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 팀 중심 잡아준 '리더십' 있는 주장이었죠…지도자로도 꽃길만 걷길" [현장:톡]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정말 좋은 선수였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이날 은퇴식을 치르는 박경수 코치와의 추억을 회상했다.

성남고 출신인 박경수 코치는 2003년 LG 트윈스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성했다. 이후 2014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어 신생팀 KT로 이적했다. 후배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21년 KT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끌며 기쁨을 누렸다.

우수한 수비 능력으로 내야를 지키던 박 코치는 한국시리즈 3차전 도중 종아리 근육 부분 파열 진단을 받았다. 4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박 코치가 목발을 짚고 그라운드로 나오고, 선수들이 도열해 박 코치에게 박수를 보내던 장면은 여전히 손꼽히는 KT 구단의 명장면이다. 박 코치는 그 해 한국시리즈 MVP도 수상했다.

박 코치는 KT에 몸담았던 10년 중 6년 동안(2016~2018년, 2022~2024년) 주장을 맡으며 '영원한 캡틴'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오랫동안 KT를 지키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택했다. 올해 KT에서 퀄리티컨트롤(Quality Control·QC)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최근엔 1루 주루코치도 병행 중이다.

1일 수원서 만난 이 감독은 '선수 박경수'에 관해 "팀 중심을 잘 잡아줬다. (2019년) 내가 이 팀에 오기 전까지 유한준 코치와 함께 선수들의 루틴 정립을 돕고 팀을 잘 정착시켜 놓았더라"며 "두 사람의 역할이 정말 컸다. 내가 왔을 땐 특별히 말할 게 없을 정도로 모든 게 잘 잡혀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박)경수의 리더십이 정말 좋았다. 생각보다 카리스마 있고 무서운 선배이기도 했던 것으로 안다"며 "주장으로서 너무 잘해줬다. 선수들을 잘 이끌어준 덕분에 큰 사건, 사고 없이 지금까지 팀이 순항할 수 있었다. 경수는 여러 역량을 두루 갖춘 선수였다"고 강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물었다. 이 감독은 "타이브레이크 경기에서 마지막에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의 타구를 잡아 2루 땅볼을 만든 것과 한국시리즈에서 병살타를 만든 것, 그리고 목발을 짚고 걸어 나오던 게 기억 난다"며 "수비를 진짜 잘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한두 발 정도 더 빨랐다"고 전했다.

이어 "함께하는 동안 팀의 첫 5할 승률, 첫 포스트시즌 진출, 첫 통합우승을 모두 같이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KT는 2021년 삼성과 리그 역대 최초로 타이브레이크(1위 결정전) 단판 승부를 펼쳤다. 당시 짜릿한 1-0 승리를 거두며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는데, 9회말 선두타자 구자욱의 우전 안타성 타구를 2루수였던 박 코치가 잡아내 땅볼 아웃을 만들기도 했다. KT 더그아웃을 뜨겁게 달구는 그림 같은 호수비였다.

또한 KT는 이 감독 부임 첫해였던 2019년 처음 5할 승률을 기록했고, 2020년엔 처음으로 가을야구 무대에 오른 바 있다.

막내 코치로서 박경수는 어떨까. 이 감독은 "나름대로 잘한다. 본인이 재밌어하며 좋다고 해주니 나도 고맙다"며 "물론 작은 실수도 있을 수 있다. 그러면서 크는 것이다"고 미소 지었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초반에는 힘들었지만 KT에 와서 선수 생활이 잘 풀렸다고 생각한다. 지도자로는 처음부터 잘 됐으면 좋겠다"며 "선수로서, 주장으로서 해 온 것들을 잘 이어서 지도자로도 좋은 길을 걷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남겼다.

KT는 이날 박 코치를 특별 엔트리로 등록했다. 경기 출전이 가능하다. 이 감독은 "게임이 너무 팽팽하면 우리도, 경수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상황을 보려 한다"며 "그러다 갑자기 훅 기용할 수도 있다.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내가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박 코치의 은퇴식을 축하해주고자 재활 중인 내야수 황재균(햄스트링), 투수 손동현(어깨)도 이날 경기장을 방문했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