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7.18 11:18 / 기사수정 2006.07.18 11:18
☞현재 오마이뉴스에서도 연재하고 있는 'K리그 인사이드'를 시작합니다. 앞으로 K리그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 필자 주
[엑스포츠뉴스=문인성 기자]
'우리 팀, 우리 서포터즈가 최고입니다.'
혹시 언론보도를 통해서 이렇게 말하는 K리그 선수가 몇이나 있을까? 외국과는 달리 우리 국내 프로축구 선수들은 인터뷰를 통해서 자신의 소속팀과 팬들에 대한 애정을 잘 나타내주질 않는다. 경기장에서는 골을 넣은 이후에 서포터즈들에게 달려가 열정적인 골 세러머니를 펼치기는 하지만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는 나오고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잠깐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로버트 드니로와 웨슬리 스나입스가 주연한 영화 <더 팬>(The Fan,1996)에는 야구선수인 웨슬리 스나입스(바비 레이번 역)의 열광적인 팬인 로버트 드니로(길 레너드 역)가 이런 말을 한다. "그저 고맙다는 말만 해주면 되는데..." 이야기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팬들은 선수들이 팀에 대한 애정이나 자신들에 대한 애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해주기를 원한다.
유럽리그에서 뛰는 많은 선수들은 골을 넣은 이후에 서포터즈들에게 달려가 환호하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유니폼에 박혀 있는 팀의 상징을 가리킨다. 이러한 모습에 팬들은 그 선수를 자신의 가족처럼 느끼게 되며, 자신들의 애정이 그대로 전달되었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경우들을 살펴볼 때 우리 K리그 선수들은 얼마나 팬들이나 팀에 대한 애정을 외부로 드러낼까. 기자가 FC서울을 전담 취재하는 입장에서 2004년부터 서울의 경기들을 지켜봐 왔다. 한 가지 놀랐던 점은 바로 선수들이 대부분 골을 넣은 이후에 서포터즈들에게 달려가 환호를 하는 것이 드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서 'FC서울'이라는 이름을 자주 거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취재를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적지 않게 놀랐다.
사실 프로축구선수가 인터뷰에 응하면서 자신의 소속팀에 대한 언급이 적으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연봉을 주고 경기에 나가게 해줄 수 있는 곳이 바로 소속팀 아닌가. 또한, 자신이 경기에 출전할 때 박수 쳐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바로 팬 아닌가. 참 신기한 현상이다.
예를 들어 "오늘 경기에서 운이 좋게 골을 넣은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 팀의 경기를 지켜봐 달라,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이 너무나도 고맙다"라는 식의 코멘트는 아무리 찾으려 애써도 듣지 못했다.
물론, 선수들은 인터뷰를 하면 무척 긴장한다. 그라운드에서는 투지 넘치는 터프가이라도 그라운드 밖에서의 그들은 무척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들이다. 그렇다 보니 인터뷰를 하면 정신없이 대답하거나 기자의 질문에 소극적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이것은 선수들이 대부분 자신이 내뱉은 말이 그대로 언론에 나간다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 속에는 팀과 팬에 대한 애정을 넘쳐도 근방 표현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디 말하지 않고 가슴 속에만 묻어 둔다면 누가 알 수 있을 것인가. 지금 현재 많지는 않지만 K리그 경기장을 꾸준히 찾아주는 팬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선수들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팬들에게 표현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많이 웃어주고 손도 흔들어주고 말이다.
어떤 이는 "운동선수가 운동을 열심히 하기도 바쁜데 언제 팬들에게 손도 흔들어주고 웃어 주나?"하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프로선수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팬들이야말로 자신의 팀이야말로 자신에게 연봉을 주고 끝까지 지지해주는 고마운 상대라는 것을 우리 K리그 선수들이 제대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최근 소속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FC서울의 공격수 김승용은 매 경기마다 팬들을 위한 특별한 세러머니를 준비한다. 얼마 전 경기에서는 골을 넣은 이후에 팬들 앞으로 달려가 개그맨 박명수의 '8비트 유로 쪼쪼댄스'를 세러머니로 펼치는가 하면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는 '우리 팀'이라는 말을 계속해서 언급한다.
경기에서 교체해 나갈 때도 반드시 서포터즈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나간다. 이러한 모습에 팬들은 감동을 받으며, 이 선수로 하여금 마케팅과 홍보를 진행해 나가야 하는 구단의 입장에서는 그 선수가 고마울 수밖에 없다.
한 선수의 국한해서 말했지만 몇몇 선수들이 K리그 경기장에서 팀과 팬에 대한 애정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몇 선수에 국한되지 말고 모든 K리그 선수들이 적극적인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팬들이 선수를 알아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그 선수가 팬과 팀을 알아줘야만 사랑 받는 선수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소극적인 자세로 팬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 소극적인 자세로 소속팀에서 중요한 선수로 대우받을 수 없다. 적극적인 자세로 언론을 통해서나, 경기장에서나 '튀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 튀는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팬들이 보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그러한 선수가 되어야 할 것이다.
팬들은 진심으로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해 선수가 애정을 표현할 때, 그리고 자신들의 열정적인 응원에 선수가 고마움을 표시할 때 감동을 받는다. 이런 점을 선수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우리 K리그가 많은 관중을 동원하지 못하는 것은 축구협회, 연맹, 구단의 잘못만이 아니다. 바로 선수들에게도 잘못이 있는 것이다. 그동안 팬들이 지속적으로 경기장을 찾아주지 못하게끔 하는데 선수들도 한몫을 했다. 그중 가장 컸던 부분이 바로 선수들의 소극적인 애정표현이었다.
결국, K리그 선수들이 온몸으로 적극적으로 애정과 고마움을 표현할 때 팬들은 관중석을 가득 메울 수 있을 것이다. 선수가 사랑한다고 외치는데 그 고백을 받아주지 않을 팬이 어디 있을까. 지금 우리 K리그 선수들은 프로축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경기장을 떠나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온몸으로 표현해야 할 때다.
사진1- 앨런 스미스를 지지해주는 맨유의 서포터즈 (www.wldcup.com)
사진2- 현 K리그 경기의 모습 (엑스포츠뉴스)
사진3-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박주영 (엑스포츠뉴스)
사진4- 서포터즈에게 달려가 골 세러머니를 펼치고 있는 김승용 (FC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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