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무대에서 손흥민이 폭발적인 활약을 이어가며 미국은 물론 영국 현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MLS 무대에서 첫 해트트릭과 함께 '이주의 선수(Player of the Matchday)' 영예까지 거머쥔 손흥민의 활약은 그야말로 화제의 중심이다.
특히 올여름 손흥민과 결별한 토트넘 홋스퍼를 향해 '손흥민을 너무 일찍 판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좌측 공격 자원이 부재한 구단의 선택이 다시금 도마에 오르고 있다.
손흥민은 18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샌디 아메리카 퍼스트 필드에서 열린 2025시즌 MLS 정규리그 3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레알 솔트레이크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로스앤젤레스 FC(LAFC)의 4-1 완승을 이끌었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린 그는 전반 16분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추가골을 만들었고, 후반 37분 데니스 부앙가의 도움을 받아 쐐기골까지 기록하며 MLS 데뷔 첫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LAFC는 손흥민의 원맨쇼에 힘입어 4-1 대승을 거두었고, 손흥민은 MLS 사무국이 선정하는 '이주의 선수'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MLS 사무국은 "손흥민은 MLS 역사상 단 6경기 만에 다섯 골 이상을 기록한 세 번째 LAFC 선수이며, 구단 역대 일곱 번째 해트트릭 달성자"라며 그가 단기간에 보여준 영향력을 강조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소속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MLS에서 첫 해트트릭을 기록해 정말 기쁘다. 팀 동료들이 훌륭한 도움을 줬고, 수비수들도 좋은 역할을 해줘서 가능한 결과였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득점을 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이 지금은 이 클럽에서 뛰는 모든 순간을 즐기고 있다. 매일 훈련과 경기,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또 "아직 이 리그에 적응하는 단계다.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과의 소통이 굉장히 잘 되고 있고, 모두가 잘 맞이해줘서 짧은 기간에도 좋은 관계를 쌓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손흥민의 활약에 극찬을 쏟아내며 신이 난 듯한 모양새다.
미국 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손흥민의 첫 MLS 해트트릭을 두고 "LAFC 공격진의 위력이 완벽히 드러난 경기였다. 손흥민은 단 16분 만에 멀티골을 넣은 뒤 후반 막판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며 "그의 합류 이후 LAFC는 서부 콘퍼런스 상위권을 다시금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손흥민이 팀 동료 부앙가와 함께 MLS 최고의 공격 듀오로 부상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지인 'LA 데일리 뉴스'는 손흥민과 부앙가 투톱 조합을 "새로운 원투 펀치"라고 표현하며 두 선수의 합작을 집중 조명했다.
미국 '시티즌 트리뷴' 또한 "손흥민은 토트넘 시절과 다름없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미국 팬들을 매료시켰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두 번째 득점은 그가 왜 월드클래스 공격수인지 입증하는 장면이었다"고 서술하기도 했다.
하지만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손흥민이 몸담고 있던 영국의 스포츠 언론들은 사뭇 다른 시선으로 손흥민의 활약에 주목했다.
영국 현지 언론들은 손흥민의 활약을 두고 토트넘의 이별 결정을 되짚었다.
토트넘 전문 매체 '홋스퍼 HQ'는 19일 "토트넘은 손흥민을 붙잡았어야 했다. 그를 떠나보낸 것이 후회로 돌아올 수 있다"며 "물론 MLS와 프리미어리그의 수준 차이가 있지만, 손흥민이 보여주는 경기력은 여전히 빅리그에서도 통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체는 "토트넘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무함마드 쿠두스를 데려온 뒤 좌측 윙어 보강을 포기했다. 결국 손흥민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채 자비 시몬스를 측면에 배치하고 있는데, 이는 선수 본인과 팀 모두에게 손해"라며 스쿼드 운용 문제를 꼬집었다.
특히 매체는 "지난 시즌 손흥민이 부상과 과부하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안지 포스테코글루 전 감독의 전술이 그를 지나치게 넓은 위치에서 소모적으로 활용했을 뿐,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보유한 선수였다"고 강조했다.
영국 '풋볼런던'은 손흥민의 해트트릭을 두고 "전 토트넘 스타가 보내는 경고"라고 표현했다.
매체는 "손흥민은 이미 MLS에서 충분히 위협적인 활약을 펼치며 자신이 여전히 정상급 선수임을 입증했다"며 "토트넘이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명분 아래 손흥민을 내보냈지만, 이번 해트트릭은 그 결정이 너무 성급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또한 손흥민의 이적 배경에 주목했다.
토트넘은 UEFA 유로파리그 우승 이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떠나고 토마스 프랭크 감독 체제가 시작되면서 세대교체 기조를 본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은 10년의 북런던 생활을 마치고 MLS행을 선택했다.
하지만 매체는 이를 두고 "손흥민은 여전히 수비를 공포에 몰아넣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현재 LAFC에서 그 사실을 다시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손흥민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토트넘의 상황은 다소 아쉬운 모습이다.
앞서 '홋스퍼 HQ'가 언급한대로 토트넘은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랑달 콜로 무아니를 임대 영입하며 최전방 보강에 집중했지만, 손흥민의 포지션인 좌측 날개에는 공백이 생겼다.
영입 후보로 언급됐던 아데몰라 루크먼, 사비뉴 등은 끝내 합류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손흥민을 내보내고도 직접적인 대체자 없이 시즌을 시작한 셈이다.
이는 공격 전술 다양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손흥민은 여전히 MLS 적응을 언급하며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더 많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새로운 무대에서 빛을 발할수록, 토트넘의 결단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MLS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