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에서 활약 중인 대한민국 국가대표 미드필더 백승호가 리그 18경기 만에 벌써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버밍엄 시티는 2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세인트 앤드루스 나이트헤드 파크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챔피언십 18라운드에서 백승호의 선제골과 데마레이 그레이의 추가골에 힘입어 왓포드를 2-1로 꺾고 승점 3을 챙겼다.
왓포드와 단 1점 차로 맞붙은 치열한 순위 싸움 속 중요한 경기에서, 버밍엄은 이 승리로 리그 7위까지 올라섰고, 승격 플레이오프권(6위)과 격차를 승점 1로 줄였다.
홈팀 버밍엄은 4-2-3-1 전형을 가져갔다. 제임스비들 골키퍼를 중심으로 브라이트 오사이-사무엘, 필 노이만, 크리스토퍼 클라러, 알렉산더 코크런이 포백을 이루었으며, 더블 볼란치는 토미 도일과 백승호가 배치됐다. 2선에는 패트릭 로버츠, 재이 스탠스필드, 그레이가 나섰고,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마빈 둑슈가 맡았다.
왓포드는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네이선 백스터가 골문을 지키고, 제레미 응가키아, 케빈 케벤, 매튜 폴록, 마크 볼라가 수비 라인을 이뤘다. 미드필더진은 토마스 인스, 헥터 키프리아누, 아임란 루자, 오스만 마암마가 나섰고, 공격진은 루카 케럼고르와 마마두 둠비아 투톱으로 구성됐다.

킥오프 직후 흐름은 왓포드가 챙겼다. 왓포드는 전방 투톱 둠비아와 케예룸고르드를 중심으로 강한 압박과 직선적인 공격을 펼쳤다.
경기가 시작된 지 1분도 안 돼 인스가 도일의 패스를 가로채며 오른발 슛을 시도했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그러나 버밍엄도 금세 반격했다. 전반 7분 도일이 후방에서 날카롭게 감아 올린 세트피스가 백승호를 향해 정확히 떨어졌고, 백승호는 쇄도하며 발을 내밀었지만 공은 아쉽게도 골라인을 넘지 못했다.
왓포드는 이어 전반 9분 왼쪽 수비수 볼라가 완전히 공간을 침투해 크로스를 올렸으나 클라러가 적절한 태클로 루카를 막아내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경기 분위기가 가라앉던 전반 20분 왓포드 미드필더 키프리아누가 백승호를 향해 높은 태클을 가했고, 스터드가 그대로 무릎에 걸렸다. 주심은 옐로카드를 꺼냈다. 다이렉트 퇴장이 나왔어도 결코 이상하지 않은 장면이었다.
그로부터 10여 분 뒤, 백승호는 복수에 성공했다. 전반 31분 왓포드의 빌드업 상황에서 백승호는 키프리아누와 볼 경합을 통해 완벽히 볼을 따냈다. 공을 빼앗은 순간부터 그는 단숨에 전진하면서 공간을 탐색했다. 수비수들이 물러나는 것을 확인한 백승호는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로 대각 슈팅을 시도했고, 공은 골키퍼가 손을 뻗었음에도 불구하고 골망을 강하게 흔들었다. 이 골로 백승호는 시즌 4호골을 기록했다.
흐름은 완전히 버밍엄 쪽으로 넘어갔다. 전반 43분 스탠스필드가 패널티 박스 왼쪽으로 절묘하게 찔러준 공을 그레이가 잡았다. 그레이는 특유의 드리블로 안쪽으로 파고든 뒤 오른발로 중거리슛을 꽂아 넣었고, 이는 그대로 골문 상단 구석에 꽂혔다.
버밍엄은 전반을 2-0으로 마쳤다.
후반이 시작되자 왓포드는 측면 공략에 집중했다. 후반 5분 볼라가 다시 한번 대각으로 침투해 강력한 슛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비들이 선방했다.
버밍엄도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후반 14분 로버츠가 상대 빌드업을 끊고 둑슈에게 연결했고, 둑슈는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완전한 골 상황을 맞았지만 공을 골대 옆으로 빗나가게 차고 말았다.
버밍엄이 골 찬스를 놓친 직후, 왓포드는 반격에 성공했다. 후반 16분 볼라가 왼쪽에서 다시 크로스를 올렸고, 마암마가 정확한 슈팅으로 2-1을 만들었다.
이후 버밍엄은 케시 앤더슨, 알폰스 삼프스테드, 린든 다이크스 등의 교체 카드로 흐름을 관리했다. 후반 막판에는 마크 레너드와 루이스 쿠마스까지 투입해 중원과 전방을 안정시켰다.
왓포드는 막판까지 크로스와 롱볼을 퍼부었지만, 버밍엄 수비진은 모두 버텨냈다.
마침내 추가시간을 모두 넘긴 뒤 주심의 마지막 휘슬이 울렸고, 버밍엄은 짜릿한 2-1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번 승리로 버밍엄은 승점 28을 확보하며 리그 7위에 올랐다. 승격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6위 브리스톨 시티와는 단 1점 차다.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지난 시즌 리그 원(3부 리그) 우승을 통해 챔피언십으로 승격한 버밍엄은 백투백 승격을 노릴 수 있게 된다.
한편, 챔피언십 복귀 이후 매 경기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백승호는 이날에도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풀타임을 소화한 백승호는 슈팅 2회, 패스 성공률 86%(31/36), 태클 2회, 걷어내기 3회, 리커버리 5회, 리상 볼 경합 성공 4회 등과 함께 1골을 기록, 공수 양면에서 효과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미 시즌 4골을 기록하며 전북 현대 시절 기록했던 개인 최다득점(4골)을 벌써 따라잡았다. 특히 최근 치른 5경기에서 3골을 기록하며 팀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어깨 부상으로 잠시 이탈했지만, 복귀 두 경기 만에 다시 골을 터뜨리며 완전히 회복된 모습을 보인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지역지 '버밍엄 라이브'는 백승호에게 팀 내 최고 평점인 8점을 부여하며 "백승호는 투지를 앞세우면서도 퀄리티가 살아 있는 활약을 펼쳤다. 키프리아누의 높은 태클 이후 곧바로 공을 탈취해 환상적인 선제골을 만들어낸 장면은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평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 역시 "백승호가 중원에서 공수 양면으로 활발히 움직이며 경기 주도권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사진=버밍엄 시티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