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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노트북] 전지현 "20대에만 할 수 있는 연기, 지금도 늦지 않았죠"

기사입력 2021.05.30 12:10 / 기사수정 2021.05.30 11:12


[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어렸을 때 선택했던 작품들을 생각하면,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더 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어요. 20대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이고, 그 때는 그 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표현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도 늦었냐? 늦지 않았죠.(웃음) 그래서 나이에 맞는 역을 차근차근 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2015.07.22 '암살' 인터뷰 중)

배우 전지현은 오랜 시간 연예계를 대표해 온 시대의 아이콘이죠. 1997년 패션잡지 모델로 데뷔한 이후 1998년 SBS 드라마 '내 마음을 뺏어봐'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했고, 1999년 프린터 CF로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며 높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후 드라마 '해피투게더'(1999), 영화 '화이트 발렌타인'(1999), '시월애'(2000)에 이어 '엽기적인 그녀'(2001)로 신드롬급 화제를 일으키며 스타덤에 오르게 되죠.

어느덧 데뷔 후 24년이라는 시간을 지난 지금이지만, '전지현'이라는 이름이 주는 존재감과 파급력은 여전합니다. 그의 크고 작은 행보 하나하나에 많은 시선이 쏠리죠. 2015년 '암살' 개봉 당시에도 전지현을 향한 관심은 그 때와 같았습니다.


'암살'은 영화로는 '베를린'(2013) 이후 2년, 드라마로는 2014년 'SBS 연기대상'을 안겨준 '별에서 온 그대' 종영 후 1년 반 만의 컴백작이었습니다. 2012년 '도둑들'로 천만 영화의 주역이 됐고, 13년 만의 드라마 컴백작이었던 '별에서 온 그대'로 큰 성공을 거두며 승승장구했기에, '암살'에서 보여줄 전지현의 변신이 더욱 주목받았죠.

영화 속에서 전지현은 대치 상황에 놓인 암살단의 리더이자 신념의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을 연기했습니다. 총기 액션을 위해 5kg이 나가는 무거운 장총을 들고 화려한 액션과 감정 연기까지 능숙하게 소화하며 극의 중심을 잡았죠.

"배우들이 100% 욕심을 낼만한 이야기이고, 캐릭터다 싶었다"고 애정을 보인 전지현은 "부담이 많이 됐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고민이 있었지만 그래도 꼭 하고 싶었어요. 최동훈 감독님과도 ('도둑들'에 이어) 두 번째 작업이었고, 배우 분들도 정말 친한 오빠들이어서 힘든 건 없었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현장이었어요"라고 촬영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유난히 더욱 크게 들렸던 웃음소리와 함께, 큰 흥행을 마주해 본 이의 여유도 대화를 통해 느껴졌죠. '암살' 개봉일에 만났던 전지현은 "'도둑들'에 이어 '암살'도 천만 관객을 돌파한다면 어떤 느낌일 것 같냐"는 물음에 "'도둑들' 다음에도 크게 바뀐 건 없어요. 천만 관객을 넘었다고 해서 제게 직접적으로 와 닿았던 것은 없었거든요. 그리고 드라마에 출연했는데, 드라마의 반응이 정말 뜨거웠었잖아요. 어떤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 기분 좋은 것인데, 그 정도가 아닐까요"라고 웃었습니다. 

이어 "물론 일이 잘 안 될 때도 있지만, 또 사람이 살면서 잘 될 때는 다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잖아요. 그래서 일이 잘 될 때는 최고치로 한 번 잘 되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죠.

2012년 결혼 후 안정감을 찾은 것도 맞다며, 자신을 향해 좀 더 부드러워진 시선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좋은 점이라고도 말했습니다.

"결혼 전후에 달라졌다고 느낀 것은 크게 없어요. 작품 선택 기준도 마찬가지고요. 오히려, 예전에는 사람들이 저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평가를 하는 것이 있었다면 결혼하고 나서부터는 그런 시선들이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아요. 그리고 예전에는 제 앞의 어떤 벽들을 느꼈다면 지금은 오히려 더 저를 보고 싶어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제가 제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더 솔직하게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그런 시선들이 더해지는 것 같고요. 색안경이 걷힌 느낌?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당시는 전지현이 데뷔 20년을 향해 가던 때였죠. 전지현은 "저는 (연예인) 전지현으로 산 인생이 훨씬 더 많거든요. 그래서 어찌됐든, 저와 일은 떨어뜨릴 수 없는 것이죠. 궁극적으로는 좋은 연기를 해야되는 사람이니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에요. 제 삶이 너무 복잡한데 일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겠나요"라고 미소를 지으며 "그게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하면서 사는 거죠"라고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연기 덕분에 '집중할 것을 찾아 살 수 있다'는 생각도 덧붙였습니다. "살면서 집중할 수 있는 일이 몇 가지나 있을까요?"라고 되물은 전지현은 "살면서 점점 더 없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연기하는 그 순간만큼은, 제가 배고픈 것도 모르고 집중을 하더라고요. 평상시에는 배고프면 뭔가를 빨리 먹어야 하고 정신도 없는데, 연기할 때는 배고픔도 잊고 어디가 아파도 잊을 정도로 집중하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좀 재미있어요. 결론은 연기하는 것이 재밌다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일의 성과도 좋지 않을까요?"라고 말을 이었죠.



이후 자신이 걸어갈 연기 행보에 대해서도 열려 있는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어렸을 때 선택했던 작품들을 생각하면,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더 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어요. 20대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이고, 그 때는 그 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표현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도 늦었냐? 늦지 않았죠.(웃음) 그래서 나이에 맞는 역을 차근차근 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암살' 개봉일에 만났던 전지현은 인터뷰 당시 경호원을 대동하며 과한 행동이라는 의도치 않은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일정이 마무리되고 나서야 전지현이 당시 첫째 임신 초기였다는 사실이 전해졌죠. 인터뷰 당시에도 사진 촬영을 위해 높은 굽의 힐을 신어야 했던 여러 상황과, 개인적인 일이 더 이슈가 되는 것을 우려해 선택했던 것이 오해를 낳으며 임신 소식과 함께 이를 해명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2012년 결혼했던 전지현은 그렇게 2016년 2월 첫째 아들을 얻었죠. '암살' 이후에도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2016) 출연에 이어 2018년 1월 둘째 아들까지 품에 안으며 두 아이의 엄마로, 또 배우로 열일곱 살에 데뷔했던 1997년 이후 어느덧 40대가 된 지금까지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해 3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2 엔딩에 깜짝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안겼던 전지현은 이후 뜨거워진 복귀작에 대한 관심 속 '킹덤:아신전' 출연 소식을 함께 알렸죠. '킹덤:아신전' 촬영 이후에는 tvN 새 드라마 '지리산'에서 레인저 서이강 역으로 변신한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 나이 대에만 할 수 있는 연기를 더 많이 겪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존재하지만,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해 나가고 싶다'는 바람처럼 그렇게 전지현은 차기작을 통해 대중과의 또 다른 소통을 계속해서 준비하는 중입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각 영화·드라마 스틸컷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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