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이강인이 소속팀인 프랑스 최고 명문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팀내 입지에 빨간불을 켰다.
24살로 축구 인생 전성기에 접어든 나이다. 벤치로 급락한 그의 입지가 아쉽다.
이적 가능성까지 고려되고 있지만 PSG와 계약기간이 3년 남아 이강인이 결정권을 갖기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적당한 곳으로 완전 이적을 하면 좋지만 당장은 임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강인은 2024-2025시즌 초반엔 PSG에서 위상이 괜찮았다. 오른쪽 윙어는 물론 제로톱 시스템에서의 가짜 9번까지 맡으며 여러 포지션을 분주하게 누볐다.
마침 주축 선수들이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 불화를 빚었고, 킬리안 음바페의 레알 마드리드 FA(자유계약신분) 이적에 따른 공백도 메우지 못했다.
FC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을 지휘했던 엔리케 PSG 감독 눈에 이강인이 들어왔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을 이번 시즌 전반기에 중용했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을 좋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시즌 중반 프랑스 취재진이 그의 기량에 의문을 표시할 때마다 여러 번 이강인을 칭찬하면서 언론의 혹평을 반박했기 때문이다.
다만 엔리케 감독은 자신이 뽑은 선수는 아님을 강조했다. 구단이 데려왔다는 얘기였다.
그럼에도 이강인의 멀티 플레이어 기질과 정신력을 칭찬했다. 엔리케 감독은 "PSG처럼 풍족한 곳에서 뛰는데도 배고품이 있다"고 칭찬했다.
새해 들어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이강인의 활약상과 엔리케 감독의 칭찬을 모두 옛 이야기가 됐다.
PSG는 지난 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왕자공원) 구장에서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 1차전 리버풀과의 홈 경기에서 0-1로 석패했다.
리버풀이 챔피언스리그 리그페이즈를 7경기 만에 1위 확정지었고, 프리미어리그는 우승 확률 98%에 이르는 팀인데 PSG가 잘 싸웠다.
이날 PSG는 슈팅 수 28-2의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독주를 하는 리버풀이 PSG의 파상공세에 혼이 났다.
그러나 후반 43분 상대팀 미드필더 하비 엘리엇의 한 방에 실점하고 아쉽게 졌다.
이강인 입장에선 더 씁쓸했을 한 판이 됐다.
이번 시즌 리그1 무패 질주 중인 PSG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강인은 90분 내내 벤치만 달구다가 팀의 패배를 지켜보고 말았다.
물론 선발로 나선 선수들이 리버풀을 활기차게 공략하며 좋은 내용을 보여주다보니 엔리케 감독 입장에서 이강인 생각이 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교체 카드 3명 안에 들지 못한 것은 이강인을 향한 경고음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PSG에선 이날 브래들리 바르콜라와 파비앙 루이스,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가 경기 도중 벤치로 나왔다. 데지레 두에, 워렌 자이르-에메리, 곤살루 하무스가 들어갔다.
모두 공격수 아니면 미드필더로 이들 대신 이강인이 들어갈 수 있었지만 엔리케 감독은 외면했다. 교체 한도 5명을 다 쓰지 않으면서도 이강인을 집어넣지 않있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리그1에서만 6골 5도움을 기록하며 골과 도움에서 모두 PSG 랭킹 3위에 오른 상태다. 전반기 리그1 선수 평점 전체 3위에 오르는 등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올해 15경기에 출전했는데 선발이 8번, 교체투입이 7번이었다.
특히 90분 풀타임을 뛴 경우가 1월13일 리그1 생테티엔, 2월4일 2부리그 르망과 치른 FA컵 경기 등 두 경기 뿐이었다.
최근 4경기에선 더욱 심각하다. 앞선 3경기에선 모두 교체로 들어갔는데 출전시간이 30분, 16분, 15분으로 급감했다.
그러더니 리버풀전에서 시즌 처음으로 벤치에만 머물렀다.
PSG는 새해 들어 공격 라인이 확 달라졌다. 엔리케 감독과 불화를 빚었던 프랑스 국가대표 우스만 뎀벨레가 갈등을 해결하며 스트라이커로 뛰고 있다. 리그1 득점 선두에 오를 만큼 맹활약하고 있다.
프랑스 국가대표 브래들리 바르콜라는 오른쪽 날개를 꿰찼다.
이어 1월 중순 1050억원을 들여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데려왔다.
특히 흐비차의 이적이 결정적이었다. 그가 오면서 이강인은 스리톱 공격진에서 자취를 감췄고, 4-3-3 포메이션의 미드필더 3명 중 한 명으로 간혹 기용되는 정도가 됐다. 미드필더에도 쟁쟁한 선수들이 많아 경쟁이 쉽진 않다.
마침 프랑스 일부 언론은 PSG가 이강인에게 올여름 팀을 떠나도 좋다는 사인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언론 주장이 틀렸더라도 이강인 입장에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강인은 지난 겨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뉴캐슬, 노팅엄 등 빅클럽 아니면 이번 시즌 상위권에 자리잡은 구단들이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알 샤밥이 이적료 780억원에 이강인을 원한다는 소식도 나왔다.
하지만 알샤밥은 경영난을 이유로 선수단 월급을 3달째 주지 못하고 있어 이강인을 데려갈 상황이 아니다.
관건은 이강인의 계약기간이다. 2028년 6월까지 5년 계약을 입단할 때 체결했기 때문이다.
PSG 입장에선 330억원 주고 데려온 그의 가치가 최근 500억~600억원 넘나드는 것을 고려해 적당한 곳에 팔 수도 있지만 계약기간이 3년 남은 만큼 임대를 보낼 수도 있다.
엔리케 감독이 언제까지 PSG를 지휘할 지 알 수 없고, 이강인의 경우 실력 자체가 PSG에서 뛰지 못할 선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PSG는 실제 네덜란드 영건 사비 시몬스를 네덜란드 PSV로 보냈다가 바이백(특정 이적료에 다시 사올 수 있는 조건)을 이용해 다시 구매한 뒤 얼마 전 독일 라치프치히에 판 적이 있다.
이강인이 다른 팀을 원하더라도 임대 혹은 바이백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강인 역시 팀의 명성보다는 내년 월드컵 출전 가능성을 고려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을 고를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 PSG /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