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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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에 놀러가다] 희망의 불빛이 살아난 빅버드

기사입력 2009.05.11 17:54 / 기사수정 2009.05.11 17:54

박진현 기자

[축구장에 놀러가다] K리그 9R, 수원 삼성 대 광주 상무

한적한 빅버드로 향하는 길

수원으로 가는 길이 영 어색하기 짝이 없다. 왜 그럴까. 개인적인 고민으로 기운이 빠져있었지만 그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그랑블루의 힘찬 함성에 힘을 얻기 위해 수원을 찾는 길이었다. 3시 경기를 앞두고 12시 반쯤에 7000번 버스에 오르기 위해 사당역에 도착했지만, 걱정과 달리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별로 없다. 

평소 수원으로 가기 위해 사당역에 도착하면 줄이 길게 늘어서있어 버스로 몇 차례 사람들을 실어 나른 뒤에야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그래서 마음 급하게 사당역 4번 출구로 올라왔지만, 그 걱정이 무색할 만큼 단 한 번에 버스에 올라 편하게 빅버드로 갔다.  


▲ 경기시작 두시간 전 빅버드의 한적한 전경

황금연휴가 지난 뒤 처음 맞는 휴일이라서 그런지 차도 막히지 않고 1시가 채 되지 않아서 빅버드에 입성했다. 그러나 경기장 주변이라고 해서 사당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이지만 너무 한산하다. 그래서 사람이 얼마 모이지 않은 틈을 타 공을 차서 넣는 행사에 참여한 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결과는 두 번 다 실패). 예전과 같은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없어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이 같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리라 본다. 수원 삼성은 광주 상무와의 경기가 있기 전 1승 3무 4패로 승점 6점만을 기록하며 K-리그 13위에 머물러있었다. 더군다나 4월 26일 바로 전 홈경기에서 전남에게 1대4 대패를 당하면서 홈팬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경기시작 30분 전임에도 동쪽 스탠드가 쉬이 차지 않는 것을 보니 예삿일이 아니다.

수원 삼성, 투혼, 절망, 그리고 희망


▲ 선수도열. 왼쪽 끝에서 두 번째 낯선 송종국의 모습이 보인다

기자석에 자리를 잡고 취재준비를 하고 있는데 몸을 풀고있는 수원 선수단 사이에 낯선 선수가 한 명 보인다. 탄탄한 체격에 시원하게 머리를 삭발한 선수. 불과 얼마 전 강원 FC가새로운 용병인 까이용을 영입한지라 수원 역시 분위기 반전을 위해 차범근 감독이 극비리에 용병 한 명을 더 영입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출전선수 명단에는 리웨이펑 외에 외국인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는 다름 아닌 송종국이었던 것이다. 전직 수원의 주장이었던 송종국은 하위권에 머무른 팀 성적에 책임을 느끼고, 선수단을 결집시키고자 자신의 머리를 삭발한 것으로 보였다. 전직 주장의 결의의 표현으로 수원의 경기력에 한껏 기대감이 부풀었다. 하지만 송종국의 이런 바람도 광주의 거센 돌풍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수원은 송종국의 활발할 움직임을 앞세워 초반부터 광주를 강하게 압박했다. 수원은 승리의지를 불태우며 여러 차례 슈팅을 시도했고, 송종국이 직접 페널트킥까지 유도했지만 김용대의 선방에 막혀 득점에 실패했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최전방에서 다소 아쉬운 결정력을 보였던 수원은 전반 42분 도리어 광주의 최성국에게 선취골을 허용하며 경기를 끌려가게 되었다. 


▲ 선취득점과 페널트킥을 유도했던 광주 상무의 최성국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어진 후반전에서는 수원은 보다 공격적, 광주는 수비적으로 나섰다. 광주의 수비벽은 더욱 견고해졌고, 김용대의 선방 퍼레이드는 멈출지 몰랐다. 오히려 광주의 역습이 더 효과적으로 수원의 골문을 위협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후반 40분 수원의 배기종이 날린 회심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져 나왔고, 기회는 곧 위기로 다가왔다. 후반 44분 최성국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드리블을 하다 페널트킥을 얻어냈고, 최원권이 이를 안전하게 차 넣어 수원의 골문에 쐐기골을 박았다.  

수원 삼성, 다시 한 번 날아오를까

이날 경기에서 터진 두 골은 수원의 골망뿐만 아니라 수원 선수단과 서포터스인 그랑블루의 가슴에까지 그대로 꽂혔다. 그러나 두 번째 실점 이후 잠시 조용하던 그랑블루는 3분의 추가시간 동안 다시 한 번 소리 높여 수원을 외쳤다. 선수들 역시 마지막 남은 시간 동안 적극적으로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골’이라는 결실을 맺는 데는 실패했다.


▲ 경기종료 후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는 수원의 그랑블루

또 다시 패배 숫자를 늘리게 되어 속이 상한 수원 선수들은 미안한 감정이 앞서 그랑블루 앞으로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서포터스 앞에서 수원의 골문을 지키던 이운재는 선수들을 불러 세워 응원해준 서포터스에게 인사를 보냈다. 오히려 그랑블루는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행여 선수들의 기가 죽을까 “괜찮아, 괜찮아”를 연호하며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선수들을 끝까지 격려했다. 자신이 지지하는 팀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야유를 보내거나 실망하는 모습보다는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수원은 이날 경기 패배로 인해 K-리그 15개 팀 중 최하위로 주저앉았다. 수비불안과 에두, 이관우, 홍순학 등 주전급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경기력만은 점차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다. 수원은 경기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제 때 득점포가 터지지 않으면서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광주전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의지와 몸놀림은 다음 경기를 기대해보기에 충분해 보였다. 

수원에서 경기를 보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은 당연지사라고 느껴질 만큼 서서 가는 일이 빈번하다. 이날 역시 서울로 돌아가는 7000번 버스 안에서 필자는 꽂꽂하게 서있다. 이날따라 어깨가 더욱 뻐근하다. 짊어진 가방이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가방 안의 노트북과 각종 문서 때문만은 아니다. 다음에 수원으로 가는 길에는 더 기다리고, 더 피곤해도 좋겠다는  아쉬운 생각이 남는다. 

엑스포츠뉴스 박진현 기자   



박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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