돌려치기 배치에서도 환상적인 샷으로 득점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때 산체스가 심판에게 재확인을 요청했다. 공격을 시도하기 전 공을 한 번 건드렸다는 것. 공의 움직임이 너무 적어 현장 심판과 중계진, 관중 중 누구도 이를 눈치채지 못했지만, 산체스의 양심 고백으로 공격권은 Q.응우옌에게 넘어갔다.

대가는 컸다. Q.응우옌은 곧바로 3점을 따라붙었고, 3-4 한 점 차로 맞선 3이닝째 8점 하이런에 성공하면서 11-4로 경기를 끝냈다. 산체스로서는 한 번의 양심 고백으로 넘어간 분위기가 결승 마지막 세트 패배로 이어진 셈이다.

물론 산체스의 1이닝 공격이 계속 이어졌다고 해도, 그가 우승했을 거라 단정할 순 없다. 그러나 눈앞의 득점을 포기하고 정당한 승부를 이어가려 했던 산체스의 이 행동은 이날 경기의 품격을 한 층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산체스는 결승전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시즌 5번째 결승전을 치러 우승 2회, 준우승 3회를 기록했다. 굉장히 좋은 시즌을 보내서 기쁘지만, 결승전 패배는 역시 마음이 아프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예비 스트로크를 할 때 수구와 가깝게 큐를 맞댔는데, 공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공을 치는 선수가 아닌 이상 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큐가 공에 닿는 게 느껴졌고, 이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잠에 들기 전에 생각이 날 것 같았다"며 "파울로 이득을 취하고 싶지 않았기에 심판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고 고백했다.

우승자 Q.응우옌도 산체스의 행동에 큰 존경심을 표했다.

그는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너무나 기분이 좋은 최고의 순간이다. 사실 PBA 경기는 정말 쉽지 않다. 그런 만큼 이렇게 우승한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가 없다"고 우승 소감을 밝히며 "오늘 경기를 펼친 산체스 선수가 왜 최고의 3쿠션 선수인지 다시 느끼게 됐다. 경기 도중 본인이 범한 파울을 심판에게 스스로 먼저 얘기한 것을 보며 그를 다시 한번 우러러보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PBA

김유민 기자 k48944@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