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12-17 02:07
연예

"귀한 영상 남았다"…'90세 첫 대상' 故 이순재, 부축받고 '오열' 진심 "늘 준비했습니다" [엑's 초점]

기사입력 2025.11.26 18:20 / 기사수정 2025.11.27 18:00

KBS 2TV '2024 연기대상', 최민호 계정
KBS 2TV '2024 연기대상', 최민호 계정


(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약해온 이순재가 세상을 떠났다. 평생 연기에 바쳤던 고인의 진심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25일 이순재는 이날 새벽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났다. 조문 첫날부터 연예계 후배들뿐만 아니라 유명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었다.

정부는 문화 훈장 최고 등급인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고인은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이후 반세기가 넘는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참 현역 배우로 활동해왔다. 

이어 140편이 넘는 드라마와 연극,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연기에 대한 진정성과 인간적인 모습으로 모든 연령층에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고 평가됐다. 후학 양성과 의정 활동 등을 통해 예술계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공로를 인정해 훈장을 추서한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공동취재단

최민호 계정
최민호 계정


살아있는 방송 역사였던 이순재. 고인을 떠나보내며 후배들이 전한 일화에도 연기를 향한 진심이 묻어있어 먹먹함을 안겼다. 

이순재는 지난해 10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다'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중도 하차했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도 하차 직전까지 무대에 올랐다. 해당 작품에서 함께 호흡한 최민호는 이순재가 대본을 바라보고 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선생님"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또한 지난 8월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을 당시, 소속사 측은 영화 출연을 준비하고 있다고도 전했던 바. 병실에 입원한 상황에서도 차기작 준비를 멈추지 않았던 그의 뜨거운 연기 열정은 더욱 큰 울림을 남기고 있다.

25일 정보석은 엑스포츠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제일 가슴 아픈 게 연극 '러브레터'(2024년)라는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백내장 수술을 받으시고 퇴원 일주일 만에 눈에 초점도 맞지 않으신데 보러 오셨다"라며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 "보이시지도 않는데 흐릿해서 형태만 보셨다고 하는 게 가슴 아픈 일이었다"라며 고인의 연기 애정을 언급해 먹먹함을 안겼다.

엑스포츠뉴스DB. 이순재, 정보석
엑스포츠뉴스DB. 이순재, 정보석


그가 시청자들 앞에 마지막으로 섰던 공식석상, '2024 KBS 연기대상'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녹화로 진행된 시상식, 해당 방송은 올해 1월 11일에 방송됐다. KBS 측은 공식 영상에 대상 수상 영상을 업로드하며 추모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90세의 나이로 생애 첫 대상을 수상했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요."

70년 동안 방송, 영화, 연극을 넘나들었던 이순재의 생애 첫 연기대상. KBS 2TV 수목드라마 '개소리'를 통해 대상을 수상했다.

좋지 않은 건강 상태였음에도 연기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최수종과 김용건의 부축을 받으며 수척해진 얼굴로 무대 위에 올랐다.

KBS 2TV 방송화면
KBS 2TV 방송화면


무대에 오르자마자 눈시울을 붉혀 많은 후배들의 눈에도 눈물을 맺히게 했다. "KBS TV가 대한민국 방송 역사를 시작한 해가 1961년도, 12월 31일이다. 제 기억은 그렇다. 방송은 그다음에 본격적으로 나갔지만. 방송의 역사를 시작한 KBS TV. 물론 첫 작품은 '나도 인간이 되련다'다. "

KBS와 인연이 깊었던 이순재는 "선배님들 모시고 조그만 역할이지만 했다"며 "KBS에서 활동을 하다가 TBC가 전속계약을 한다고 계약금을 준다고 해서 건너갔다. 건너갔다가 1980년 언론통폐합 때 다시 왔다"고 설명했다.

거동이 힘들어 부축을 받고 무대위에 등장했던 이순재는, 수상소감을 하면서 가쁜 숨을 쉬기도 했다. 

이순재는 "KBS와 인연이 있는데 많이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면서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 하고 늘 준비는 하고 있었다. 오늘 이 아름다운 상, 귀한 상을 받게 됐다. 이 말씀을 덧붙이는 이유는 그동안에 '대상'하게 되면 이순신 장군이나 역사적 인물(들을 줬다). 최수종 씨 네 번씩 받았다. 줄 수 있다. 얼마든지 중복해서 줄 수 있다. 미국의 캐서린 헵번 같은 할머니는 30대 때 한번 타고 60이후에 세 번 탔다. 우리 같으면 전부 공로상. 60 넘어도 잘하면 상 주는 거다. 공로상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연기를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된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그게 미국의 아카데미다"라며 "이 상은 나 개인의 상이 아니다. 아시다시피 '개소리'엔 소피를 비롯해 수많은 개가 나온다. 그 애들도 한몫 다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순재는 "거제까지 4시간 반이 걸린다. 20회 이상 왔다 갔다 하면서 찍은 드라마"라며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하고 싶은 학생들이 있다. 아직까지도 총장님이 배려해서 가천대학교 석좌 교수로 13년째 근무하고 있다. 시간이 안 맞아서 학생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교수 자격 없다'라고 했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모처럼 드라마 하시는데 잘하세요'라고 하더라. '염려 마세요 가르쳐 주신 대로 저희가 다 만들어낼게요'라고 하는데 눈물이 나왔다. 그 학생들을 믿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오늘의 결과가 온 걸로 알고 있다. 감사하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를 듣던 후배들 또한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닦았다.

KBS 2TV 방송화면
KBS 2TV 방송화면


끝으로 "시청자 여러분,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해당 수상소감은 계속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네티즌들은 "한 시대가 끝났음이 느껴진다", "이순재 선생님께 대상을 드려 이 귀한 영상을 남게 한 KBS에게 늦었지만 잘했다고 하고 싶다", "본인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고선 저 날 무대 올라가서 국민들께 마지막 인사하는 거처럼 느껴졌어요. 신세는 국민들이 더 많이 졌죠 덕분에 안방에서 울고 웃었습니다. 존경합니다 편히 쉬시길 바라겠습니다", "신세 많이 졌다는 말이.. 이미 예감을 하신 것 같아서 더 마음이 아프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어 "마지막 수상소감이 시청자에 대한 감사와 대학 제자들에 대한 미안함의 눈물이라니… 존경 그 이상의 느낌을 주는 분", "유독 저 날 뭔가 약한 모습을 보이셔서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신가 하며 슬펐는데", "대상 주신 KBS 칭찬합니다", "마지막 인사를 하신 거였네요", "최고의 현역 배우 이순재 선생님.. 결국 이렇게 가시네요.. 허준, 하이킥, 이산, 베토벤 바이러스 등 수많은 명작들을 남기고 가신 대배우님..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댓글을 쏟아내며 애도를 표하고 고인을 그리워했다.

병세가 악화된 순간까지도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그는, 마지막까지도 배우로서의 삶을 이어가고자 했다. 병실에서도 차기작을 준비하고 무대에 오르기 위해 노력했던 이순재. 평생을 연기에 바쳐온 이순재의 뜨거운 열정은, 그가 남기고 떠난 수많은 작품들과 무대 위의 순간들을 통해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그의 삶 자체가 곧 ‘연기’였던 만큼, 고인이 남긴 울림은 후배들과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사진=KBS 2TV, 엑스포츠뉴스DB, 각 계정, 사진공동취재단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