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유준상 기자) "이재현 선수가 '형, 벌써 15년 차예요. 15년이나 (선수 생활을) 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니까 자기를 믿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삼성 라이온즈는 2010년대 초반 '삼성 왕조'를 구축했다. 2011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베테랑 외야수 김헌곤도 삼성 왕조를 경험한 선수 중 한 명이다. 김헌곤은 2011년 5라운드 36순위로 삼성에 입단했으며, 2014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승선했다. 당시 김헌곤의 한국시리즈 성적은 6경기 13타수 1안타 타율 0.077이었다.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지 못한 김헌곤이지만, 데뷔 첫 가을야구를 통해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김헌곤은 "그때는 정말 말 그대로 형들 뒤에서 따라다니기 바빴다. 형들이 어떤 상황을 만들어주면 우린 그냥 얹혀서 가면 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그래도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이가 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10년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선수단 구성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올해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 중 201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던 선수는 김헌곤 단 한 명뿐이다.
김헌곤은 "(젊은 선수들의 수비를 보면) 볼수록 놀라운 것 같다. '나라면 그 나이에 저렇게 플레이를 할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내가 오히려 배우고 느끼는 부분도 많다. 볼수록 신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배들의 조언도 큰 힘이 됐다는 게 김헌곤의 이야기다. 김헌곤은 "그냥 후배들과 많이 대화한다. 방망이, 장갑 등 이것저것 바꿔본다고 얘기하니까 이재익 선수가 '형, 그런 도구들 말고 마음을 바꿔보는 건 어떤가요'라고 하더라. 이재현 선수는 '형, 벌써 15년 차예요. 15년이나 (선수 생활을) 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니까 자기를 믿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얘기하더라. 그런 이야기가 도움이 됐다"며 미소 지었다.
김헌곤은 후배들에 대한 칭찬을 계속 이어갔다. 그는"뭔가 동생들에게 의지하게 되고, 서로 시너지 효과가 좋다"며 "눈에 보이는 그대로인 것 같다. 선수들이 서로 의지하면서 즐기는 것 같다. 후배들의 (실력이) 향상됐다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자기 생각을 전했다.
김헌곤은 올 시즌 77경기 173타수 39안타 타율 0.225, 2홈런, 11타점, 출루율 0.286, 장타율 0.295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3경기 8타수 3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김헌곤은 "정규시즌부터 잘했어야 했는데, 어깨 부상에서 복귀한 뒤 부진했다. 나름대로 막 발버둥쳤다"며 "어쨌든 조금씩 팀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며 "사실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 이런 단기전에서는 뒤에 나가는 선수들 입장에서 선발로 나갈 때와 또 다른 긴장감, 압박감을 느낀다. (역할을) 최대한 해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3차전 승리로 시리즈 전적 2승1패를 만든 삼성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역대 5전 3선승제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1패 뒤 3차전 승리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100%(7/7)다.
김헌곤은 "어떤 경기도 쉽다고 생각한 적이 없고, 어렵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그냥 어떤 상황이든 일단 승리하자는 분위기"라며 "가을야구가 어떤지 느낄 겨를이 없다. 매 경기 뒤가 없으니까 그냥 이기고 싶을 뿐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대구, 김한준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