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프로 지명 순서가 곧 경기 출전 순서는 아니라는 말이 큰 위안이 됐다."
KIA 타이거즈 고졸루키 외야수 박헌은 지난 21일 입단 후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되는 기쁨을 맛봤다. 안타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데뷔 타석까지 소화했다.
박헌은 KIA 1군 코칭스태프로부터 잠재력을 인정받은 듯 지난 2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데뷔 첫 선발출전의 기쁨을 맛봤다. 27일 NC전까지 2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박헌은 지난 24일 키움전 종료 후 "처음 선발로 나가면 엄청 떨린다고 들었는데 막상 크게 긴장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1군 엔트리에 처음 등록됐을 때가 가장 떨렸다"며 "많은 팬들 앞에서 게임을 뛸 수 있었던 자체가 내게는 큰 영광이었다. 올 시즌이 끝나기 전 1군 데뷔 첫 안타를 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데일리 MVP를 받는 것도 목표다"라고 말했다.
박헌은 2025시즌 개막 전까지만 하더라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광주일고 3학년이었던 지난해 참가한 2025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고향팀 KIA 유니폼을 입는 데 성공했지만 11라운드, 전체 105순위에서 이름이 호명됐다.. 총 110명의 선수가 지명되는 드래프트에서 가까스로 프로행 막차를 탄 셈이었다.
상위 지명 선수가 무조건 프로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위 라운드에서 힘겹게 프로 무대에 입성한 선수가 1군 데뷔에 성공하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박헌은 2025시즌 퓨처스리그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코칭스태프에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41경기 타율 0.275(91타수 25안타) 15타점 OPS 0.754의 성적을 기록했다. 타율 대비 1할 이상 높은 출루율(0.402)을 찍으면서 확실한 툴을 보여줬다.
이범호 KIA 감독은 지난 9월 중순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가 확정된 뒤 페넌트레이스 잔여 경기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줬다. 박헌도 이범호 감독이 부여한 기회를 받은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다.
박헌은 10월 1일 KT 위즈전에서는 데뷔 후 세 번째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고, 생애 첫 프로 무대 안타까지 신고했다. 자신의 2025시즌 가장 큰 목표였던 1군 마수걸이 안타를 손에 넣었다. 팀 패배로 빛이 바라기는 했지만, 박헌 개인에게는 의미가 큰 하루였다.
박헌은 2군에서 기량을 갈고 닦는 동안 현재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복무 중인 팀 선배 김두현의 격려와 조언에 힘을 얻었다. 내야수 김두현은 2024년 동원대를 졸업하고 신인드래프트에서 11라운드, 전체 106번으로 힘겹게 KIA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지명 직전까지 가슴을 졸였을 박헌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김두현은 2024시즌 단 3경기였지만 1군 무대를 밟은 것은 물론 데뷔 첫 안타까지 기록했다. 뛰어난 수비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23(23세 이하) 월드컵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박헌은 "김두현 형이 재작년에 나와 똑같이 11라운드에 지명됐는데 입단 첫해 1군에 올라갔다"며 "2군에서 함께 생활할 때 김두현 형에게 많은 걸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또 "김두현 형이 '여기(프로)에서는 지명 순서가 전부가 아니다'라고 했다. '입단 순서는 있어도 게임을 나가는 순서는 따로 없다'고 격려해줬다"며 "두현이 형의 말이 큰 위안이 됐고, 더 독하게 운동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KIA는 2일 SSG 랜더스, 3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를 끝으로 2025시즌 페넌트레이스를 마친다. 공교롭게도 2게임 모두 안방 광주에서 열리는 가운데 박헌이 데뷔 첫 안타 생산의 기세를 몰아 출전 기회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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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