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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금메달보다 어려운 그 빙판에 서서

기사입력 2009.04.28 17:42 / 기사수정 2009.04.28 17:42

김경주 기자



[위클리엑츠=김경주 기자] 지난 4월 24일 오전 태릉 국제 빙상장은 때아닌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밴쿠버 동계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겸한 전국 선수권 쇼트트랙 대회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빡빡한 일정에도 국제 빙상장 한편에 마련된 관중석은 입추에 여지없이 들어찼습니다. 대부분이 학부형이나 관계자이긴 했지만 관중석 한쪽에는 안현수를 응원하는 현수막까지 걸렸고 그 위에는 그를 응원하는 팬이 모여 앉아 컴백을 앞둔 '황제'를 기다렸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 쇼트트랙은 선수층이 두껍습니다. 고등학생부터 일반 실업 선수까지 모두 모여 대표 선발전을 치르는지라 이번 선발전은 더욱 치열했죠.
 
치열한 선발 의지만큼 경기는 예민하게 진행됐습니다. 경기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사진 촬영조차 1층에서 진행할 수 없었고, 관중석에 가득 찬 관중도 큰 소리로 응원하는 일은 찾아보기 어려웠죠. 6명의 선수가 한 조를 이뤄 벌이는 예선의 빙판을 채우는 것은 선수들의 스케이트 소리와 분전을 바라는 코칭 스태프의 외침뿐이었습니다.

물론 계속 조용히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시겠지만 쇼트트랙은 코너를 돌면서 순위가 바뀌곤 합니다. 선수들도 경기 중 역전의 계기로 삼게 되는 지점인데요. 동시에 6명의 선수가 일직선을 만들고 다시 직선 주로로 들어설 때 바뀌는 순위에는 환호와 아쉬움이 함께 터져나왔습니다. 경기 중 누군가 한 선수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그 아쉬움은 배가 됐죠.

"정신 차려!" "지금!" "인(IN)!" 나란히 선 코칭 스태프들에게선 쉴새없이 독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몸을 잔뜩 숙인 선수들은 코너를 돌아섭니다. "인!"이라는 목소리는 코칭 스태프의 반대편 관중석에서도 똑같이 흘러나왔습니다.

500M 예선이 시작되자 긴장감은 극에 달했습니다. 레이스 중반 역전이 가능한 1500M와 달리 출발과 함께 거의 승부가 갈리는 500M이다 보니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터지기도 전에 선수들의 몸이 움직이는 일도 잦았습니다.

먼저, 움직이는 몸과 함께 몸싸움도 흔하게 일어났고 예선을 치르던 한 선수는 코너를 돌던 중 상대 선수와 부딪히며 튕겨져나가 펜스를 들이받는 사고까지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치열했던 선발전 1일 차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안현수는 1500M와 500M 모두 준준결승에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자아냈습니다.

반면에, 성시백은 선발전에 참가한 선수 중 가장 좋은 기록을 연방 세우며 빙판의 새 제왕의 탄생을 알렸죠.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정빙 시간을 제외하고는 휴식 없이 진행된 선발전이 마무리되자, 단지 바라보기만 한 기자마저 지쳤는데, 치열한 전투를 치른 선수들은 어땠을까 싶더군요.

'올림픽 금메달'보다 더 힘들다던 선발전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차가운 빙판에서 뜨거운 선발전을 바라보며 늦은 밤, 잠 못 이루며 금메달을 기다리던 그 어느 날이 생각났죠.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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