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3-2로 극적인 승리!
유럽 클럽축구의 최고봉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120분 간의 명승부였다.
리버풀은 26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터키 이스탄불에서 펼쳐진 AC 밀란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경기에서 전,후반과 연장전을 포함해 120분 동안 3-3 무승부를 기록한 후 벌인 승부차기에서 3-2로 승리했다.
AC 밀란, 우세한 경기 흐름 속에 전반전 3-0 리드챔피언스리그 통산 6회 우승에 빛나는 AC 밀란과 21년만에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은 리버풀 FC은 올시즌 유럽 클럽축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결승전 무대에서 한치의 물러섬 없는 명승부를 펼쳤다.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앞서있는 AC 밀란의 우위가 조심스럽게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의 뚜껑을 열자마자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스타 선수들을 다수 보유한 AC 밀란이 앞서가기 시작했다.
비교적 이른 시간인 전반 1분 만에 AC 밀란의 첫골이 터졌다.
전반 1분, 프리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크로스로 올라온 공을 노마크 상태에 있던 AC 밀란의 노련한 수비수 말디니(이탈리아)가 선취골을 터트렸다.
올해 개인 통산 챔피언스리그 4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에 도전 중인 36세의 말디니는 이날 경기에서 결정적인 선취골을 뽑아내며 이후 경기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말디니의 선취골 이후 다소 AC 밀란이 우세한 플레이를 펼치는 가운데 리버풀은 좁은 공간에서 벌이는 자리 싸움에서 공간을 많이 내주며 여러차례 AC 밀란에게 결정적인 유효 슈팅을 허용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득점기계 세브첸코(우크라이나)가 리버풀 수비수 트라오레를 유린하면서 여러차례 리버풀의 골문을 두드리며 추가 득점을 시도한 AC 밀란은 전반 39분 기어코 추가골을 뽑아내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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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승부차기에서 득점을 하지 못한 세브첸코 선수(AC 밀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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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 UEFA |
전반 39분, AC 밀란 카카(브라질)가 세브첸코에게 패스를 밀어 주었고 리버풀 문전으로 돌파해 들어간 세브첸코가 자신이 직접 슈팅을 하지 않고 크레스포(아르헨티나)에게 킬패스를 연결하며 보다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줬고 크레스포는 세브첸코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AC 밀란의 2번째 골을 만들어 냈다.
전반 초반, 선취골을 너무 쉽게 내준 리버풀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크레스포의 추가골이었다. AC 밀란의 상승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반 종료를 얼마 안 남겨둔 전반 44분, 미드필더 2선에서 투입된 스루패스를 거침없이 리버풀 문전을 향해 질주해 들어가던 크레스포가 낚아채서 리버풀 두덱(폴란드) 골키퍼와 결정적인 1대1 슈팅 찬스를 만들어냈고 다시 한번 리버풀의 골문을 갈랐다. 이로써 AC 밀란의 3-0 리드.
AC 밀란은 전반에서만 무려 3골을 뽑아내는 괴력을 발휘하며 리버풀을 망연자실하게 만든 가운데 전반 45분 경기를 마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AC 밀란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경기 내용면에서도 AC 밀란이 앞서면서 승부의 추도 완전히 AC 밀란에게 기울어진 것처럼 보였다.
▲ 챔피언스리그 우승 자리를 놓고 운명의 한판 승부를 벌인 리버풀 FC와 AC 밀란ⓒ2005 UEFA
후반전, 거짓말 같은 리버풀의 대반격이 펼쳐졌다!
하지만 '축구공은 둥글다. 경기는 마지막 심판의 휘슬이 불때까지 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라는 말처럼 거짓말 같은 리버풀의 대반격이 후반전부터 펼쳐졌다.
후반 초반, 3골 차이로 크게 앞선 AC 밀란은 경기에 다소 여유를 가지며 플레이를 펼쳐 나갔으나 후반 9분, 전반부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왼쪽 측면에서 공격을 주도한 리세의 크로스를 이어받은 제라드가 멋지게 헤딩슛을 성공하면서 한 골을 만회했다.
꺼져가던 불꽃을 다시 살려낸 리버풀의 귀중한 만회골이었다. 하지만 후반 9분에 터진 제라드의 만회골을 기점으로 리버풀의 대역전극 신화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제라드가 골을 넣은지 불과 2분 후인 후반 11분 AC 밀란 페널티 에어리어 근방에서 하만이 잡아서 내준 공을 달려오는 스피드를 살린 스미체르가 AC 밀란의 허를 찌르는 기막힌 중거리슛으로 연결하면서 리버풀의 2번째 만회골을 뽑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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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날 결승전 경기에서 후반 첫번째 만회골과 페널티킥을 유도해 내며 맹활약한 제라드 선수(리버풀 F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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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 UEFA |
그리고 4분 뒤인 후반 15분에는 후방에서 투입된 빠른 스루패스를 이어받은 리버풀의 제라드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중앙 돌파해 들어가자 마음이 다급해진 AC 밀란 수비수 가투소가 뒤에서 반칙을 하며 페널티킥을 허용했고 이를 '유럽 최고의 키커'라는 별명을 가진 사비 알론소가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사비 알론소의 페널티킥을 1차적으로 AC 밀란 디다 골키퍼가 선방해 냈으나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문전 쇄도한 사비 알론소에게 재차 슈팅을 허용해 통한의 3번째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결국 리버풀은 후반전 경기 시작 15분만에 3골을 내리 뽑아내며 순식간에 3-3 동점을 만들어냈고 경기를 완전히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양 팀의 경기는 다시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펼쳐지는 흐름으로 바뀌었고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 속에서 후반 30분 경기가 진행됐다. 순식간에 경기 흐름을 원점으로 돌린 리버풀은 저력을 보여주며 거세게 밀어붙였으며 이에 맞서는 AC 밀란 역시 사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버풀은 하만과 시세를 교체 투입했고 AC 밀란 역시 세르징요와 토마손을 교체 투입하는 등 양 팀 모두 가능한 교체 멤버를 투입해 승부수를 띄웠으나 더이상의 추가골을 기록하지 못한 가운데 후반 경기를 마쳤고 이후 양 팀은 30분간의 연장전 승부에 돌입했다.
▲ 리버풀 FC과 AC 밀란이 벌인 결승전 경기 내용이 소개된 리버풀 구단 홈페이지ⓒ2005 리버풀 구단
두덱 골키퍼의 선방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리버풀!
연장전에서는 리버풀과 AC 밀란, 두 팀 모두 수비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소모전을 벌인 가운데 AC 밀란은 연장전반 4분에는 피클로가 리버풀 문전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시도하고 연장후반 10분경에는 세브첸코에게 완벽한 득점 기회가 주어졌으나 기회를 살려내지 못해 결국 연장전 대결에서도 양 팀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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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부차기 승부에서 AC 밀란의 결정적인 슈팅을 선방해낸 두덱 골키퍼(리버풀 F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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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 UEFA |
결국 리버풀과 AC 밀란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양 팀의 운명이 걸린 승부차기 승부를 벌였다. 이날 승부차기의 영웅은 리버풀의 골문을 지키던 두덱(폴란드) 골키퍼였다.
전반 경기에 AC 밀란의 화려한 공격진 앞에 3골을 연이어 내주며 여러차례 불안한 수비를 보인 두덱은 승부차기에서만큼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AC 밀란의 첫번째 키커인 세르징요가 실축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은 두덱은 두번째 키커인 피클로의 슈팅을 선방해낸데 이어 마지막 5번째 키커로 나선 세브첸코의 슈팅까지 막아내며 리버풀의 감격적인 우승을 일구어냈다.
이날 결승 경기에서 세브첸코는 2년전 챔피언스리그 결승과 마찬가지로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섰으나 2년전과는 달리 골을 성공시키며 AC 밀란의 우승을 견인해내지는 못했다.
한편 리버풀은 지난 1984년 이후 21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며 5번째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등극하는 감격을 누렸다. 또한 레알 마드리드(9차례 우승)와 AC 밀란(6차례 우승)에 이어 3번째 최다 우승팀이 됐다.
▲ 리버풀 FC vs AC 밀란 경기 결과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터키 이스탄불)
ⓒ2005 UEFA
-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경기결과 [5월 26일] -
리버풀 vs AC밀란
(전반) 0 : 3
(후반) 3 : 0
(SCORE) 3 : 3
득점자
전반01분, AC밀란/말디니 득점
전반39분, AC밀란/크레스포 득점
전반44분, AC밀란/크레스포 득점
후반09분, 리버풀/제라드 득점
후반11분, 리버풀/스미체르 득점
후반15분, 리버풀/사비 알론소 득점(페널티킥)
-> 승부차기 승부 끝에 3-2로 리버풀이 올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정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